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클럽 등용문' 포르투갈 리그를 주목하라... 벤피카, 이적료 수입 무려 '2조'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5.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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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다윈 누네스. /AFPBBNews=뉴스1
현재 유럽 프로축구는 잉글랜드가 지배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TV 중계권료 수입을 토대로 이룬 상업적 성공과 중동 및 미국 부호들의 막대한 투자로 축구 이적시장에서 큰 손이 된지 오래다. 자연스레 EPL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집결하는 리그로 자리매김했다.

나머지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로축구 리그는 EPL과의 산업적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열세다. 이들 국가의 몇몇 명문 클럽들이 EPL 팀들과 축구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펼쳐지는 '쩐의 전쟁'에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유럽 축구의 지형도 속에서 최근 영리한 전략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리그는 단연 포르투갈 프로축구 리그다. 포르투갈 명문 클럽의 상업적 전략은 철저한 '축구 중계무역'이다.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남미, 아프리카 출신의 유망주를 육성해 주로 EPL에 값비싼 이적료를 받고 넘기는 방식이다.

포르투갈 축구 중계무역의 선두에는 벤피카가 있다. 벤피카는 지난 200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선수 이적료로만 약 2조 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 같은 기간 유럽 프로축구 클럽 중에서 선수 이적료 수입 랭킹 2위다. 1위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다. 하지만 '빅 클럽' 유벤투스는 어린 유망주를 육성해 다른 클럽에 되팔아 재정수입을 충당하는 클럽으로 보기는 힘들다.

벤피카는 2019년 주앙 펠릭스(24·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현재 첼시 임대)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보내면서 무려 1억 2600만 유로(약 1800억 원)의 이적료 수입을 올렸다. 또한 2022년과 2023년에는 다윈 누네스(24·리버풀), 엔조 페르난데스(22·첼시)를 각각 리버풀과 첼시로 이적시키면서 7500만 유로(약 1063억 원)와 1억 2100만 유로(약 1701억 원)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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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엔조 페르난데스. /AFPBBNews=뉴스1
이처럼 벤피카는 어린 나이의 선수들에 대한 다른 클럽의 관심이 높아졌을 때를 놓치지 않고 높은 이적료를 받고 거래하면서 세계 최고의 축구 '거상(巨商)'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벤피카의 성공 방정식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포르투갈은 세계 축구 시장에서 가장 많은 유망주를 배출하고 있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유럽 빅 클럽에 가기 전 들러야 할 가장 매력적인 중간 기착지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포르투갈어를 쓰고 있는 브라질 선수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오래 전부터 이런 지정학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포르투갈 클럽들은 남미 시장에서 유망주를 발굴하는 스카우팅 시스템을 고도로 발전시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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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그의 벤피카 선수들. /AFPBBNews=뉴스1
포르투갈 리그의 특징도 벤피카와 같은 팀이 빅클럽으로 가는 '등용문'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포르투갈 리그 클럽들은 팀간 전력균형의 격차가 너무 크다. 이른바 '빅 3(벤피카, 포르투, 스포르팅 리스본)'로 불리는 클럽과 나머지 1부 리그 팀들의 경기력은 한 마디로 하늘과 땅 차이다. 이 때문에 '빅 3' 클럽이 영입한 국내외 유망주들은 포르투갈 리그 경기를 통해 많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과의 경기에서 유망주들에 대한 충분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 유망주들이 큰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 리그 1, 2위 팀은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32강)에 자동으로 진출할 수 있다. 대체로 최근 포르투갈 리그에서는 벤피카와 포르투가 이 자격을 양분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두 클럽에서 뛰는 어린 유망주들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는 큰 기대를 늘 가지고 있었다.

이 선수들에게 챔피언스리그는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쇼 케이스 무대다. 누네스도 벤피카 소속으로 2021~2022시즌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득점 행진을 한 게 계기가 돼 리버풀로 이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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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한 시상식에 참석한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FPBBNews=뉴스1
포르투갈 출신의 슈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57)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벤피카 소속이었던 앙헬 디 마리아(35·유벤투스), 에데르송(30), 베르나르두 실바(29), 후벵 디아스(26·이상 맨체스터시티)의 에이전트로 활약하며 이들이 최대한 비싼 이적료를 받고 빅 리그로 이적하는 데 공헌했다. 한 마디로 멘데스는 벤피카 중계무역을 완성시켜 준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는 맨체스터시티의 핵심 자원인 후벵 디아스와 에데르송은 모두 벤피카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베르나르두 실바도 벤피카에서 성장해 AS 모나코를 거쳐 맨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그래서 맨시티의 성공 뒤에는 벤피카의 축구 중계 무역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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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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