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본단자 "세리머니 자제한 편", '흥'국생명이 살아난다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2.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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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아본단자 인천 흥국생명 신임 감독이 23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 팀 득점에 주먹을 불끈 쥐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한 첫 경기. 아직은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감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격한 반응으로 선수들을 독려했고 경기 내내 누구보다 큰 리액션을 보였다.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3일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9 25-17 28-26)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3연승 신바람을 낸 흥국생명은 23승 7패, 승점 69로 2위 현대건설(승점 62)과 격차를 더욱 벌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권순찬 감독의 석연찮은 경질에 이어 이영수 감독 대행까지 한 경기만 치른 채 물러나겠다는 소식을 접한 베테랑 김연경과 김해란은 아연실색했다.

심지어 김연경은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쉽게 믿을 수 있겠나"라며 한탄했다. '감독 대행의 대행'이라고 불린 김대경 감독은 자신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더 이상 선수들이 동요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시 소방수를 자처했다.


그런 흥국생명이지만 이날은 완전히 달랐다. 아본단자 감독이 팀에 합류하고 호흡을 맞출 시간은 이날까지 단 사흘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본단자 감독은 빠르게 팀을 파악했고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작전판을 보여주며 "블로킹이나 수비, 서브를 어디로 넣어야 하는지, 경기 중 바꿔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해 이걸 가지고 지시하는 편"이라며 "내가 추구하는 배구는 서브, 수비, 블로킹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미 수비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천천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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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아본단자 감독(가운데). /사진=KOVO
과거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4시즌 동안 함께 했던 김연경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즌 마무리 때 오셨기에 많은 걸 바꾸려고 하시기보다는 익혀야 할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며 "특히 서브나 블로킹, 수비에서 많은 얘기를 해주신다. 그런 부분이 앞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경기 중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득점 때 누구보다 기뻐하는 태도였다. 권 전 감독 경질 이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던 흥국생명이지만 아본단자 감독으로 인해 이러한 공기가 많이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사실 오늘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이것보다 훨씬 크게 (세리머니를) 한다. 선수들과 함께 뛰고 점프도 하지만 침착하려고 했다"며 "이게 내 성격이기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연경이 생각하는 아본단자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유럽 지도자 분들은 열정도 있고 표현도 확실하다"며 "말씀대로 더 많은 파이팅을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남은 경기에서 기대를 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이 매우 맛있다. 매운 걸 좋아해 한국음식이 잘 맞는다"는 그는 데뷔전 승리 축하 음식에 대한 질문에 "파스타는 빼고. 음식이 대부분 맛있지만 파스타는 날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맛있는 레드와인과 고기가 좋을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을 위해서 파스타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특유의 유머 감각을 보였다.

2위 현대건설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제 6라운드에선 매직넘버를 카운팅하게 될 흥국생명이다.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 '흥'을 제대로 살릴 흥국생명의 신바람 질주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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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승리의 순간 코치진과 함께 포효하고 있는 아본단자 감독(가운데).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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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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