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끌고, 강유석 밀었지만..'택배기사' 불량 배송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5.20 11:00 / 조회 :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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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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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독특한 세계관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졌지만, 이야기 곳곳의 빈틈까지는 메꾸지 못했다. 250억 원이라는 제작비에도 다소 불량한 배송의 '택배기사'다.


40년 전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고, 한반도는 사막으로 변했다. 생존자는 단 1퍼센트, 부족한 자원은 QR코드를 통해 사람들을 일반, 특별, 코어로 분류해 나눠지게 했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부 난민들은 산소 부족과 굶주림, 차별에 지쳐 헌터가 된다.

택배기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는 존재다. 헌터들의 공격에 목숨을 걸고 택배트럭을 지켜내야 하는 탓에 강해야 한다. 사람들은 택배기사가 되는 걸 꿈꾸고, 특히 난민들의 유일한 희망은 택배기사가 되는 것. 사월(강유석 분) 역시 마찬가지로 택배기사 랭킹 1위인 5-8(김우빈 분)을 선망하고 있다. 그는 천명그룹이 주최하는 택배기사 선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5-8을 찾아가게 된다.

이렇듯 사막화가 진행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계급화된 사회와 오염된 대기로 가득 찬 지상과 이를 피해 선택받은 자들만이 입성할 수 있는 지하의 세상은 현재와 대비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일상에 자리잡은 택배기사가 닌 살아남은 인류를 책임지는 특별한 존재로 재탄생한 점까지. '택배기사'의 세계관은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무너진 국회의사당과 빌딩이 무너진 강남대로 등 파괴된 서울 도심, 오염된 대기질까지 완벽하게 표현한 CG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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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그러나 '택배기사'는 흥미로운 세계관 위에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인다. 특히 택배기사라는 중심적인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주인공의 전사도 부족해 몰입에 어려움을 안긴다. 이러한 과정에서 '악의 축'인 천명 그룹이 만든 세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는 뻔한 이야기가 담긴다.


모든 일의 원인이 되는 빌런 류석(송승헌 분) 캐릭터는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이다. 시작점이 허술하다 보니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연결고리 또한 자연스럽게 헐거워진다. 5-8과 사월의 관계성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지고, 캐릭터 간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는다. 비교적 짧은 6부작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시리즈물로서는 치명적이다.

사월이 택배기사가 되는 과정 속 복싱이나 카체이싱 등 액션신이 시선을 잠시 사로잡지만, 그마저도 어디서 본 장면처럼 느껴져 강력한 재미로 작용하지 못한다. 여기에 갈등이 너무도 쉽게 해결되는 결말은 허무함마저 느껴진다.

다만,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배우들만은 제 몫을 다한다. 역할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한데도 김우빈은 자신의 아우라만으로 '택배기사'의 중심을 잡는다. 산소마스크를 쓴 상황에서도 눈빛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교적 신선한 얼굴의 강유석 또한 생기발랄하면서도 날 것 같은 매력으로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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