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추신수, '진짜 선배'들이 나서지 않는 이유를 알았을까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1.25 11:34 / 조회 : 14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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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사진=SSG 랜더스
추신수(41·SSG)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댈러스 한인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밝힌 소신 발언이 설 연휴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탈락한 것과 관련된 의견이었다. 추신수는 방송에서 "(안우진이)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고 제3자로서 들리는 것만 보면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나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안우진을) 감싸준다기보단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실수를) 했어도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 정지도 받았는데 국제대회를 못 나간다"고 말했다.

나름 야구 선배로서 후배의 아쉬운 상황에 '총대를 멨다'고 볼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침묵하는 야구계에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추신수는 "일찍 태어나고 일찍 야구를 해서 선배가 아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을 겪는 선수가 있다면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후배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잘못된 곳에서 운동하고 있으면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 해야 하는데 지켜만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각해보면 KBO리그에서 추신수는 적극적으로 그런 역할을 맡으려한 선배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16시즌간 활약한 그는 2021시즌을 앞두고 SSG로 합류해 선수들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선수 권익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실제로 잠실야구장의 원정팀 공간이 넓어지는 등 개선된 점도 있었다. 팬들도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할 말을 하는 추신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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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이번에는 반응이 많이 다르다. 앞선 사례와 다르게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WBC 최종 엔트리 30인에 뽑히지 못한 것을 두고 용서에 관대하지 못한 한국의 분위기를 꼬집었다. 잘못을 뉘우치고 국가대표 자격 정지라는 대가도 치렀는데 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느냐는 의미로 보인다.

추신수의 발언이 나온 후 안영명(39) KT 심리 상담 트레이너는 24일 개인 SNS를 통해 "(추신수 선배의) 발언 내용이 적절했는지는 함구하겠다. 나 역시 클린 베이스볼을 적극 지지한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누구든지 본인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낸 내용은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장을 예상하고도 가감 없이 발언한 추신수 선배가 '진짜 선배'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된다는 점에서 제3자가 함부로 입에 올려선 안 될 단어다. 애초에 '용서'라는 말을 쉽게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안우진의 고교 시절 학교 폭력은 여전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현재진행형'이다. 안우진의 국가대표 제외에 많은 선배가 선뜻 나서지 않은 이유 역시 여기에 기인한다. 추신수는 한국의 경직된 분위기를 지적하기 이전에 안우진이 왜 피해자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용서받지 못했는지 먼저 의문을 가졌어야 했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때 안우진 제외에 대한 질문에 "선수를 선발할 때 국가대표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 자긍심, 책임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것이야말로 학교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의 파장을 충분히 생각한 '진짜 선배'들의 판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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