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은 강팀을..." 韓 상대한 적장들의 하나같은 외침이었다 [도쿄 현장]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한국을 상대한 적장들은 하나 같이 한국은 강팀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랬기에 이번 대회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한국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중국 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최종 4차전을 치른다.


이제 대표팀 운명은 하늘에 달렸다. 앞서 한국은 호주와 1차전에서 7-8로 패한 뒤 일본과 2차전에서는 4-13으로 대패했다. 호주전을 가져갔다면 비록 일본전을 내주더라도 3승 1패와 함께 조 2위의 성적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호주전 패배로 모든 게 꼬이고 말았다.

한국 야구는 한때 세계 야구계가 주목할 정도로 막강한 저력을 발휘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6년 초대 WBC 대회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09년 제2회 WBC 대회로 이어지는 시기였다.

초대 대회에서는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박찬호와 이승엽, 김병현, 김선우, 구대성, 봉중근, 서재응, 최희섭이 총출동하며 말 그대로 드림팀을 꾸렸다. 여기에 이종범, 배영수, 김태균, 오승환, 김동주, 박재홍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1라운드 일본전에서는 8회 이승엽의 역전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라운드에서는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이 버티고 있는 미국을 물리쳤고, 일본에 또다시 승리했다. 비록 4강에서 다시 만난 일본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 야구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린 시간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신화와 함께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야구는 2009 WBC 대회서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일본과 무려 5차례나 치열하게 맞붙었다. 1라운드 첫 대결에서는 2-14 콜드게임패를 당했지만 이어진 조 1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2라운드에서는 1승씩 주고받았고, 준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이후 한국 야구는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3 WBC 대회서는 타이중 참사, 2017 WBC 대회는 고척 참사로 불리며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이번 대회서도 아직 탈락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호주에 패하고 일본에 대패하며 '도쿄 참사'를 면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상대한 적장들은 늘 한국 야구를 치켜세우며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의 데이브 닐슨 감독은 한국전 승리 후 "한국과 팽팽한 경기를 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오는 승장의 코멘트였다. 한 차원 다른 전력을 자랑한 일본의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도 "한국이 강한 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경기에 이기려 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비록 한국에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체코의 파빌 하딤 감독도 "세계 랭킹 2~4위를 오르내리는 한국과 끝까지 열심히 싸웠다. 한국의 프로 대표 선수들을 존경한다"며 존중의 자세를 보였다. 그런 한국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것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이토록 적장들도 하나같이 존중하고 치켜세웠던 한국 야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번 대회가 끝난 뒤 KBO와 현장이 모두 힘을 합쳐 처절하게 반성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