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엔 왜 잘하는 베테랑이 많나요?" 40세 투수 최고참-34세 신입생에게 들었다 [인터뷰]

광주=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5.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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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효준, 노경은, 임준섭. /사진=SSG 랜더스
지난해 SSG 랜더스가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를 만든 데에는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2023시즌이 약 20% 진행된 현시점에도 SSG는 리그 1위다. 지난해 활약했던 베테랑들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내며 팀에 기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베테랑 불펜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4.68(리그 6위)로 좋지 않았던 불펜은 올 시즌 SSG의 하락을 예상하게 한 대표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올 시즌 SSG 불펜 평균자책점은 2.20으로 2위 NC 다이노스의 3.51에도 큰 격차로 앞선 압도적인 1위다.


이 성적을 설명하는 데에는 지난해 SSG에 합류한 고효준(40), 노경은(39)의 변함없는 모습과 올 시즌 합류한 임준섭(34)의 반전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고효준은 15경기 2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38, 노경은은 17경기 2승 1패 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0, 임준섭은 9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 중이다.

보통 생각하기엔 선수 생활 황혼기 혹은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이들은 제 몫을 하고 있다. 이 중 투수조 최고참 고효준과 신입생 임준섭을 1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나 왜 SSG에는 유독 잘하는 베테랑이 많은지 들어봤다. 타 팀에서 선수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이들이 달라진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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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형 SSG 감독. /사진=SSG 랜더스



첫째 김원형(51) 감독의 존재였다. 최근 고효준은 4일 KT 위즈와 홈 경기에서 7회 2사 만루 위기에 등판해 씨익 미소를 지은 뒤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해 화제가 됐다. 이때의 상황에 그는 "사실 나도 그때는 웃음이 나온 줄 몰랐다. 나중에 TV로 보니까 (그런 내가) 무섭더라"고 웃으면서 "얼마 전 잠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감독님의 말씀이 많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어떤 마음으로 야구했는지 생각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하니 어느새 내 자신에게 너무 많은 압박을 주고 있었던 것이 느껴졌다. (1군에 다시) 올라가서는 즐기자고 생각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즐기면서 하자고 생각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답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임준섭에게는 조금 더 직접적인 코칭으로 다가갔다. 김 감독은 "(임)준섭이는 좋은 슬라이더와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야구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많이 떨어졌다. 좀 더 과감하게 해보자고 했고 그게 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행동으로 믿음을 줬다. 임준섭은 "감독님이 정말 편하게 해주시는데 그게 정말 크다. 항상 주문하는 것이 볼넷을 주지 말고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라고 하신다"면서 "시범경기에서 맞을 때(4경기 평균자책점 6.75)도 정말 별말씀을 안 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어떻게든 타자랑 승부해서 (볼넷이 아닌) 결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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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임준섭./사진=김동윤 기자


특히 다 잘할 필요 없이 가장 자신 있는 구종으로 승부한다는 방침은 베테랑들이 짧은 이닝을 효과적으로 막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임준섭과 고효준 모두 직구를 최소화하고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임준섭은 지난해에 비해 구종 구사율이 직구 52.9%에서 42.8%로 낮아졌고, 슬라이더는 25.7%에서 50.3%로 늘어났다. 고효준도 LG 시절인 2021년 71.1%에서 올해 49.2%로 직구 비율을 낮췄고 슬라이더는 22.2%에서 47%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고효준은 "구종을 단순화한 것이 난 참 괜찮다고 느꼈다. 감독님이 항상 하는 말씀이 '네가 제일 자신 있는 공을 던져라, 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아웃을 만들어라'고 하신다"며 "파울도 스트라이크 카운트의 하나다. 그렇게 유리한 볼 카운트를 가져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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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왼쪽)와 김강민./사진=SSG 랜더스


베테랑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트레이닝 파트와 코치진 그리고 최고참들이 조성하는 팀 분위기는 두 번째 이유였다. 고효준은 "선수마다 자기만의 몸 관리 방법이나 트레이닝이 다 있다. 그런 부분을 코치님들과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지켜주고 관리해 준다. SSG의 그런 부분이 고참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면서 뛰기 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팀 분위기에 임준섭은 성격까지 잘 맞았다. 그는 "나는 리더십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형들이 더 편하다. 같이 묻어가면서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더 편하다. SSG에는 형들이 많아서 너무 편하다.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SSG의 베테랑 선수들이 조연으로, 때론 주연으로 활약하면서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과거 야구 선수에게 나이 40세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지만, SSG 베테랑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바탕이 된다면 언제든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효준은 "다들 내게 은퇴할 나이라고 말했다. 과거라면 그럴 수 있다"면서 "(우리도 모르게) 선을 그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경은, 추신수, 김강민(이상 SSG), 오승환, 우규민(이상 삼성) 등 최근 활약하는 베테랑들을 보면 다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들이다. 또 요즘은 트레이닝이나 몸 관리 등 전체적인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요즘은 그 말이 선입견처럼 느껴진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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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고효준./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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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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