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주포 박정아가 31일 흥국생명과 챔프전 2차전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KOVO |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감기에 시달렸다. 정작 김종민 김천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가장 걱정했던 박정아(30)는 '클러치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분투했지만 도로공사의 경기력은 이전과는 크게 달랐다.
도로공사는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2차전에서 세트스코어 0-3(18-25 15-25 21-25)로 완패했다.
2패를 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안방행 열차에 올랐다. 흥국생명의 기세가 뛰어난 것도 있었지만 도로공사의 경기력이 1차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주축들의 감기 여파가 뼈아파보였다. 1차전을 앞두고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환절기로 인해 감기에 걸려서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박정아와 배유나는 각각 10득점에 공격성공률 23,81%, 4득점에 성공률 22.2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상 외로 이날 박정아와 배유나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가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된 탓에 박정아가 10득점, 배유나가 7득점에 그쳤으나 공격성공률은 55.56%, 43.75%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다만 팀 전체적으로 컨디션과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에 시즌 상대전적 1승 5패로 밀렸기에 놀랄 만한 결과는 아닐 수도 있으나 이날은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리시브를 하고 있는 전새얀. /사진=KOVO |
경기 도중 몇 번이나 황당한 실점이 연출됐다. 2세트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고도 상대의 몸을 날린 디그로 인해 공이 넘어왔는데, 도로공사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이 없게 점수를 내줬다. 김종민 감독은 곧바로 작전타임을 부르며 "그만큼 집중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수들을 질책했다.
박정아와 배유나를 비롯해 전새얀과 신인 이예은까지 이날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1차전 땐 갑자기 그런 상황을 맞아서 경기 때 착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상대 배려 차원에서 심한 선수들은 끼고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과 달리 도로공사 선수들은 타임아웃 때마다 머리에 얼음팩을 올려두고 있었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이들의 감기 기운을 의식하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는 하지만 '(증상이) 심한 선수'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선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솔직히 실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강점인) 블로킹도 흥국생명을 상대로는 수치가 높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력이 워낙 좋은 쌍포가 있다 보니 스피디하게 나오면 막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패인을 밝혔다.
1차전 패배 후에도 "몸 상태는 다 핑계"라고 말했던 그는 실력 차이라는 것을 인정했지만 이어진 말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코트에서 (뜻대로) 안 되다보니까 분위기가 처진 것 같다"며 "전력적으로 3대7 정도로 (불리할 것으로) 봤는데 그걸 뒤집기엔 현재 선수들 몸 상태로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안방으로 돌아가는 도로공사다. 홈코트에서 많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분위기를 뒤집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는 2일 승리를 해야 승부를 이어갈 수 있다. 김종민 감독은 "어쨌든 김천에서 잘 준비해서 다시 해보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는 김종민 감독(가운데). /사진=KOV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