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구→153㎞ 쾅! 수아레즈, 실패는 '수크라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잠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5.2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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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아레즈가 24일 두산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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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수아레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본인도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 볼 배합 또한 스스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최근 부진은 더 뼈아팠다.


실패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앨버트 수아레즈(34·삼성 라이온즈)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이 침묵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얻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으나 팀은 6-1로 승리했고 스스로도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지난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수아레즈는 승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173⅔이닝 동안 6승 8패 평균자책점(ERA) 2.49로 잘 던져 재계약에 성공했다. 시즌을 앞두고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타선 지원은 부족했고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11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7이닝 3자책점(4실점) 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고 17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11안타를 맞고 6실점, 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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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당시 경기 후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수아레즈는 본인이 공부를 하고 직접 볼 배합을 한다"며 "작년보다 변화구 비율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작년보다 분명히 속구 구속도 좋고 힘도 있는데 변화구를 많이 던지고, 맞고 있다. 속구 평균 구속이 150㎞ 이상 나온다. 볼 배합 패턴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박진만 감독은 "지난 경기 때 많이 느꼈다고 한다"며 "연구도 했겠지만 구장이 달라 심리적으로 편안함도 있을 것이다. 라이온즈파크와 잠실은 구장 크기가 달라 투수들이 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다. 준비를 잘 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속구와 변화구의 구사 비율이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경기 속구 구사 비율은 56.4%(57/101). 이날은 41.4%(46/111)로 오히려 더 적었다. 최고 시속 154㎞에 달하는 포심(25구)과 투심(21구) 두 가지 패스트볼이 도합 46구, 낙차 큰 슬라이더가 23구,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이 33구, 커브가 9구였다.

6회말 마지막 타자 양찬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의 구속은 무려 153㎞. 110구를 던지고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럼에도 수아레즈는 그 좋은 공을 두고 다양한 레퍼토리로 두산 타자들을 공략했고 성공을 거뒀다.

박진만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수아레즈가 유주자 상황에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승리의 기반을 닦아줬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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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김태군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수아레즈(왼쪽). /사진=삼성 라이온즈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의 도움이 컸다. 경기 후 만난 수아레즈는 "김태군이 어렵게 가지말고 쉽게 쉽게 심플하게 생각하면서 공격적으로 가자고 이야기했다"며 "최대한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걸 목표로 했고 과감하게 공격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경기나 이번 경기 모두 내 생각엔 똑같았다. 스트라이크에 넣으려고 하고 타자들에게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했다"며 "저번엔 퀄리티스타트를 못해 팀 승리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이번엔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대도 다르고 컨디션, 구장 등 많은 환경이 지난 경기와는 달랐다. 이날 경기에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낸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찾긴 쉽지 않다. 다만 한 차례 실패는 분명한 약이 됐고 순간순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힌트가 된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이날 수아레즈 앞에서 두산 타선은 잔루를 8개나 남겼다. 위기 상황에서도 얼마나 담대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팬들이 수아레즈를 아끼는 이유. 바로 팀을 생각하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수아레즈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컨디션이 올라왔다. 투수코치님이 마운드에 방문했을 때 아웃카운트가 2개 남았으니 무조건 잡으라고 했고 그 말에 더 힘을 얻었다"며 "팀 승리가 최우선이다. 한국에 온 이유는 팀을 도와 최대한 많은 승리를 가져갈 수 있게끔 하기 위함"이라고 팀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승리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ERA를 4.50에서 3.94까지 낮췄다. 여전히 '수크라이'라는 별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진 못하고 있으나 수아레즈는 그보다는 보완할 점에 주목했다. "두산 타자들이 워낙 잘 쳐서 투구 개수도 많아지고 쉽게 이길 수 있는 걸 어렵게 갔다"며 "그런 부분에선 더 가다듬고 발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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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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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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