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견자단 "무협은 낭만적 재즈..액션은 하나의 음표"[★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3.01.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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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우 견자단이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룡팔부: 교봉전'은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견자단 분)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여정을 담은 정통 무협 액션. 오는 25일 개봉. 2023.01.19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교봉이 아주를 구하러 간다고 얘기하면서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하지 않죠. 교봉이란 인물은 굉장히 무협적인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이게 굉장히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죠."

홍콩배우 견자단(甄子丹, 59)이 42년째 고수하는 뚝심과 원칙이 있다. 정의로운 캐릭터를 끊임없이 찾아간다는 것인데, 그게 유명 배우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단다. 견자단이 분한 이번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이하 '천룡팔부') 속 교봉 역도 의협심 강한 인물이다.


'영웅'을 연기하기 위해선 실제의 견자단도 절제된 삶을 살아야 했다. 유흥거리는 일절 즐기지 않고 가족에 스윗한 아빠란 사실을 말하는 견자단의 눈에서 나이를 의심케 할 정도의 총기가 반짝인다. 특히 자신의 행위를 '예술가'라 표현, 연기를 넘어 연출, 무술감독, 제작 등에 전면적으로 참여해야 예술가의 생각을 100% 표현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견자단의 철학적인 몰입이 현재에도 건재한 '견자단 장르'를 납득케 했다.

'천룡팔부: 교봉전'은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견자단)'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여정을 담은 정통 무협 액션. '천룡팔부'는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녹정기' 등을 포함 전 세계 3억 부 이상 판매 부수를 기록한 무협 소설의 창시자이자 신필로 불리는 김용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견자단은 '천룡팔부'에서 총감독 왕정과 함께 제작, 연출, 출연, 무술 감독까지 1인 4역을 맡았다.

견자단은 '신용문객잔', '황비홍 2 - 남아당자강', '영웅: 천하의 시작', '칠검', '살파랑', '도화선', '화피', '엽문' 시리즈,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트리플 엑스 리턴즈' 등으로 이소룡, 성룡 이연걸의 계보를 잇는 중화권 액션 배우. 그는 이번 '천룡팔부' 홍보 차 왕정 감독과 지난 17일 내한해 스타뉴스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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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콘텐츠리


-김용 작가의 '천룡팔부'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영화를 나는 40년 찍었다. 액션 영화에 특기가 있다. 김용 작품에 출연하는 건 도전이었는데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 김용의 콘텐츠는 영화화하기 힘든 내용이다. 안에 인물과 내용이 복잡다단하기 때문인데, 나는 김용의 작품 그대로만 보여주지 않고 현대 무술과 융합해서 액션을 찍고 싶었다.

-'천룡팔부'에서 분한 교봉 캐릭터를 설명하자면?

▶김용이 써내려간 영웅 중에 교봉이 가장 매력적이다. 교봉은 정을 중요시 한 사람인데 친구들에게 굉장히 잘하고 약속한 걸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 교봉에게서는 현대인들이 자신이 되고자하는 인물이란 환상을 찾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사는데, 무협의 사회와 비슷하다. 강호란 것이 사회 안에 우리가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교봉의 세계에는 현대인의 계약과 위약이 없다. 교봉은 약속한 걸 지키는데 그게 무협의 정서라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비판을 듣고 무리한 통제를 받던지 교봉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원칙을 고수해 나간다. 그게 교봉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예를 하나 들자면, 교봉이 아주를 구하러 간다고 얘기하면서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교봉이란 인물이 굉장히 무협적인 인물이라 생각했다. 이게 굉장히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작품에서 어떤 원칙을 두고 연기를 하는 편인가?

▶물론 정의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것 같다. 영화를 하다보면 살인범, 변태란 역할도 해보고 싶은데 나는 이런 역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 나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서 인간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걸 선택하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 내가 마피아 두목 역을 맡았을 때도 친구와의 우정이 있다든지 가족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존윅4' 전 세계 개봉도 앞두고 있는데, 감독과 캐릭터를 상의해서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견자단의 원칙을 넣어서 만들었다. 종종 인터넷에서 나에게 '견자단은 영웅 역할만 한다'고 불평하던데 이건 나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많은 캐릭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 원칙과 위배된 일이면 출연을 거절했다. 언젠가 나도 은퇴하고 죽는 날이 있을 텐데, 내가 이 세상에 어떤 긍정적인 걸 남겼나 생각하려 한다. 후손에게 어떤 걸 남겼는지를 생각하려고 한다.

-어떤 스타일의 액션을 선호하는 편인가.

▶내가 비교적 좋아하는 건 현대 액션물이다. 도전을 좋아해서 다양한 액션을 해보고 싶다. 내 영화 이론상 액션 영화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겠다. 현대 액션, '천룡팔부' 같은 고대액션, '엽문' 같은 쿵푸가 있겠다. 내가 현대액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연기에서 프리스타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천룡팔부'처럼 고대 전통물을 찍으면 고증해야 할 것이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음악으로 치자면, 현대음악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클래식은 그 안에 규칙이 있듯이 말이다. 교봉은 음악으로 예를 들자면 클래식 같지만 록 요소가 섞였다. 중국의 무협영화에서 무림고수들은 전통적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교봉은 내가 현대적인 느낌을 많이 넣었다.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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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배우 견자단 /사진=(주)콘텐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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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우 견자단이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룡팔부: 교봉전'은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견자단 분)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여정을 담은 정통 무협 액션. 오는 25일 개봉. 2023.01.19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천룡팔부' 속편이 나오는지? 나온다면 언제가 될까?

▶속편을 암시하는 건 영화적 기법 중 하나다. 액션영화는 관객들의 정서를 고조시키는 것이 목표인데 이 정서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고조되도록 노력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원했다.

-동시대의 톱 해외 액션배우인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톰 크루즈가 61세임에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액션을 하는 게 존경스럽다. 현대사회에선 몸 관리만 잘 돼있다면 배우로서의 생명이 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스포츠 경기와 달라서 몸 관리가 돼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연기에서 신체는 그저 일부라 생각한다. 나는 톰 크루즈보다 몸이 좋다고 생각한다. 톰 크루즈가 해낸 액션이라면 나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새로운 액션을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진 않은지?

▶사실 관객들이 나에게 주는 부담은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부담감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신선한 액션을 보여줄지 고민한다.

-'천룡팔부'에서 감독과 배우를 겸해서 촬영했는데, 그냥 배우로서만 촬영할 때와 비교했을 때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힘든 점이 당연히 많다. 너무 피곤한 일이고 쉴 시간이 적기 떄문이다. 나는 연기도 해야했고 감독도 해야했고 배우들을 관리해야 했다. 나는 연기를 했기 때문에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나는 연기지도도 했다. 장점으로 나는 현대예술에서 예술가가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예술가의 생각을 100% 담는다고 생각한다. 찰리 채플린은 각본, 감독, 연기를 다 해서 순수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만들었다.

-이번 영화에서 제작, 연출, 출연, 무술 감독까지 1인 4역을 맡았다. 어떤 역할이 가장 잘 맞았다고 생각하나.

▶사실 나는 감독을 오랫동안 해왔다. 영화 작업들 중에서 나는 편집 작업을 좋아한다. 장면에 걸맞는 음악을 표현하는 것도 관심이 많다. 예전엔 내가 배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가 지금은 감독도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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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콘텐츠리


-10대 자녀를 두고 있는데 영화배우가 된다고 하면 추천할 생각인지?

▶영화인으로서 이 길이 얼마나 수고스럽고 힘든 일인지 아는데 자녀가 배우가 된다고 하면 말릴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똑똑해서 이 친구에게 꿈이 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지지를 해줄 것이다. 가정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인데 아이가 사과할 줄 알고 올바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딸 아들 모두 예술적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아들은 피아노를 치는데 재능이 있어 보이고, 딸도 글을 쓰는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

-1981년부터 42년 동안 강인한 체력을 갖고 액션 배우로서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몸매는 꼭 관리를 해야 한다. 나는 전문 연기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생활에선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친구가 부르면 밥도 먹고 술도 마신다. 균형이 중요한데 전날 과식을 하면 다음 날 디톡스를 한다. 그리고 나는 밤생활이나 유흥을 전혀 즐기지 않는다. 평소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천룡팔부' 중 촬영하기 어려웠던 액션이 있었다면?

▶액션 장면을 찍는 건 나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건 종합 예술적인 표현이어서 카메라 렌즈에 신체적인 언어를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액션 동작은 외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많은 경우에 현장에서 즉석에서 액션을 짜곤 한다. 스태프들과 얘기를 하고 바로 고쳐서 촬영을 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 몸에 대한 이해도 잘하고 있어야 한다. 물 마시는 신을 찍을 때도 더 멋있겠다 생각하면 바로 바꾸기도 한다. 마치 재즈 같이 즉흥적으로 바꾼다. 교봉전을 찍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산에서의 장면을 찍는 것이었다. 시퀀스가 길었는데 세 개의 신을 이어 붙인 것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잃지 않는 게 힘들었다. 나는 사실 감독의 관점으로 액션을 생각하고 있다. 신을 찍을 때 인물과의 대치가 어떻게 그려질까, 다음 정서는 어떨까 계속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액션을 하느냐가 전체적인 느낌을 주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마치 작곡가의 작곡 작업과 같다. 액션은 하나의 음표와 같다.

-'인간 견자단'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나의 최종 목표는 사실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성공과 기쁨만 있는 게 아니라 좌절의 순간도 있을 거다. 이게 하늘의 뜻이라 생각한다. 나의 최종 목표는 영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도 주고 싶다.

-'천룡팔부'가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으면 하는지?

▶영화에는 영화의 언어가 있다. 언어장벽이 없다고도 느낄 수 있겠는데, 좋은 영화라면 관객의 마음을 이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엽문'을 찍었을 때 세계 각국에서 '감동 받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번 영화도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고 저 견자단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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