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없는 4년이 힘들었다" 9위→공동 2위, 두산을 바꾼 안방마님 [잠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4.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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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가 11일 키움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잠실=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양)의지 형 없이 4년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두산 베어스 주장 허경민(33)이 1군에서 보낸 11년 중 2022년은 가장 힘든 한 해였다.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36)의 복귀를 누구보다 원했고 반겼다. 양의지라는 존재가 두산에서 얼마나 큰 지 허경민의 한마디가 잘 설명해준다.


양의지는 1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 7회말 역전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팀에 6-4 승리를 안겼다.

2006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양의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포수 골든글러브를 4차례나 수상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2개의 우승 트로피도 안겼다. 양의지가 팀을 떠난 2019년에도 두산은 우승을 차지했고 2020년, 2021년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긴 했지만 국가대표 포수의 공백으로 인한 균열은 점점 커져갔고 지난해 두산은 9위로 추락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부터 포수 보강을 외쳤다. 사실상 양의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를 위해 152억 원을 썼고 양의지는 6년 계약에 도장을 찍으며 사실상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의지의 복귀에 선수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특히 양의지의 공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허경민과 정수빈, 김재환 등은 더 없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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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타 후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앞선 3타석에서 침묵했던 양의지는 양 팀이 3-3으로 맞선 7회말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서 우측 대형 2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려냈다. 이 한 방으로 승부의 무게추가 급격히 두산쪽으로 기울었고 두산은 6승 3패, LG 트윈스, NC 다이노스와 함께 SSG 랜더스와 1경기 차 공동 2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타석에서는 양의지의 한방이 결정적이었다. 베테랑답게 무리하지 않고 밀어치며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주자가 있을 때 나는 항상 배트 중심에 잘 맞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왜 사령탑들이 포수뿐 아니라 '타자 양의지'의 가치를 높게 치는지를 알게 해줬다. 웬만한 타격 성적으로는 꿈도 꾸기 힘든 지명타자로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그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시즌 초반 두산의 순항은 안정적인 선발진 구축과 연관이 깊다. 딜런 파일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라울 알칸타라-곽빈-최원준에 신예 김동주까지 호투를 펼쳤다. 첫 등판에서 1⅔이닝 8실점했던 최승용도 이날 양의지와 호흡을 맞추며 5⅔이닝 3실점으로 잘 버티며 팀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3.72로 전체 4위다. 최승용이 8실점하며 무너졌던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값은 대폭 감소한다. 불펜진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9일 KIA 타이거즈전에 이어 이날까지 승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엔 불펜의 안정감 있는 호투가 한몫했다.

양의지의 지분이 크다. 이날 선발 최승용은 "(양)의지 선배님이 사인 내는대로 따라갔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좋은 결과 있었다"고 밝혔는데, ERA 0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곽빈을 비롯해 많은 투수들이 입을 모아 양의지의 공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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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왼쪽)가 8회 위기를 막아내고 투수 정철원과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7년 연속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던 두산이기에 지난해 9위 경험은 더 뼈아팠다. 허경민은 경기 후 "(양의지가 없는) 4년 간 많이 힘들었다. 정말 잘 돌아 왔고 남은 선수 생활은 저랑 함께 재밌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최근 상승세에 대해 "내가 예전에 있을 때는 항상 이 분위기였다. 작년에 얼마나 안 좋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잘 못 느끼겠다"고 웃으며 "(김)재환이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양)석환이나 (강)승호, (허)경민이도 잘해주고 있어서 그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야구를 하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친구들이 잘할 수 있게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전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WBC)에 출전해 놀라운 타격감을 보였고 돌아온 뒤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맹활약하고 있다. 포수로서 무게감을 말할 것도 없고 타석에서도 이날 결승타 포함 타율 0.333 출루율 0.455 5타점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571이다. '양의지 우산효과'로 양석환과 김재환까지도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9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는 점이 놀랍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함께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부상 혹은 컨디션 난조 등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양의지는 "나도 아프다. 열심히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다리를 좀 다쳤다"면서도 "지명타자 자리엔 내가 들어갈 데가 없다. 경기에 맞춰서 감독님이 (중간에) 빼주시기도 하신다. 초반에 몸이 안 좋아서 걱정이었지만 관리를 잘해주셔서 무난하게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양의지라는 천군만마를 얻었음에도 두산은 시즌 직전까지도 5강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양의지는 "나는 항상 우리가 하위권이니가 편하게 하자고 이야기한다"면서도 "야구는 다 0에서 시작한다. 출발선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결과는 끝나봐야 안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적인 선수의 생각은 사령탑과 너무도 잘 맞닿아 있었다. 두산이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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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훈선수로 선정된 양의지가 경기 후 팬들을 위해 손하트를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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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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