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현준 발굴한 ‘매의 눈’ 김유진, “또 만들겠다” 지도자 첫발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3.02.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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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양산] 이현민 기자= K리그를 넘어 대한민국 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거론되는 양현준(20, 강원FC)의 스승들이 본격적으로 후진 양성에 뛰어들었다.

양현준은 지난 시즌 K리그 36경기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강원(K리그1 6위)의 돌풍을 이끌었다. K리그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와 친선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태극마크까지 다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는 이번 시즌 강원에서 롤모델인 손흥민과 같은 등번호 ‘7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이런 양현준을 발굴, 성장을 도운 두 스승이 ‘제2의 양현준’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양현준은 강원에 입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명이었다. 그를 어린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건 현재 경주 신라고등학교를 맡고 있는 김유진(39) 감독이다.

김유진 감독은 지난해까지 강원 스카우트를 지냈다. 양현준이 거제 동부중학교 재학 시절 한눈에 반했고, 꾸준한 관심과 조언을 통해 성장시켰다.


현재 김유진 감독과 신라고에 몸담고 있는 차우람 수석코치는 양현준의 중·고교시절 스승이다. 양현준은 지난해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고 “차우람 수석코치님의 노고와 가르침에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공개적으로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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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준을 만든 김유진 감독과 차우람 수석코치가 의기투합했다. 신라고에서 지도자로 비상을 꿈꾼다.

김유진 감독은 현역 시절 피지컬과 명석한 두뇌 플레이를 장착한 중앙수비수였다. 특히 그 당시 보기 드물게 발밑이 좋은 수비수였다. 수원삼성을 통해 K리그 무대에 발을 내디뎠고, 경찰청축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부산아이파크, 사간도스(일본), 요코하마F.마리노스(일본), 랴오닝 홍원(중국), 방콕유나이티드(태국), 무앙통유나이티드(태국) 등 한중일, 태국 등 아시아 무대를 두루 경험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 스카우트를 맡아 옥석 발굴에 나섰고, 올해 1월 지도자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뗐다.

올겨울 김유진 감독이 이적 시장에 등장하자 K리그 다수 팀이 코치직, 스카우트직을 제안 했지만. 경상북도 경주로 향했다. 신라고는 최근 김해승(강원), 박한결(전남드래곤즈) 등 프로를 배출하며 서서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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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 부임 한 달, 갈 길 멀지만 3년 안에 우승 목표

김유진 감독은 “사실, 지금보다 더 편하고 조건도 괜찮은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신라고를 택했다. 이유는 도전을 위해서다. 축구에 애정이 많으신 신라고 교장선생님도 내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이제 팀을 맡은지 한 달이 됐다. (양)현준이와 함께 했던 차우람 수석코치에게 이곳에서 함께하자고 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 현역 시절 김병수(전 강원) 감독님의 지도를 받으며 4관왕 주역으로 대활약했던 이상한 코치, 지도자 B급 교육을 받을 때 알게 된 김창용 골키퍼코치까지 우리 신라고 팀으로 꾸렸다”고 밝혔다.

신라고 지휘봉을 잡은 후 김유진 감독은 정체됐던 팀 스타일과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인 ‘믿음’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잔류시켰고, 외부에서 수혈도 해왔다. 현재 축구부원은 22명이다.

그는 “냉정히 현재 전력은 약하다. 내가 신라고를 맡기 전에 14명 정도 팀을 나갔다. 학부모님들이 걱정을 하셨다. 내가 직접 설득했다. 비전을 이야기했고, 함께할 코칭스태프도 빠르게 인선했다. 부모님들과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했다. 의견을 수렴했고, 지금도 수시로 회의를 한다. 이전과 다른 분위기에 아이들도 행복해한다”면서, “이제 새로운 팀이 만들어졌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대신 부모님들께 확실히 말씀드렸다. 지금 당장 잘하는 것보다 앞으로 더 노력하고 잘하면서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민감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 대학에 가느냐, 프로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물론 성적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2, 3 년 뒤에 축구선수로서 꽃을 피울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지금까지 연습 경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오자마자 수도권 축구 명문 대학교 팀들과 연습 경기를 잡았다. 5, 6골을 먹더라도 부딪혀보라고 했다. 처음에 주눅 들더니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과 서로를 향한 믿음도 생기더라. 나와 코치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발을 넓히고 아이들에게 하나씩 신경 쓰며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신입생을 내가 직접 선발할 계획이다. 이 선수들이 3학년이 됐을 때 어떤 팀이 될지 기대된다. 발전, 숙성 기간을 거치면 3학년이 돼 꽃이 핀다. 우리팀이 ‘좋은 팀’이라는 걸 알면 서로 오려고 할 것이다. 3년 안에 전국대회 우승이 목표다”라고 밝은 내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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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에 미친 김병수 감독처럼... “오로지 축구 생각”

김유진 감독의 롤모델은 영남대학교 시절 믿고 쓰는 ‘영남대산’을 수 없이 배출한 김병수 감독이다. 강원에서 감독과 스카우트로 만나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 사이다. 김병수 감독은 프로에서 서울이랜드와 강원을 지휘했다. 강원 시절 ‘병수볼’이라는 축구 스타일을 선보였다.

“내가 15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10명의 감독님을 만났다 훈련을 해보면 감독님의 능력과 철학을 알 수 있다. 성적과 별개다.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가르치느냐, 김병수 감독님은 항상 많은 생각을 하시고, 축구적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식이 있다. 축구를 정말 사랑한다. 밤새 축구를 보시고, 전술판을 만지작, 화장실에 가실 때도 페이퍼를 들고 가신다. 돌발 변수나 디테일한 면까지 생각하신다. 감독님과 같이 해본 선수들은 푹 빠진다. 무엇보다 축구의 방향성이 확실하다. 내가 존경하는 이유”라면서, “처음에 선수들이 죽겠다고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하다 보니 ‘어!? 이게 되네’라고 느낀다.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직접 지도하는 감독님은 거의 없다. 선수들을 운동시키고 관리하고 축구적으로 늘 연구하시는 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분이다. 내가 강원 스카우트를 할 때 ‘1억 원을 덜 받아도 오고 싶다’는 선수가 있을 정도였다.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면서 축구할 때는 축구 생각만 나게 만든다. 내 입장에서 신선하고 놀라웠다. 우리 아이들도 축구를 공부하게끔, 가끔 숙제도 내주면서. 그렇게 해야 지금보다 내일, 내일보다 한 달, 내년에 더 발전한다“며 김병수 감독의 가르침과 자신의 축구 철학을 접목시킬 것을 다짐했다.

■ “양현준, 토트넘전 활약 이유 있어... 많이 경기 뛰고 연습한 결과”

선수 시절 ‘축구 천재’, 감독으로 ‘전술 천재’인 김병수 감독이 매료된 선수가 있으니 바로 양현준이다. 그가 김유진 감독(당시 강원 스카우트)에게 “잘 키워서 반드시 데려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김병수 감독 품에 안긴 양현준은 날로 성장했고. 현재 강원 수장인 최용수 감독의 튜터링이 더해지면서 더욱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토트넘을 혼쭐냈다.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미국 MLS의 한 팀이 양현준에게 300만 달러(39억 원)의 정식 영입 제안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팀이 군침을 흘렸다. 그러나 잔류했다. 강원은 양현준의 연봉을 두 배로 인상했다. 안타깝게도 연봉 상한선에 발목을 잡혔다. 그동안 활약이나 현재 그의 가치, 미래를 감안하면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처럼 양현준이 가치를 인정받고 날로 커가는 모습을 본 ‘매의 눈’ 김유진 감독은 뿌듯하다. 그는 “현준이를 처음 본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광양제철중학교와 경기할 때였던 거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계속 지켜봤다. 고등학교를 프로 산하 유스 팀으로 가려고 했는데,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부산정보고로 향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현준이가 나를 믿어줬다. 고마웠다. 김병수 감독님이 서울이랜드에 있을 때 내게 ‘잘 키워서 프로로 꼭 데려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강원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입단 직후부터 워낙 성실했다. 지금은 더 잘하고 있다”고 흐뭇해하면서, “요즘도 항상 전화가 온다. 차우람 수석코치와 정말 친하다. 현준이는 축구하는 후배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유니폼, 축구 용품을 보내준다. 휴식기 때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숏게임도 하고 운동도 같이하면서 알려준다”라고 미담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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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전은 양현준 인생에서 기억될 만한 장면 중 하나다. 아직 많은 축구팬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김유진 감독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대단했다.

그는 “사실 현준이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세 단계 정도랄까, 예상보다 자신감과 실력 모두 빨리 올라왔다.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기본적인 인성이 최고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축구에 있어서 욕심이 많고, 죽기 살기로 한다. 이런 아이들이 자신감이 붙고 잘됐을 때 무섭게 성장한다. 차우람 수석코치가 잘 가르친 덕분이다”라며 자신의 오른팔에게 공을 돌렸다.

■ “제2의 양현준 발굴이 목표”

김유진 감독은 현역 시절 빅스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무대를 통해 몸소 느낀 경험과 스승들의 가르침을 토대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살고 있다. ‘지도자로서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면서도 ‘나의 강점과 노하우가 우리 제자들의 피와 살이 되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의지다.

“나는 선수 시절 국내보다 해외에 더 오래 있었다. 원래 포지션은 정통 공격수였는데, 프로에 와서 중앙 수비수로 바꿨다. 내 자랑이 아니라 기교 있게 볼을 잘 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 수비를 할 때 위험하다고 볼을 막 걷어내고 무작정 몸으로만 부딪히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가끔 과거를 떠올려보면 내가 축구를 하면서 대다수 국내 감독님들이 ‘볼을 다루지 말고 그냥 몸으로 들이받아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해외에서는 아니더라. 외국인선수라 그런지 몰라도 항상 리드했다. 중앙 수비수가 올라가서 풀어줄 때 풀어주고, 볼도 연결해주면 동료들도 편하다.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일본, 중국, 태국에서 감독님들이 많이 칭찬해주셨다. 솔직히 국내보다 해외가 편했다. 국내에는 빌드업을 안 좋아하는 감독님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축구는 계속 변하고 진화한다. 틀에 박힌 체스판의 말처럼 정해진 공간으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 현대 축구는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발휘하고 이것이 개인 능력, 팀 전력으로 극대화된다.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느낀 점은 자신감이 70~80%다. 무엇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다섯 번 실수하면 세 번으로 줄이면 된다. 그러기 위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집중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늘 피드백을 한다. 순간마다 자신 있게 하라고. 주눅 들었던 아이들도 차츰 자신감이 붙더라. 처음에 왔을 때 킥만 하길래 놀랐다. 계속 바꿔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봐야 안다. 연습 때 실컷 패스로 풀어갔는데. 시합, 대회만 가면 공간에 때려 넣으라고 지도자들이 말한다. 연습을 실전에 녹아내야 한다. 실수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는 더욱 중요하다. 나중에 아이들이 돌이켜봤을 때 ‘우리 감독님이 어떻게 지도해주셨구나, 이런 감독님이셨지. 그래서 대학교에 프로에 가서 이렇게 하라고 미리 알려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제자들에게 인정받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할 것인지. 존경하는 ‘병수볼’을 참고할 것인가 묻자, 김유진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어휴, 김병수 감독님을 어떻게 따라가겠나. 이번 대회가 끝나면 찾아뵐 생각이다(웃음).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은 레알마드리드보다 FC바르셀로나다. 연계 플레이를 통한 빌드업 축구다. 아이들이 볼을 소유하고 잘 다룰 때 행복하고 덜 힘들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분명 차이가 있다. 틀에 박힌 것보다 빼앗겨도 자신 있게, 잘해야 한다는 것보다 재미있게. 볼을 공유하듯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면서, “솔직히 지금 당장 이런 축구를 해야 한다, 하겠다. 그런 것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르냐, 서로의 믿음이 중요하다. 지도자는 선수 개인의 역량을 이끌어내야 한다.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게 피는 꽃도 있다. 당장의 실력보다 축구를 이해하고 사제(師弟)지간의 믿음과 신뢰가 우선이다. 한 가지 목표는 있다. 제2의 양현준을 발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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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탈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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