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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사진=롯데 자이언츠 |
설종진 감독은 최근 대만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이강준처럼 빠른 볼을 던지는 사이드암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임창용(47·은퇴)까지도 생각한다고 하면 선발 투수로 충분하다고 본다. 임창용도 해태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더 잘한 케이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강준은 롯데 자이언츠로 FA 이적한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30)의 보상선수로 지난달 20일 키움의 선택을 받았다. 키 180㎝, 몸무게 80㎏의 이강준은 우완 사이드암으로 최고 시속 154㎞의 투심 패스트볼과 타자에게 까다로운 공 무브먼트가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키움이 아닌 다른 KBO 구단 관계자도 "제구만 잡힌다면 제2의 정우영(24·LG)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잠재력만큼은 인정했다.
하지만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2번으로 KT 위즈에 지명된 후 롯데, 키움까지 프로 4년 차에 벌써 3팀을 거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통산 108⅓이닝 59볼넷 88탈삼진으로 제구가 나쁘지 않았지만, 1군만 올라오면 23⅔이닝 38볼넷 13탈삼진으로 좋지 않았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보상선수에 대한 키움의 기대는 상당하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설악고 시절 이강준을 보러 "강원도 원주까지 직접 간 적이 있다"는 말과 함께 불안한 제구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홍원기 1군 감독과 원활한 소통으로 키움의 언더독 신화를 함께 일군 조역이었던 설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이강준에게 기대하는 최대치인 임창용은 일본프로야구(NPB)와 미국 메이저리그(ML) 마운드도 밟아본 사이드암 투수로서 성공한 선수 중 하나다.
팬을 자처한 설 감독은 "이강준은 신인 시절부터 우리 팀에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선수다. 선발로 키워야 하는 유형이라 생각해 개인적으로는 전 소속팀들이 왜 1이닝씩만 던지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선발 투수는 1회에 잘 못 던져도 2회에는 잘 던질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감을 잡아가는 투수들도 많다. 하지만 제구에 자신이 없는데 1이닝만 던지게 하면 오히려 선수가 원하는 공을 던지지 못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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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사진=김동윤 기자 |
이강준은 5월이면 예정됐던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입대해야 한다. 그러나 선수와 팀 모두 2년 뒤를 기약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강준은 현재 슬라이더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쓸 체인지업을 연마 중이다. 제구 문제는 멘탈에서 원인을 찾으면서 그동안 선배들로부터 받은 조언을 체화시키고 있다.
설 감독은 "선발로 준비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5이닝 이상 던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3이닝부터 시작해 꾸준히 이닝을 늘려가고 잘하다 보면 처음에는 1군 추격조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거기서 또 잘 던지면 필승조가 된다. 아직 젊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시속 148km의 공을 70개 정도 꾸준히 던져줄 수 있다고 하면 (경쟁력 있는) 선발이 될 수 있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이어 "상무에서 던지는 것도 봐야 하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강준 같은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우리 팀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안우진을 중심으로 장재영(21), 이강준, 김건희(19) 이런 선수들이 들어가면 몇 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더 이강준에게 기대하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우완 정통파 소형준(22), 사이드암 고영표(32) 등이 있는 KT의 마운드를 이상적으로 바라봤다. 설 감독은 "고영표가 잘되니까 KT도 살아난다. 외국인 투수 두 명에 소형준, 고영표 등이 있으니까 감독으로서는 로테이션을 짜기 편하다. 우리 팀도 안우진, 장재영 둘만 잘해줘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왼손, 오른손, 사이드암이 다양하게 있는 것이 좋다. 이강준의 가능성을 빨리 찾게 되면 제대 후 홍 감독님과 단장님이 상의해서 결정하지 않을까"라고 2년 뒤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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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퓨처스팀 감독./사진=김동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