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 은퇴설까지 '비운의 재능'... 이광혁에게 찾아온 터닝포인트

제주=김명석 기자 / 입력 : 2023.02.08 07:08 / 조회 : 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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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를 떠나 수원FC로 이적한 뒤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이광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이광혁(28·수원FC)은 다가오는 새 시즌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프로 데뷔 10년 차, 첫 이적을 통해 '변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그동안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던 터라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는 "많은 변화가 있는 해다. 내가 열심히, 더 많이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광혁은 어린 시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능'으로 꼽혔다. 포항스틸러스 유스인 포철중·포철고를 거치면서 유스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던 유망주였다. 빠른 발과 왼발을 활용한 드리블과 개인기, 그리고 작은 키까지. 그의 이름 앞엔 자연스레 '포항 메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동안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유형에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런데 재능은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고교 졸업 직후 포항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했지만, 결정적인 시기마다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출전을 할 때면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상으로 인해 그라운드 안이 아닌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가장 주목받던 재능은 어느샌가 '비운의 재능'으로 바뀌어갔다.

프로 데뷔 10년 차. 결국 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포항을 떠나 수원FC에 새 둥지를 틀었다. 포항 유스 시절을 포함해 포항이 아닌 다른 구단 엠블럼이 붙은 유니폼을 입은 건 15년 만이다. 유스 출신으로 평소 포항 구단에 대한 애착이 컸던 만큼 수원FC 이적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스스로 이번 시즌을 터닝포인트로 삼을 정도로 간절한 선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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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 시절 이광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광혁은 "포항에 있으면서 부상이 많았다. '나랑 안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포항에서 얻은 것도,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부상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 역시 많았다"며 "이적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나의 모습은 어떨까, 어떤 플레이를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잦은 부상 탓에 뜬금없는 '은퇴설'까지 돌았던 그다. 한 시즌을 통으로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광혁도 "처음엔 무릎이 안 좋아서 수술을 했고, 재작년엔 아킬레스건을 다친 뒤 큰 부상이라 은퇴설이 돌았던 것 같다"며 "'조용히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다행히 포항에서 몸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게 부상이라지만, 이광혁은 "부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비효율적이었던 과욕이 부상으로 이어졌던 경험들을 스스로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몸 관리를 너무 열심히 해도 문제가 생겼다. 운동을 많이 해야 더 좋아질 거라 생각했던 게 오히려 부상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다. 방법을 찾아가면서 지금은 몸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데뷔 후 이적 자체가 처음인 만큼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기. 그는 동계훈련을 통해 수원FC의 새로운 전술과 문화에 적응하려 애를 쓰고 있다. 이광혁은 "축구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적응해야 될 것들이 있다. (김도균) 감독님이 요구하는 부분, 팀에서 원하는 부분을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원FC는 포항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의 축구를 한다. 적응만 잘한다면 좋은 장면도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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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동계 전지훈련에서 김예성과 치열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는 이광혁(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 시즌 목표도 세웠다. 공격 포인트 10개 이상, 그리고 아직 참석해 본 적 없는 연말 K리그1 시상식에 오르는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그를 괴롭혔던 부상 문제는 아예 지웠다는 그다. 동계훈련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 시즌이 개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광혁은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공격수로서 공격 포인트는 10개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상식에 한 번도 못 가봤는데, 내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는 베스트11에 오를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 몸은 훨씬 많이 좋아졌다. 부상 문제는 아예 없다. 동계훈련만 잘 마무리하면 시즌을 잘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시간들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그 속에서 많이 배웠고, 아직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못 보여준 걸 보여줘야 한다. 하고 싶었던 플레이, 또 팬분들이 기대하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은퇴하는 게 맞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 시즌을 앞둔 이광혁의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이제는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백년가약을 맺었고, 새로운 아이까지 찾아와 이제 아버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막중한 책임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광혁은 "이제 내가 축구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아무래도 주목받는 직업이라 아내도, 부모님도 희생을 많이 했다. 와이프는 4년 가까이 힘든 시절을 함께 했다. 결국 제가 잘해야 웃을 수 있다. 책임감을 항상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내가 K리그에서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그래도 이번 시즌 '저렇게 좋은 선수가 있었구나' 알리고 싶고, 보는 즐거움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좋은 축구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서 "큰 변화가 있는 만큼 준비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엔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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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를 떠나 수원FC로 이적한 뒤 새 시즌을 준비 중인 이광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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