'유령' 이해영 "저는 배우 복 있는 감독이죠"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1.24 10:00 / 조회 : 1010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유령'의 이해영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독전'에 이어 이해영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하는 다섯 번째 영화다. 얽히고설킨 남다른 캐릭터들의 개성과 서사를 영화의 기본 동력으로 삼았던 이해영 감독의 세계를 첩보 액션과 추리극이 뒤섞인 복합 장르의 재미로 한층 더 확장한 작품이다.
'유령'의 원작은 중국의 추리 소설 '풍성'이다. 이해영 감독은 이 내용을 비틀어 새로운 영화로 완성했다. 이해영 감독은 "박차경(이하늬 분)을 비롯해 이 영화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 정도로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각오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대는 일제강점기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캐릭터가 품은 감정의 규모가 달라질 것 같아서 그 시대여야만 성립되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유령'을 캐릭터 무비라고 소개한 이해영 감독은 "캐릭터는 제가 이야기에 접근하는 통로인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배우들을 통해서 표현하게 되는 것 같고, 시나리오부터 촬영까지 제 생각과 의도를 담게 되는 게 결국 캐릭터인 것 같다"며 "항상 캐릭터 무비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하는데 '유령'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뭘 하고 싶었어?'라고 묻는 모든 질문에는 캐릭터라고 답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또 제가 작품마다 배우 복이 있다. 훌륭하고 분에 넘치는 배우들과 작업하게 됐다. 내가 이 영화를 왜 했는지 반추해보면 훌륭한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그 배우들의 매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배우들의 멋짐을 담아내고, 매력을 잘 표현한 모든 순간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이하늬의 오래된 팬이었다.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어떤 것이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배우의 매력과 동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관이 크고, 바른 사람이다"라며 "그동안 건강하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에너지를 안으로 누르는 캐릭터를 하면 새롭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뜨거운 에너지를 응축해서 단전 어딘가에 밀도 있게 가지고 있으면서 촬영할 때 조금씩 녹여내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도 기능적인 연기가 아닌 에너지를 가진 채로 조금씩 녹여내는 모습이 대단했고,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해영 감독은 박소담에게 "미쳐 날뛰어보자"라며 출연을 제안했다. 그는 "소담이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에서 처음 만났는데 첫눈에 반했다. 가장 큰 매력은 낮은 목소리와 무표정 속에서의 묵직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제가 처음에 발견했던 그 이미지를 활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령' 시나리오를 쓰면서 완전히 낮은 톤에서 몇 옥타브를 올리면 박소담 안에 응축해놨던 에너지가 폭발해서 더 새롭고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경성학교' 이후 몇 년 사이에 엄청난 감독님들과 엄청난 작품을 했다. 몇 년 동안 박소담 팬으로서 뜨겁게 응원하며 기뻤는데 현장에서 다시 만나서 작업을 해보니까 많이 달라지고, 성숙해지고, 능수능란해졌다. 정말 멋진 배우가 돼 있더라"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번에 '미친 거 한 번 해보자'라며 박소담 배우의 발아래에 발판 하나를 줬더니 그걸 사뿐히 밟고 도약해서 영화 안에서 훨훨 날아다녀 기뻤고, 저를 황홀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 모든 생각이 무너졌고, 너무 큰 좌절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다 누를 수 있는 존재가 누가 있을지 고민하면서 박해수 배우를 떠올렸다. 박해수 배우의 전작을 보다가 이 정도 에너지와 연기력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두려움을 압도하는 위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성실하다는 소문도 들었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어서 하고 싶은데 일본어 대사가 너무 많으니까 포기했다고 하더라. 거절하려고 저를 만나러 왔다고 했는데 저는 첫눈에 '입덕'했다. 제가 카이토 역에 원했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더라. 민폐를 끼칠 것 같다는 그의 표정에서 시나리오를 욕망하는 표정을 읽었고, 제가 같이 해보자고 콕 질렀더니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이해영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그는 "박해수 배우가 일본어 연습을 엄청나게 열심히 했다. 심지어 크랭크인 하고 카이토의 신을 먼저 찍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괴물 같은 성실함을 가진 멋지고 미친 배우가 일본어를 다 외우고 상대방의 일본어도 외우고, 한국어로도 외워서 자기가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연기 리액션도 완벽하게 하더라"라며 "박해수의 손을 붙잡으며 '너는 이 영화를 구원한 수호천사'라고 했다. 매번 그래서 너무 부담되고 싫었을 거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영화에서는 자막이 있기 때문에 표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카이토를 연기하는 박해수의 얼굴에서 혐오와 증오, 질투, 욕망, 갈망 등 많은 표정이 지나간다. 촬영하면서 박해수에게 '지금 네 얼굴에 우주가 지나갔어'라고 했다. 얼마나 징그럽고 싫었겠냐. 그 전에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자랑하고 싶고, 뽐내고 싶은 배우 1~2등 중 한 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독전'에 이어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유령'으로 관객들을 찾게 된 이해영 감독은 "'독전'을 통해서 처음으로 관객들과 밀접한 소통을 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얼마나 뜨겁게 소통했고, 교감했는지에 대한 경험이 소중했다"며 "'유령'을 보고 '이해영이 이해영 했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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