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만에 단식 복귀, 테니스 정현 "졌지만 기분 좋은 하루"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4.26 18:13

글자크기조절
- 가나다라마
- 가나다라마
- 가나다라마
- 가나다라마
- 가나다라마

대한민국 테니스 선수 정현이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센터코트에서 열린 2023 서울오픈 국제 남자 테니스대회 조던 톰프슨(호주)을 상대로 2년 7개월만의 단식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현(27)이 2년 7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복귀전을 치렀다.

정현은 26일 서울 올림픽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ATP 투어 서울오픈 챌린저 남자 단식 1회전(32강)에서 조던 톰프슨(91위·호주)에게 0-2(2-6 4-6)로 패했다. 2020년 9월 프랑스오픈 이후 2년 7개월만에 단식 코트를 밟았다. 아쉽게 패배했지만 새로운 출발을 알린 의미 있는 하루였다.

정현은 2018년 호주오픈 단식에서 한국인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4강 신화를 썼다. 당시 세계적인 선수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까지 3-0으로 물리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고질적인 허리 부상 탓에 경기를 뛰지 못했다. 오랫동안 대회 출전 기록이 없어 비활동 선수로 분류돼 세계 랭킹까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재활 훈련 등을 통해 정현은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 해 9월 ATP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에서는 권순우(26·당진시청)와 함께 복식에 출전, 4강에 올라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했다. 기다리던 복귀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통증 없이 경기를 마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경기 후 정현은 주최 측을 통해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들어섰는데 걱정스러운 면이 더 코트에서 드러난 것 같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점은 웃으면서 대회를 마무리해 감사하다. 조금 더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것 말고는 다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걱정한 부분에 대해선 "지난 해 복식을 한 번 하긴 했지만 단식은 너무 오랜만이다. 연습 때 실전 경기처럼 한다고 했지만, 실전처럼 느껴지지 않아 그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잘하기를 기대했다. 기대만큼 잘하지 못했지만 기분 좋게 생각한다"며 "실점 감각이 없어 첫 세트 초반에 너무 크게 벌어졌다. 경기를 뜻대로 풀지 못했고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은 허리부상에 대해 "지난 몇 년간 부상이 있어 몇 차례 복귀를 시도했지만 매번 테스트만 하고 다시 재활을 했다. 단식 경기에 나섰고, 일단 지금까지는 괜찮다. 내일 아침에도 괜찮다면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허리 부상으로 서브 폼도 바뀌었다. 정현은 "무슨 동작을 취하든 허리에 통증이 없는 동작을 찾아서 코트에 들어선다. 이번 경기에 보였던 그 동작들은 허리에 통증을 적게 만든 동작들이었다. 스텝도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했지만 실전에선 힘을 뺀다고 해도 빠지지 않았다. 서브할 때나 백핸드 할 때 최대한 통증을 느끼지 않는 동작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몇 년 전과 비교해 100% 똑같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때의 80~90%는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현은 "오늘 경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팬분들이 파이팅을 해주었다. 소름이 돋았다. 머리까지 (전율이) 올라왔다. 경기는 졌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고마워하며 "그동안 '또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격한 움직임을 해야 하는 운동인데,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허리가 아플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귀하려고 할 때마다 아프기도 했다. 이번 복귀에선 그런 통증이 없었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계속 스스로 싸웠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돌아온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평을 남겼다.

정현은 추후 와일드카드 기회가 주어지면 오는 5월8일 개막하는 부산챌린저에 출전할 뜻을 밝혔다. 이후 컨디션에 따라 투어 출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