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뛰게 해준 '후보 등번호'... 40대 베테랑이 떠올린 '41번' 추억 [현장]

남해=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2.02 18:26 / 조회 : 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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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등번호 41번 덕분에 오랫동안 축구를 했던 것 같다."

'22년차' K리그2 성남FC의 주전 골키퍼 김영광(40)이 등번호 '41번'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영광은 20년 넘게 K리그 무대를 누빈 베테랑이다. 울산현대, 경남FC, 서울이랜드를 거쳤고, 2020년부터 성남 골문을 지키고 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추억에 신인 시절이 가물가물할 법도 하지만, 40대에 들어선 김영광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등번호 '41번'이다. 경남 남해에서 진행되는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 김영광은 2일 "제가 프로에 처음 왔을 때 등번호가 41번이었다. 41번에 대한 추억 덕분에 제가 오랫동안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 골키퍼가 4명이었는데 등번호 1번, 21번, 31번, 41번을 받았다. 나는 41번을 주었다"고 되돌아봤다.

4개의 등번호 중 가장 숫자가 컸던 41번. 이는 팀 4번째 골키퍼라는 의미였다. 냉정히 말해 '후보 등번호'였다. 김영광은 "그래서 이를 악물었다. 41번을 주전 번호를 만들겠다는 생각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1년 반만에 주전 번호로 만들었다. 그 마음을 간직한 채 1경기씩 하다보니깐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롱런의 원동력은 '승부욕'이었던 것이다. 김영광은 "승부욕이 없다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같은 팀 안에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 11명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선수를 이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기형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잘 일깨워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곡차곡 쌓인 경기에 '6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도 눈앞에 뒀다. 지금까지 김영광은 K리그 역대 최다 2위에 해당하는 588경기를 뛰었다. 이변이 없다면 올해 대기록을 완성하게 된다. 참고로 K리그 최다 출전 기록은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 강원FC 신임대표가 가지고 있다. 총 706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김영광은 "기록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항상 경쟁해야 하는 위치"라며 "경기를 뛰면 좋지만 못 뛸 수 있다. 선배로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고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보다는 골을 먹히는 것이 더 싫다. 항상 골을 먹는 포지션이지만, 최대한 안 먹히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장갑을 벗을 때까지는 그것이 최대 목표일 것 같다. 실점하더라도 상대 선수가 잘 차서 먹히는 것과 내 능력 부족으로 먹히는 것은 차이가 있다. 내 능력 부족으로 먹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다음 시즌 최대 이뤄내야 할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성남은 지난 해 2부리그 강등이라는 아픔을 경험했다. 빠르게 1부 리그로 복귀하기 위해 성남 선수들 모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고참' 김영광이 해야 할 일도 많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물론,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

다행히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이 불타오른다. 후배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에 깜짝 놀랐다는 김영광은 "어느 해보다 가장 힘든 동계훈련을 하고 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강해질 수밖에 없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몸이 좋아진 것을 느낄 것이다. 저도 옆에서 '지금 힘든 것이 뼈가 되고 살이 된다'고 얘기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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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에서 만난 김영광.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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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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