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데뷔 때부터" 강백호, '우익수 복귀'가 반가운 이유 [수원 현장]

외야수 복귀를 선언한 KT 강백호. /사진=KT 위즈

[수원=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나이도 어린데 지명타자로만 쓸 수는 없으니..."

KT 위즈로 복귀한 이강철(57) KT 위즈 감독이 함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마음고생을 했던 강백호(24·KT 위즈)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데뷔 시즌 외야에서 활약했던 강백호는 1루수를 거쳐 다시 외야로 돌아간다.


이강철 감독은 20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를 앞두고 "라이트(우익수)를 줘야할 것 같다"며 "본인도 원한다. 멀리봐야 하기도 하고"라며 제자의 포지션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팀과 감독, 본인 스스로에게도 불안함보다는 반가움이 더 큰 결정이다.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불러일으킨다.

강백호는 뛰어난 타격 재능으로 2018년 29홈런을 날리며 데뷔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엔 정교함까지 보태며 KBO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로 거듭났다.


첫 시즌 좌익수로 뛰었던 강백호는 강한 어깨를 자랑하며 보살을 7개나 잡아냈다. 이듬해 강한 어깨를 살려 우익수로 이동해 활약했다.

다만 수비력만 놓고 보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카드들이 있었다. 2020시즌부터 1루수로 자리를 옮기게 된 이유다. 2년 동안 주로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지난 시즌엔 부상까지 겹치며 경기 출전 기회가 확 줄었고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던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외야수 변신을 준비했다.

강백호가 20일 두산과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강백호는 "준비는 데뷔 때부터 돼 있었다. 1루도 보고 외야도 보고 멀티로 할 것 같다. 계속 (경기에)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요청을 드렸다"며 "1루에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원래 보던 포지션으로 가고 싶어서 말씀드렸다. 부담도 좀 덜하고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강철 감독으로선 선수 활용 폭이 더욱 넓어졌다. 심우준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지만 황재균과 박병호, 박경수, 오윤석, 신본기 등에 자유계약선수(FA) 김상수와 신인 류현인까지 더해져 내야는 포화상태다. 강백호가 외야에서 뛴다면 박병호를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야수진 구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이강철 감독과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국 캠프에서도 꾸준히 대화를 한 결과 나온 결정이다. 캠프에선 WBC에 맞춰 1루수 훈련에 전념했지만 이미 두 시즌이나 외야수로 뛰어본 경험이 있기에 걱정은 없다.

수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강백호는 첫 두 시즌 큰 문제없이 외야 수비를 해냈다. 그러나 1루수를 맡은 뒤 실책이 급격히 늘었다. 2020년엔 10개, 2021년엔 19개로 불어났다. 이젠 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타격에 전념할 수 있다.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6번째 시즌을 맞는 강백호는 이정후와 함께 해외에서 주목하는 타자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는 1년 선배이자 외야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강백호는 이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이른 이야기인 것 같다. (포지션 변경이) 그것 때문인 건 아니"라며 "수비에 대해 신경 많이 쓰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 대한 결정 잘하고 나서 말씀드리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특유의 당당한 태도는 여전했지만 자칫 경솔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은 발언에 대해선 말을 아끼거나 자세를 낮췄다. 그럼에도 강백호가 이정후 이후 가장 유력한 빅리그 진출 후보라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바뀐 포지션에서 얼마나 안정감을 보일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