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서브를 준비 중인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KOVO |
자신을 향한 맞춤 봉쇄전략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배구여제' 김연경(35·인천 흥국생명)은 승부처에서 해결사로 활약하며 팀을 통합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로 인도했다.
김연경은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블로킹 2득점, 서브에이스 하나를 포함해 26득점, 공격성공률 45.1%를 뽐내며 세트스코어 3-1(27-25, 25-12, 23-25, 25-18) 승리를 이끌었다.
작정하고 김연경을 저지하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뻔히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중요한 무대에서 여제의 위엄이 더 빛났다.
도로공사로선 단연 김연경 봉쇄가 승부의 키였다. 김연경은 올 시즌 공격 성공률 1위(45.76%), 득점 5위, 오픈 공격 4위로 왜 그가 배구계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평가를 받는지를 증명했다.
위치를 옮긴 도로공사 캣벨(오른쪽)을 앞에 두고도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는 흥국생명 김연경(왼쪽). /사진=KOVO |
캣벨은 신장 188㎝로 김연경(192㎝)과 차이가 적은 선수 중 하나다. 평소 김연경과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서 반대편에 서 있어 마주할 일이 많지 않았으나 김종민 감독은 김연경을 봉쇄하기 위해 그의 위치를 옮겨 김연경 앞에 서도록 한 것.
도로공사의 전술은 2세트까진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2세트까지 단 7점에 그쳤다. 경기 후 만난 김연경은 2세트까지 부진에 대해 "도로공사가 잘 했던 것도 맞지만 마크를 하니 점유율을 나눠가지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보니 초반엔 (개인적인) 흐름이 잘 안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로공사엔 득이 없었다. 김연경이 상대의 전략을 예상하고 있었던 게 컸다. 상대의 덫을 뻔히 읽은 김연경은 무리하게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공격 점유율이 20.73%에 불과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했다. 블로킹으로 2득점을 보탰고 리시브 효율 80%(4/5)를 기록했고 디그도 8개를 시도해 6개나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이 첫 두 세트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
김연경이 배구계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이유는 공격적 능력 뿐 아니라 수비까지도 정상급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8위, 디그 10위 등 다양한 툴을 갖춘 선수로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이날도 1,2세트 공격의 부진을 수비에서 메웠다. 물론 공격에서도 1세트 듀스 상황에서 마지막 득점, 2세트 8연속 서브 등으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놓는 등 눈에 띄지 않는 공헌들도 있었다.
김연경(가운데)이 경기 도중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KOVO |
김연경은 "캣벨 포지션이 다르게 나왔고 예상을 못한 건 아니었다. 그것에 대해 공격하는 방법을 준비했다"며 "상대가 유효 블로킹을 득점으로 잘 살리는데, 페인트, 블로커 터치 아웃 등으로 점수를 내는 걸 준비했다. 당연히 마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천하의 김연경이라고 긴장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압감이 큰 상황 속에서도 헤쳐나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그다. "챔프전이다 보니 한 경기에 모든 게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직됐다기보다는 스스로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이럴 때 여유를 갖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1차전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고 있어서 더 이기려고 하다보니 그런 모습이 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1차전이 (우승으로 가는데) 50%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좋은 분위기를 잡은 만큼 계속 분위기를 이어가 2,3차전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