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효율 80%→19점 폭격' 김연경, 알고도 못 막는 'GOAT' [현장 분석]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3.30 06:34 / 조회 : 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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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서브를 준비 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KOVO
[인천=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당연히 마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향한 맞춤 봉쇄전략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배구여제' 김연경(35·인천 흥국생명)은 승부처에서 해결사로 활약하며 팀을 통합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로 인도했다.

김연경은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블로킹 2득점, 서브에이스 하나를 포함해 26득점, 공격성공률 45.1%를 뽐내며 세트스코어 3-1(27-25, 25-12, 23-25, 25-18) 승리를 이끌었다.

작정하고 김연경을 저지하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뻔히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중요한 무대에서 여제의 위엄이 더 빛났다.

도로공사로선 단연 김연경 봉쇄가 승부의 키였다. 김연경은 올 시즌 공격 성공률 1위(45.76%), 득점 5위, 오픈 공격 4위로 왜 그가 배구계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평가를 받는지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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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옮긴 도로공사 캣벨(오른쪽)을 앞에 두고도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는 흥국생명 김연경(왼쪽). /사진=KOVO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경기 전 김연경에 대비한 특별한 전술을 공개했다. 그는 "방어적인 측면에서 캣벨의 높이가 좋으니 (김연경 앞에) 세우는 것"이라면서 "상대도 캣벨이 아포짓(라이트)에 위치하는 것에 대한 분석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노림수"라고 밝혔다.

캣벨은 신장 188㎝로 김연경(192㎝)과 차이가 적은 선수 중 하나다. 평소 김연경과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서 반대편에 서 있어 마주할 일이 많지 않았으나 김종민 감독은 김연경을 봉쇄하기 위해 그의 위치를 옮겨 김연경 앞에 서도록 한 것.

도로공사의 전술은 2세트까진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2세트까지 단 7점에 그쳤다. 경기 후 만난 김연경은 2세트까지 부진에 대해 "도로공사가 잘 했던 것도 맞지만 마크를 하니 점유율을 나눠가지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보니 초반엔 (개인적인) 흐름이 잘 안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로공사엔 득이 없었다. 김연경이 상대의 전략을 예상하고 있었던 게 컸다. 상대의 덫을 뻔히 읽은 김연경은 무리하게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공격 점유율이 20.73%에 불과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했다. 블로킹으로 2득점을 보탰고 리시브 효율 80%(4/5)를 기록했고 디그도 8개를 시도해 6개나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이 첫 두 세트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

김연경이 배구계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이유는 공격적 능력 뿐 아니라 수비까지도 정상급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8위, 디그 10위 등 다양한 툴을 갖춘 선수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이날도 1,2세트 공격의 부진을 수비에서 메웠다. 물론 공격에서도 1세트 듀스 상황에서 마지막 득점, 2세트 8연속 서브 등으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놓는 등 눈에 띄지 않는 공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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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가운데)이 경기 도중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KOVO
잠잠했던 김연경은 3세트부터 본격적으로 칼을 꺼내들었다. 3,4세트 김연경은 홀로 19점을 몰아쳤다. 2세트까지 23.53%에 불과했던 공격성공률은 3세트 42.11%(8점)로 뛰어올랐고 4세트엔 73.33%의 적중률로 11득점, 팀에 승리를 안겼다.

김연경은 "캣벨 포지션이 다르게 나왔고 예상을 못한 건 아니었다. 그것에 대해 공격하는 방법을 준비했다"며 "상대가 유효 블로킹을 득점으로 잘 살리는데, 페인트, 블로커 터치 아웃 등으로 점수를 내는 걸 준비했다. 당연히 마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천하의 김연경이라고 긴장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압감이 큰 상황 속에서도 헤쳐나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그다. "챔프전이다 보니 한 경기에 모든 게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직됐다기보다는 스스로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이럴 때 여유를 갖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1차전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고 있어서 더 이기려고 하다보니 그런 모습이 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1차전이 (우승으로 가는데) 50%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좋은 분위기를 잡은 만큼 계속 분위기를 이어가 2,3차전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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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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