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잡으면 돼" 정지석, 수싸움+호우 세리머니로 '펄펄 날던' 허수봉 꺾었다

인천=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3.3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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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지석./사진=한국배구연맹
[인천=김동윤 스타뉴스 기자] 정지석(28·대한항공)이 허수봉(25·현대캐피탈)과 토종 에이스 맞대결에서 먼저 웃었다.

대한항공은 30일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 스코어 3-1(20-25, 25-23, 25-23, 25-17)로 승리했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고 열흘을 쉰 대한항공,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에서 5일간 3경기 혈전을 치르고 온 현대캐피탈의 맞대결은 결과가 뻔해 보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에는 젊은 선수단의 패기와 그 분위기를 이끈 허수봉이 있었다. 허수봉은 한국전력과 3경기에서 도합 62점으로 펄펄 날면서 현대캐피탈의 챔피언 결정전 최다 진출을 이끌었다. 그 기세는 이날도 이어져서 허수봉은 66.67%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양팀 통틀어 최다인 9점을 뽑아내며 1세트를 현대캐피탈에 가져왔다. 중간중간 동작이 큰 세리머니로 원정에서도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등 에이스로서 책무를 모두 다했다.

대한항공에는 정지석이 있었다. 1세트에 주포 링컨 윌리엄스가 공격성공률 25%로 극도의 부진을 겪자, 정지석이 힘을 보탰다. 2세트 시작부터 허수봉의 백어택을 블로킹해내더니 세트 후반에는 퀵오픈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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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허수봉./사진=한국배구연맹


3세트에서 잠시 숨을 고른 정지석은 4세트에서 서브 에이스로 첫 득점을 올리며 다시 기어를 올렸다. 활발한 공격으로 차츰 대한항공에 리드를 안겨주더니 8-5로 앞선 상황에서는 허수봉의 백어택을 다시 한 번 블로킹해내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4세트에서 허수봉이 공격성공률 27.27%로 묶이자 현대캐피탈은 속수무책이었다.

경기 후 정지석은 "기선을 제압해야 할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전력과 그런 경기를 치르고 와서 그런지 최태웅 감독님도 그렇고 현대캐피탈 선수들 모두 기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형들이 있어서 겨우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수봉의 예기를 꺾은 블로킹에 대해서는 "내가 오레올처럼 좋은 높이나 피지컬은 없지만, 수 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 "(허)수봉이는 테크닉이 좋아서 더 많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경기 중 한번만 잡으면 수봉이가 생각이 많아진다"고 비결을 밝혔다.

홈 못지않게 열정적이었던 현대캐피탈 응원단, 신경전을 벌인 최태웅 감독에 정면으로 맞선 것도 정지석이었다. 그는 득점 때마다 호우 세리머니(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특유의 동작)와 비행기 세리머니로 홈구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면서 대한항공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정지석은 "호날두 세리머니 자체는 내가 호날두 팬이라 했다. 현대가 워낙 변칙적이라 예상이 안 되는 팀이다. 또 우리 감독님은 어필을 자제하는 편인 반면, 현대는 어필도 많이 하고 그걸로 분위기 끊는 것 같아서 (일부러) 세리머니를 크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에이스로 불리는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 올라온 공이라도 처리하는 기량 때문이기도 하다. 정지석은 "오늘 내게 안 좋은 공이 많이 올라와서 말릴 뻔했는데 (김)규민이 형, (곽)승석이 형이 멘탈을 잡아줘서 잘됐다"고 웃으면서 "원래 뒤에서 올라오는 토스는 상대 블로커도 떠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런 심리전에서 이긴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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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지석./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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