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짝의 내면화" 250이 가져온 센세이션[윤상근의 맥락]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3.03.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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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BANA


(어떻게 보면 확 와닿지 않을수도 있지만) 2022년은 프로듀서 250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소리에 팝 밴드 시스템이 접목돼 '범 내려온다'를 외치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2019년 이날치가 그랬듯, 250이 K팝, 또는 대한민국 음악 신에 가져온 센세이션은 분명 기억할 만한 임팩트임에 분명하다.

250은 지난 5일 공개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 일렉트로닉 노래 및 음반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2022년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일단 기록 상으로만 봐도 250의 이번 수상에 의미가 크다. 5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4개 수상을 이뤄냈고 이는 한국대중음악상 사상 역대 최다 수상 타이 기록으로 앞서 2008년 이적과 2012년 장기하와 얼굴들이 나란히 4관왕을 차지한 바 있었다. 여기에 250은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10년 만에 올해의 음악인과 올해의 음반을 모두 가져간 아티스트가 됐다.

더욱이 250은 '뽕'으로 20년 한국대중음악상 역사상 일렉트로닉 장르로 달성한 첫 올해의 음반이 됐고, 여기에 자신이 앨범 작업에 참여한 뉴진스가 최우수 케이팝 노래상과 음반상도 거머쥐면서 250 개인으로는 사실상의 6관왕을 달성하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250을 올해의 음악인으로, '뽕'을 올해의 음반으로 꼽는 업계 분위기는 일찌감치 자자했다. 국내 주요 음악평론가들의 극찬 세례는 물론 영국 가디언지는 250을 "국제적 보물"(International treasure)이라고 수식하기도 했다. 특히 '뽕'은 일본 도쿄 유력 레코드샵 'LOS APSON?'이 꼽은 연간 베스트 음반 2위를 차지했다.


250은 영상도 역시 화제를 모았다. '뽕'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뱅버스'의 공식 뮤직비디오기 우드스탁 영화제, 보스턴 국제영화제, LA 인디 필름 페스티벌, 스웨덴 국제영화제, 베네수엘라 마라카이 국제영화제, 인도 K Asif Chambal 국제영화제, 마이애미 단편영화제 경쟁 부문과 미국 SXSW, 독일 리퍼반 페스티벌 등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악질 상무로, 이후 이제훈 주연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양진호 전 위디스크 대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백현진이 파격적인 전라 노출 신을 공개하면서 검열 삭제 조치 이슈도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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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대중음악상


'뉴진스 아버지'라는 타이틀과 함께 뉴진스 팬덤 버니즈까지 유입을 이끌고 있는 250의 음악적 장르는 일단 일렉트로니카로 분류됐지만 크로스오버를 넘어 사실상의 장르 스펙트럼 확장의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태원 DJ로 활동했다 현 소속사 BANA로 합류하고 나서는 이센스와 김심야의 주요 앨범 수록곡들을 도맡았다. 여기에 f(x) 노래 '4 Walls' 리믹스 버전을 무대에서 선사한 적도 있었고 보아 NCT 127 ITZY를 거쳐 뉴진스까지 도달, K팝과의 접점도 갖고 있었다. 프로듀서이자 DJ로서 이미 장르를 바라보는 시야가 폭넓을 수밖에 없었고 일렉트로니카 장르 특유의 트렌디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음악성은 젊은 층들의 관심을 어렵지 않게 끌어들였다.

그리고 '뽕'이 세상에 나오면서 팬들의 다양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다프트 펑크", "컨츄리 장르에 일렉트로닉이 더해진 아비치" 등은 물론 디플로, 칼빈 해리스, 플룸 등 해당 신을 풍미하고 압도했던 주요 DJ 겸 프로듀서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본으로 덥스텝 하우스 뉴잭스윙 UK 게라지 등 수많은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이에 화려한 사운드 이펙트로 활용한 패턴들이 250의 음악성이 얼마나 풍부하고 폭넓은지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여기에 뽕짝 스타일이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음을 넘어서 대척점에 있는 이 타이틀을 크로스오버한 것만으로도 첫인상은 불호에 가까울 수도 있을 법하다. '뱅버스'만 바라보더라도 그야말로 촌스러운 톤의 뮤직비디오 비주얼인데다 누가 봐도 이박사 음악성을 그대로 따라한 것만 같은 멜로디 라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50은 '뽕'을 '뱅버스' 한 트랙만으로 정의하면 안된다고 강하게 말하며 나머지 트랙들이 갖고 있는 매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물론 앨범 제목처럼 '뽕'스러운 느낌은 전반적으로 깔려있지만 노래를 속속들이 들어보면 250이 얼마나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타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했는지를 알수 있다. 인기 명작 만화 '아기공룡 둘리' 속 내레이션 목소리를 직접 가져온다든지 이박사의 '좋아좋아' 사운드에 송대관 '네 박자' 멜로디라인 변형 차용 등 힙합 프로듀싱 DJ의 샘플링 기법도 절묘하게 활용했다.

250은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뽕'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통 사람이 가만히 있을 때 어딘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 지점에서 시작된 음악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뽕짝은 비트나 구성이 되게 극단적인 음악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동대문이나 동네 하천을 걸으면 노인 분들이 뽕짝을 들으면서 산책을 하세요. 그분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음악이거든요. 그 음악을 계속 듣고 계시는 건 삶의 어느 부분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삶의 덧없음과 허무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음악이 아닌가 싶어요.

'뽕'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뽕짝 음악을 생각하실 텐데 사실 뽕짝 음악을 만드는 방법 자체는 굉장히 쉽거든요. 단적으로 이박사님을 찾아가서 '요즘 재미있는 후배들 없냐'고 물어보고 그분들과 작업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방법은 성취감이 없을 것 같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아요. 일단 제가 나이가 있으니 왜 이제서야 첫 앨범이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 2년간은 '뽕짝이라는 틀에 내가 얼마나 음악을 잘 만드는지 보여주자'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창'을 발매할 즈음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 후 사운드 클라우드, 멜론, 비트포트 같은 사이트에 한 번도 안 들어갔거든요. 그러면서 뽕짝이 내면화가 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앨범을 만들면 그게 뽕짝이 될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초반 2년의 작업물 중 살아남은 건 두 곡 정도예요."

'뽕'이 대한민국 음악 신에 가져온 센세이션은 앞으로 250의 다음 행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 것 같다. 이 앨범이 갖고 있는 호불호를 떠나 본인이 하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라고 스스로 확신하며 인지한 '뽕짝의 내면화'는 분명 근래 보기 힘든 존재감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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