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1할 타자의 대반전 홈런포, 그러나 공 1개로 자책한 양의지 [도쿄 현장]

도쿄(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3.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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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가 9일 호주전에서 5회 역전 스리런포를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국가대표 안방마님 양의지(36·두산)는 대표팀에서 1할 타자였다. 그랬던 양의지가 도쿄돔에서 한 방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기를 내줬고 "리드를 잘하지 못했다"며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호주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1차전에서 7-8 재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제 한국은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B조 조별리그에서 2위 안에 드는 두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일단 전력상 쉽지 않은 일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10일 오후 7시 펼쳐지는 한일전에서 승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비록 호주전에서 패했지만, 안방마님의 타격 감이 살아난 건 수확이었다. 이날 한국은 4회까지 호주 마운드를 상대로 단 한 점도 내지 못한 채 고전했다. 반면 호주는 한국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3회 희생타, 4회 솔로포로 각 1점씩 뽑으며 2-0 리드를 잡았다.

여전히 한국이 0-2로 뒤지고 있던 5회말. 1사 후 김현수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박건우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1,2루 기회를 잡았다. 한국의 첫 안타였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 여기서 양의지는 호주 투수 다니엘 멕그래스를 상대로 3구째를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양의지는 사실 공격 쪽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내지 못했다. 2015 프리미어12, 2017 W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까지 국가대표로 총 31경기서 타율은 0.169(83타수 14안타)에 불과했다.

그래도 양의지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누구보다 노련한 리드를 펼쳤다. 대표팀 투수들도 양의지만 믿고 공을 던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모처럼 대표팀서 홈런을 친 양의지는 1루로 가면서 '폴짝' 뛰기도 했다. 좀처럼 경기장에서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기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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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가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WBCI(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직위원회) 제공
한국은 6회 1점을 추가하며 4-2까지 달아났다. 이제 최상의 시나리오는 불펜진을 잘 활용해 이 2점 차 리드를 잘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7회 구원 등판한 소형준이 퍼킨스에게 몸에 맞는 볼, 보야르스키에게 중전 안타를 각각 허용했다. 후속 케넬리의 희생번트가 나오면서 1사 2, 3루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한국은 투수를 김원중으로 교체했다. 김원중은 홀을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처리하며 한숨 돌렸다. 5구째 볼로 떨어지는 포크볼(132㎞)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여기까지는 투수 리드가 좋았다.

그러나 다음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타석에 선 타자는 로비 글렌디닝. 김원중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2구째 볼을 던졌다. 구종은 모두 포크볼이었다. 그리고 3구째. 김원중의 포크볼(134㎞)이 양의지 미트 쪽으로 제구가 형성될 정도로 높았다. 결과는 역전 허용 3점포. 사실상 한국이 승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1루가 비어있다는 사실을 배터리가 염두에 뒀다면, 어렵게 승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실시한 인터뷰에서 양의지는 "팀은 패했지만,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자책이 앞섰다. 양의지는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데, 제가 수를 잘 쓰지 못한 게, 리드를 몇 가지 잘못한 장면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양의지는 "남은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사한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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