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악몽→韓 사령탑' 클린스만, 부디 성적도 히딩크처럼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2.28 06:42
  • 글자크기조절
image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AFPBBNews=뉴스1
한국 축구 역사에 뼈아픈 순간을 안겨줬던 거스 히딩크(77·네덜란드) 감독은 4년 만에 '국민 영웅'으로 변신했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도 히딩크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KFA)는 27일 "클린스만 감독이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의 후임으로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6개월. 벤투 감독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았다.


한국 축구 팬들에겐 선수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선전했으나 '골게터' 클린스만의 멀티골에 2-3으로 지고 2무 1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전반 오른발로 띄운 뒤 왼발로 시도한 환상적인 터닝슛은 한국의 월드컵 역사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굴욕의 순간이다.

그런 그가 이젠 한국의 사령탑으로 부임한다. 클린스만은 한국 남자 대표팀의 9번째 외국인 감독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한 명이 오버랩된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선물해준 히딩크 감독이다.

image
1994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전 멀티골을 작렬했던 클린스만. /사진=AFPBBNews=뉴스1
월드컵에서 한국에 수모를 안긴 주인공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히딩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감독으로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5 대패를 안겼다. 차범근 당시 대표팀 감독은 대회 도중 경질되는 초유의 상황을 겪어야 했다. 다시는 재현되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그만큼 당시 한국 축구 팬들이 느낀 커다란 좌절감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는 가슴 한 켠에 상처를 싹 아물게 만들 만큼 한국 축구에 크나 큰 선물을 안겨줬다.


이제 '한국 감독' 클린스만이 보여줄 차례다. 선수로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1996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끌었고 슈투트가르트, 바이에른 뮌헨(이상 독일), 인터밀란, 삼프도리아(이상 이탈리아), AS모나코(프랑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등에서 뛰며 통산 620경기 284골을 기록할 정도로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적 골잡이였다.

그러나 감독으로서의 실패가 걸린다. 2008년 독일 최강팀 뮌헨을 맡아 1년도 되지 않아 우승에 실패하며 지휘봉을 내려놨고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77일 만에 사퇴했다. 이후엔 지도자 생활 없이 야인으로 지내오고 있어 현장 감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클린스만의 대표팀 감독으로서 성적은 클럽에서의 실패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아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라는 성적을 냈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미국 대표팀을 지휘봉을 잡고 2013년 북중미 골드컵 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image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을 3위에 올려놓은 클린스만 감독. /사진=AFPBBNews=뉴스1
클린스만 감독은 계약 체결 뒤 축구협회에 보낸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감독이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 한국 대표팀이 오랜 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발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전임 벤투 감독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을 지휘한 훌륭한 감독들의 뒤를 잇게 된 것을 영예롭게 생각한다. 다가오는 아시안컵과 2026년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5년 전 벤투 감독이 처음 선임됐을 때도 떠오른다. 당시에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벤투 또한 포르투갈 대표팀을 유로 2012에서 4강에 올려놨으나 이후 확실히 손꼽을 만한 커리어가 없었다. 특히 한국에 오기 직전 중국 충칭에서 부임 7개월 만에 해임된 게 결정적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도 부정적 여론이 더 많았으나 벤투는 취임 때부터 보인 확고한 철학을 밀어붙이며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모두가 안 될것이라고 했던 '빌드업 축구'를 월드컵 레벨에서 펼쳐보인 건 큰 울림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왜 클린스만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에 따라 여론의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보여줄 기회도 다가온다. 대표팀은 다음달 24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우려와 달리 재임 기간 한국에 거주하기로 한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주 중 입국해 한국 대표팀 수장으로서의 데뷔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image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 /사진=AFPBBNews=뉴스1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