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학폭만 있나..핏줄이 더 무서운 가정폭력 [김미화의 날선무비]

날선 시선으로 보는 영화 , OTT 이야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3.03.19 11:00 / 조회 :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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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 글로리' 스틸컷


[김미화 스타뉴스 기자]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만큼이나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낸 인물이 있다. 바로 문동은(송혜교 분)의 엄마 역할을 맡은 정미희(박지아 분)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

꽃다운 10대인 동은의 인생을 망친 이들은 많다. 특히 연진(임지연 분)을 비롯해 재준(박성훈 분), 사라(김히어라 분), 혜정(차주영 분), 명오(김건우 분) 등 학폭 5인방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학교 폭력을 방관한 선생님도 똑같은 가해자다.

동은에게 학폭을 저지른 친구들만큼, 동은의 인생을 갈기갈기 찢은 존재가 있다. 바로 가정, 누구보다 딸을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했을 엄마다.

정미희는 고등학생 당시의 문동은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용기를 내고 또 내서 학교 폭력을 고발했을 당시 연진의 엄마로부터 합의금조로 돈을 받으며 일을 마무리했다. 엄마는 동은의 자퇴서에 '부적응'이라고 쓰며 서명을 했고, 문동은의 삶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졌다. 연진을 낳았고, 어느정도 키웠지만 힘든 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엄마가, 엄마이자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딸의 삶을 돈과 맞바꿨다. 그 어떤 고민도 죄의식도 없었다.

'더 글로리' 파트2에 등장한 엄마는 더욱 무서웠다. 낳았다는 이유로, 핏줄이라는 이유로 동은을 쫓아다녔고 마치 자신의 삶의 목적이 딸의 인생을 망치는 것인냥 동은을 괴롭혔다.

연진을 통해서 딸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연진에게 돈을 받고, 딸이 학교에서 짤리게 하기 위한 일들을 벌였다. 동은이 구해놓은 집을 찾아가 술을 마시고, 난동을 피우고, 남자를 불러들였다. 딸의 이름을 팔아서 초등학생 부모들에게 연락해서 뇌물을 받았고, 딸의 남자친구인 여정(이도현 분)에게까지 연락하며 딸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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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 글로리' 스틸컷


자신을 찾아온 엄마에게 집을 내 줬음에도 다시 한번 딸의 인생을 짓밟은 엄마를 향해, 동은은 절규한다. "그것만은 하지 말았어야지"라며 또 연진과 손을 잡고 자신의 인생을 망치려는 엄마에게 오열한다. 단지 낳아줬다는 이유로,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동은은 보호받지도 못하면서 작정하고 딸을 괴롭히는 엄마의 미친 행동을 견뎌내야했다. 가족이라는 질긴 인연 속, 무표정한 동은은 눈물을 쏟아냈다.

알콜중독에, 정신이 나간듯한 모습을 잘 표현한 박지아의 연기 덕분에 시청자는 연진을 보는 것보다 더 끔찍하게 동은의 엄마를 바라볼 수 있었다. 동은의 집에서, 딸이 가장 무서워하는 불을 들고 협박하는 동은 엄마의 모습에서 시청자의 인내심도 끊어지고 만다. 그런 엄마의 마지막 모습에서 우리는 '핏줄이라 가능한' 동은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즐겁기만 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도 있고 고민도 있고 힘든 일도 생긴다. 이런 일을 함께 이야기 할 가족이, 위로해줄 가정이 있다면 사람들은 치유가 된다. 꼭 핏줄이 섞인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같은 친구, 가족같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가족이, 가정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된다면 동은 같은 사람도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처럼 '더 글로리'는 한 소녀가 겪는 폭력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학교폭력 뿐 아니라, 가정폭력, 또 동은의 직장인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어린 아이들의 치마 속을 찍으며 휘두르는 폭력, 선생님이 학생들을 향해 저지르는 폭력,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 사이의 폭력, 사회적 시선이 주는 폭력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담았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향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내밀어 주는 손, 작은 호의 하나가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폭력에 내몰린 사람들, 그들이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이 사회가 조금 더 변화해야 한다. 또 작은 마음 하나가 위로가 되어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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