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커 2명 상대로 강스파이크... 소심한 꽃미남이 에이스로 각성한 순간

장충=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3.23 05:46 / 조회 : 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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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임성진./사진=한국배구연맹
[장충=김동윤 스타뉴스 기자] 한국전력의 꽃미남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24)이 차세대 에이스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한국전력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3-1(25-19, 25-18, 18-25, 25-2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정규리그 4위였던 한국전력은 2년 연속 3위 우리카드를 이기고 24일부터 시작될 2위 현대캐피탈과 3전 2선승제 플레이오프 무대를 치르게 됐다.

이날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제3의 공격수의 존재였다. 두 팀이 자랑하는 아가메즈-나경복(우리카드), 타이스-서재덕(한국전력) 쌍포는 이날도 각각 42점, 40점을 합작했다. 하지만 임성진이 11점, 신영석이 9점을 기록한 한국전력과 달리 우리카드의 이상현, 송희채는 도합 10점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그중 4세트부터 제2옵션으로 올라선 임성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임성진은 4세트에만 6점을 뽑으면서 지친 서재덕과 타이스의 짐을 덜어줬다. 특히 한국전력이 23-22로 앞선 상황에서 우리카드 블로커 두 명을 상대로 강스파이크를 시도해 터치 아웃을 끌어낸 장면은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권 감독은 20일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사전 인터뷰에서 "(과거 가르쳤던) 김지한은 코트에서 욕심도 있고 파이팅도 넘치는데 임성진은 그런 부분이 약하다. 둘을 섞어 놓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라고 일말의 아쉬움을 표현했었다. 천성이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함께한 14년 지기 임동혁(대한항공)도 "14년 간 (임)성진이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정말 착하고 친구로서 참 좋은 사람"이라며 인증한 바 있다. 하지만 소심하고 착한 성격 아래에는 그보다 더 강한 책임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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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임성진./사진=김동윤 기자


미디어데이 사전 인터뷰 당시 임성진은 올 시즌 친구 김지한과 있었던 장충에서의 명승부에 대해 "요즘 남자배구 인기가 떨어졌다고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그때처럼 재미있는 장면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 오히려 그런 상황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뒤이은 공식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는 "감독님이 미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이번에 그 미친 놈이 돼보겠다"며 그답지 않은 패기를 내보였었다. 남자 배구 선수로서, 한국전력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이 묻어 나오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끝내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권 감독의 지시 아래 4세트부터 임성진에게도 많은 공이 가기 시작했고, 그는 거침없이 강스파이크를 때려 넣었다. 4세트 매치 포인트를 만들고 포효하는 임성진의 모습은 껍질 하나를 벗어낸, 각성한 에이스 그 자체였다.

경기 후 임성진은 "어떻게든 4세트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서)재덕이 형, 타이스가 3세트까지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서 체력이 떨어졌다 느꼈고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23-22에서 백어택 상황) 그때도 (하)승우 형이 못 띄울 줄 알았는데 올라와서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때렸다"고 전했다.

이에 팀 선배 서재덕은 "감독님이 평소 (임)성진이가 조금 소심하다고 평가했었는데 오늘은 그런 부분이 안 보였다. 오히려 경기 막판에는 내가 성진이에게 기대는 면도 있었다. (주전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배포도 생겼고 지난해보다 훨씬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고 대견해했다.

권 감독 역시 "(임)성진이가 오늘 경기로 인해 한층 더 성장할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자신감을 얻었으니 플레이오프에 가면 더 잘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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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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