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가 9일 호주전에서 5회 역전 스리런포를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호주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1차전에서 7-8 재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제 한국은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B조 조별리그에서 2위 안에 드는 두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일단 전력상 쉽지 않은 일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10일 오후 7시 펼쳐지는 한일전에서 승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비록 호주전에서 패했지만, 안방마님의 타격 감이 살아난 건 수확이었다. 이날 한국은 4회까지 호주 마운드를 상대로 단 한 점도 내지 못한 채 고전했다. 반면 호주는 한국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3회 희생타, 4회 솔로포로 각 1점씩 뽑으며 2-0 리드를 잡았다.
여전히 한국이 0-2로 뒤지고 있던 5회말. 1사 후 김현수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박건우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1,2루 기회를 잡았다. 한국의 첫 안타였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 여기서 양의지는 호주 투수 다니엘 멕그래스를 상대로 3구째를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양의지는 사실 공격 쪽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내지 못했다. 2015 프리미어12, 2017 W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까지 국가대표로 총 31경기서 타율은 0.169(83타수 14안타)에 불과했다.
그래도 양의지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누구보다 노련한 리드를 펼쳤다. 대표팀 투수들도 양의지만 믿고 공을 던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모처럼 대표팀서 홈런을 친 양의지는 1루로 가면서 '폴짝' 뛰기도 했다. 좀처럼 경기장에서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기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양의지가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WBCI(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직위원회) 제공 |
그러나 다음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타석에 선 타자는 로비 글렌디닝. 김원중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2구째 볼을 던졌다. 구종은 모두 포크볼이었다. 그리고 3구째. 김원중의 포크볼(134㎞)이 양의지 미트 쪽으로 제구가 형성될 정도로 높았다. 결과는 역전 허용 3점포. 사실상 한국이 승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1루가 비어있다는 사실을 배터리가 염두에 뒀다면, 어렵게 승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실시한 인터뷰에서 양의지는 "팀은 패했지만,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자책이 앞섰다. 양의지는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데, 제가 수를 잘 쓰지 못한 게, 리드를 몇 가지 잘못한 장면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양의지는 "남은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사한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