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38. 원로 스포츠 영웅 보듬을 수 없을까?

전시윤 기자 / 입력 : 2023.04.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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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부산에 유도부가 있는 고등학교는 얼마나 되며 유도부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유도를 배우는 고등학생 중에서 행실이 바르고 학업 성적도 우수한 학생들로 하여금 정학균 유도 원로 선생님의 목욕을 도와주고 또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 하는데 도와주는 자원 봉사를 실시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함으로써 정 선생님은 유도에 관련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학생들은 유도의 선배이자 우리 사회의 웃어른들을 모시는 예절을 산교육으로 배운다면, 우리 학생들의 훌륭한 인격 형성과 진정한 체육인 양성을 위한 전형적인 산교육의 한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재임 때인 2016년 초, 부산시에 사는 정학균 원로 유도인을 뵙고 나서 조재기 동아대학교 교수와 나눴던 대화 내용의 일부다. 대부분의 체육인들은 현역에서 물러나면 기회도 많지 않은 운동 지도자로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마저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쉽게 물러나야 하는 것이 우리 체육계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전직 국가대표 선수로 이름만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는 국민적 영웅이었던 분들이 사업 실패나 자녀의 빚보증을 잘못 서 준 탓으로 생활이 어렵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사유로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분들이 꽤나 많이 있다.

이 문제는 일차적으로 경기 단체나 대한체육회가 앞장서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국가대표가 되면 현역 때는 물론이고 은퇴 후에도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 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생활을 보장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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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우리나라 국토를 지키기 위해 전쟁 중에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해 보훈 대상이 되는 군인이나 경찰처럼, 또는 민주화 투쟁을 하신 분들처럼 국가대표 체육인들도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자랑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주는 등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본다. 예전에는 모두가 어렵게 살다보니 이분들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보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못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일 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G8에 포함될 정도로 국가 위상이 올라간 점을 감안할 때 늦게나마 이분들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재임시절 '행복·나눔 지원 사업'에 대한 필요성은 있으나 사업비가 없어 먼저 기금마련을 위해 2015년 6월 3일 정동극장 쌈지마당 일원에서 불우체육인 돕기 바자회를 열은 적이 있었다. 이 행사는 대한체육회 주관으로 시도지부 및 가맹경기단체 그리고 체육기자연맹과 공동 주최했다.

이 바자회에서는 유명 선수들로부터 기증 받은 애장품과 각 시도지부와 경기 단체, 체육 관련 용구업체로부터 협찬 또는 구입한 체육용품 등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한편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하여 CMS 용지를 현장에서 배부하고 접수했다. 여기서 마련된 기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체육인들을 도울 수 있었다. 보스톤 마라톤 대회 영웅 서윤복 원로 체육인 등 7명에게 매월 1인당 30~50만원과 쌀 20kg을 지원했다. 비록 큰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기금의 여유가 생기면 대상자도 늘어나고 지원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수혜를 받으시는 분들을 찾아뵈니 "후배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어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내 남편을 후배들이 이렇게 인정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돌아서 눈물을 감추시는 사모님도 계셨다. 그때 파악한 이분들의 애로사항 중에 하나가 외로움이었으며, 개별사항이었지만 요양보호사가 여성으로 목욕을 도와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역 내 고등학교 선수들이 주기적으로 이분들을 찾아뵙고 목욕하는 것을 도와주고, 이분들이 잠시라도 외출을 하는 것을 도와드리면 어떻겠느냐고 한 것이다.

얼마 전 이 사업에 대하여 물어보니 지금은 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업을 중지해야만 할 사정이 있겠지 하며 이유를 묻지도 못하고 섭섭한 마음을 뒤로 하고 물러섰다. 어떤 일이 되었건 혼자만 생각하면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강구하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뜻을 같이 하실 분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양재완 행정사법인 CST 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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