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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의 주연배우 최민식이 24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2023.03.2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최근 서울시 삼청동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주연 배우 최민식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최민식은 온갖 사건사고를 겪으며 카지노의 전설이 된 '차무식'으로 완벽 변신했다. '카지노' 시리즈가 국내외 호평은 물론이고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이유의 중심엔 단연코 최민식이 있었다.
'카지노'를 통해 2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최민식은 "하루하루가 후회였다"고 웃으며 "삼중고에 시달렸다. 촬영 전에 코로나19에 걸려서 제대로 된 날짜에 촬영에 들어가지 못했고, 또 호흡기가 약해서 후유증이 심했다. 죽다 살아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냄새도 못 맡고, 목도 쉬고, 드라마 보면 목소리가 안 좋을 때가 있다. 온몸이 나른하고, 무기력증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또 한국의 겨울에서 필리핀 마닐라의 한여름으로 가니까 날씨에 대한 고충도 있었고, 엄청난 분량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마닐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게 뭐지?' 싶었다. 압박감, 스트레스도 심했고, 고생스러웠지만 사람들이 단순한 게 엊그제 종영하고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고, 스태프들과 얼굴을 보고 나니까 추억처럼 느껴지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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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의 주연배우 최민식이 24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2023.03.2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그는 "두 번째로는 연출적인 문제인데 감독, 배우들과도 토론을 했지만 서사가 너무 많이 부딪힌다. 좀 다이어트를 하고 갔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시리즈물이다 보니까 매 회차 요구하는 분량이 있을 텐데 러닝타임에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후회하면 뭐 하겠냐"면서도 "항상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차무식 캐릭터에 대해 "평범함이 포인트였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짓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고, 100% 나쁜 사람도, 100% 착한 사람도 없다"며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좇다 보니까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늪에 빠지게 된 거다.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징이 자기 사람들에 대한 관리다. 예를 들어 정팔이 같이 말 안 듣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케어할 이유가 없다. 감독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국 사람의 관계라는 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말을 안 듣지만 버릴 수 없고, 주는 것도 없지만 잘해주는 느낌으로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특히 결말에 대해서는 "전화도, 문자도 많이 받았다. 특히 아내가 '왜 그렇게 죽냐'고 하더라. 마지막에 상구(홍기준 분)과 정팔(이동휘 분)이 오기 전에 조촐한 만찬을 준비하고, 꽃을 꽂는데 제가 제시한 의견이었다. 미술팀에게 급하게 '시들시들한 들꽃을 구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죽음을 예감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화무십일홍'(꽃이 열흘 동안 붉게 피어있는 경우는 없다는 뜻으로 막강한 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말)을 언급했다.
이어 "(차무식은) 꽃잎이 떨어지듯이 퇴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욕망의 집합체인 사람의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 욕망을 가진다는 게 우리 드라마의 주제다. 구질구질한 마무리보다는 그렇게 퇴장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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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의 주연배우 최민식이 24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2023.03.24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특히 최민식은 후배 배우들에 대해 "너무 예쁘고 다들 열심히 한다. 속된 말로 자기 밥그릇을 잘 챙기고, 자기 배역에 대해서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보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재밌게 하자'라고 말하는 것밖에 없었다. 매 신에 집중하면서도 서로 농담도 나누면서 촬영하자고 했다"며 "다들 한가락씩 하는 배우들이라서 너무 좋았다. 배우들의 호연이 모여서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흉내 내지 않은 시리즈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시작 전부터 서양의 누아르 물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가자고 했다. 액션을 하더라도 우리식으로 하고 싶었다. 총을 쏴도 순식간에 쏘고, 총격전이 없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해외에서도 흥미롭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오랜만의 시리즈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최민식은 '대배우'의 위치에서도 여전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전 아직도 욕심이 많다. 사실 중년의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김주령에게도 '너 나랑 로맨스 할래?'라고 말하기도 했고, 이혜영 씨와도 술 한잔하면서 로맨스로 만나자고 했다. 요새 자극적인 얘기가 많은데 지겹기도 하다"라며 "꼭 이성과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 아니더라도 서로 포용하고,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휴먼 스토리에 끌릴 것 같다. 사람 사는 이야기, 또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무대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카지노'에 영화 '파묘'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파묘'를 찍으면서는 갈비뼈에 금도 갔다"며 "건강을 회복하고, 좋은 기회를 노려봐야 한다. 서두르지 않고, 준비됐을 때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