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관훈클럽TV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하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방 의장은 "K팝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지만 난 사실 음악을 좋아하는 작곡가가 됐을 뿐 직접 사업할 줄은 몰랐다. 어떤 경우에도 사업은 절대 안 할 거라고 친한 친구인 박진영 씨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 뮤직을 설립, 하이브 의장을 맡으니 인생은 아이러니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난 음악을 오래 하고 싶었다. 그런데 작곡가는 본질적으로 프리랜서라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나이를 먹더라도 영원히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차리자고 했다"라며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5년 후, 10년 후가 됐든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멀티 레이블을 구축한 결과다. 음악을 오래 하고 싶었는데 음악을 안 해도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난 원래 모나고 편협했다. 내 뜻을 굽히고 양보하는 것도 필요했다. 불순한 동기로 시작한 사업이 날 잘 웃고 배려하는 걸 알려줬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라며 "또 하나 놀라운 건 K다. 국가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게 되고 글로벌 마켓에서 사업을 하면서 K팝의 K를 다시 생각했다. 지금은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K팝 시장, 삼성·현대 같은 글로벌기업 등장 필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관훈클럽TV |
그는 "관광 산업으로 보면 'K팝을 경험하고 싶어서'란 이유가 있다. 한국인 K팝 시장은 인종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고 문화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재능있는 크리에이터 발굴과 세계 문화 진출에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지리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해야 지속적인 산업을 하는 글로벌 산업이 됐다"라고 얘기했다.
다만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글로벌 전체로 보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는 것 때문이었다. 방시혁은 "글로벌 음반 매출 점유율로 (K팝은) 2% 미만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소니 뮤직, 워너 뮤직은 한 회사가 15~30% 정도이고 3사를 합치면 67.4%를 차지한다. 한 마디로 현재 K팝은 다윗과 같다"라며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K팝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차트인은 53% 감소, 음반 시장 수출도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인다. 동남아시아에도 역성장을 보인다. 전년도 동기 대비 -30%, 스포티파이에서도 작년 대비 23% 감소했다. 글로벌 K팝은 있지만 걸출한 K팝 회사는 없다"라고 밝혔다.
방 의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3가지로 △세 시장 내 존재감 및 영향력 강화, △슈퍼스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운영방식, △슈퍼 IP 탄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진화 등을 꼽았다.
◆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중단 이후..
/사진제공=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
방 의장에 따르면, 하이브는 2022년 중순 쯤 좋은 기회가 왔으나 'SM 인수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란 생각으로 멀어졌다고. 이후 "우리에게도 갑작스럽게 이수만 씨에게 연락이 왔고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다. 당시엔 과거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이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인수해도) 좋을 거 같아 인수를 결정했다. 이수만 씨 지분을 인수하고 평화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 과열, 생각 이상 치열한 인수전에 대해 예상 밖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SM을 생각해서 명확한 가치가 있었다. 어느 순간 그 가치를 넘어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갈 거냐'는 논의가 있었다. 다만 하이브엔 '하이브스러움'이란 말이 있다. 이게 '하이브스러운지' 논의했고 어느 순간에도 합리적이고 맞는 결정을 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방 의장은 "우리가 처음 인수전에 들어갈 때 생각한 가치를 넘어선 과정에서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 전쟁으로 바라보고 들어갈 수 없었다. 동시에 인수 비용은 외부에서 볼 땐 숫자만 보이지만 인수하는 입장에선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라며 "기업 통합 과정에서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감정 노동이 들어간다. 이걸 감내하고 들어가는 건 옳지 않다고 느껴졌다. 이런 형태보단 원래 로드맵에 있던 글로벌로 나가자는 방향이었다"라고 전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
이에 따라 이번 인수전은 승패 관점에서 보는 게 어렵다며 "승과 패가 있다고 하지만 인수는 오기라든지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해선 안 된다. 미래 가치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상장사로서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얘기해도 '졌지만 잘 싸웠다'(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취재진이 방시혁에게 SM 인수전을 마친 후 이 전 총괄과 나눈 얘기를 묻자, 방시혁은 "합의 중간 이수만 씨한테 말할 수 없었다. 끝나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하더라. 실망했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한참 후배 앞에서 '너무 실망했다'라고 말하진 못할 거 같다"라고 털어놨다.
◆ "K팝 위기 이유는 방탄소년단 활동 부재"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뮤직 |
이어 "사실 첫 번째는 BTS(방탄소년단) 부재다. BTS가 가진 IP 효과가 국내와 다르다. K팝 보다 BTS의 외형이 넓고 BTS를 뺏을 때 시장이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BTS가 팀으로서 활동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위기를 느끼는 건 BTS가 내일이라도 복귀하면 돌아오냐 했을 때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BTS의 존재 여부없이 (K팝을 일으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명확한 이유를 찾긴 어렵다. 음반 판매는 문화 행태로 사게 되는데 그걸 현지 국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등 영향을 받아 조사해야 한다. 음원이나 여타 다른 문제도 그렇다"라며 "BTS 낙수효과로 K팝 접점이 생기는 것처럼, 팬덤 플랫폼을 통해서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을 입점시키고 잠재 팬덤을 늘려가는 방식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방탄소년단의 재계약과 관련, "BTS 재계약 얘기는 사회적 파장이 크다. 그래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우리가 투명성을 위해 계약 기간을 공개해 왔다. 사실 계약 기간이 좀 남아있다"며 "여기서 말하는 건 주제 넘어선 얘기"라고 단언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