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21. LCC 단일 요금·선착순 & K-LCC 변형

채준 기자 / 입력 : 2023.05.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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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기존항공사들이 매우 복잡한 요금체계 방식을 운용한다면 LCC들은 획일적인 단일구조의 요금을 받음으로써 항공권 판매부서의 인원을 획기적으로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운용한다.

FSC 기존항공사는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세 종류의 클래스마다 별도의 요금체계를 부과해야 하는 반면에 LCC는 모노클래스(Mono Class)를 통한 단일구조 운임을 부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K-LCC들은 취항 시점부터 기존항공사의 요금체계를 상당부분 따라하느라 단일구조 요금체계라는 해외 LCC 비즈니스 모델을 지키지 않았다.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기존항공사 만큼이나 요금체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고 단일구조 요금체계라는 LCC의 고유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해외 LCC들에게서도 상당수 변질된 상태이다.

제주항공은 2018년 4월2일부터 국내선 운임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을 댔다. 선택적 운임제도인 페어패밀리(fare family)를 도입해 짐이 없는 승객은 기존운임에서 3000원이 할인되는 방식으로, 승객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각각의 묶음으로 설계해 제공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항공권 구매까지 적용된 것이다.

페어패밀리는 이미 사우스웨스트항공, 에어아시아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운임체계이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특가운임, 할인운임, 정규운임 등 3가지 단계로 구분했던 국내선 운임체계를 페어패밀리 제도와 접목시켜 베이스(위탁수하물 없음), 밸류(과거 정규운임 서비스, 위탁수하물 15kg이내 무료), 프리미엄(위탁수하물 5kg 추가 및 기타 추가서비스 제공) 단계로 변경했다.


가장 큰 변화는 위탁수하물 유무와 상관없이 같은 운임을 내던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탁수하물이 없는 승객은 기준이 되는 밸류운임(기존운임)에서 3000원이 할인된 베이스운임으로 항공권을 구입하게 했다. 또 기존에는 위탁수하물 5kg 추가시 1만원을 더 부담해야 했던 승객은 아예 예약단계에서 1만원 추가되는 프리미엄운임을 선택하면 위탁수하물을 5kg 추가된 20kg까지 허용하고 이와 더불어 출발당일 여정변경수수료 1회 면제, 좌석지정서비스, 수하물이 타 승객보다 먼저 나오는 우선서비스를 추가 제공했다.

이후 제주항공은 국내선에 이어 국제선에서도 수하물 등 서비스 선택에 따라 운임을 차등화하는 '페어패밀리' 요금제를 2019년 4월30일부터 도입했다. 이 요금제는 크게 △플라이(FLY·위탁수하물 없음) △플라이백(FlyBag·위탁수하물 15㎏ 무료) △플라이백플러스(FLYBAG+·위탁수하물 20㎏ 무료 및 추가서비스) 등 3가지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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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하공시절 탑승 장면 /사진제공= tway


또한 선착순 탑승 제도는 LCC의 눈에 띄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항공기 탑승시 좌석번호를 지정하지 않고 승객들 스스로 좌석을 정해서 앉게 함으로써 승객의 탑승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정좌석제 없이 선착순 좌석제를 도입해 승객들의 탑승시간을 15분 내에 완료하도록 했다. 공항 카운터에서도 항공권에 좌석구간만 지정해주면 돼 발권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에도 효과적이다. 결과적으로 탑승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미리 줄을 서서 들어가기 때문에 탑승시간이 줄어든다. 승객들의 탑승시간이 빨라지면 항공편 지연횟수가 줄어들어 비용절감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에 나가 현지 국가의 LCC 탑승시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항공권에 좌석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탑승시 카운터에서 보딩패스를 받으면 AㆍBㆍC라는 알파벳만 적혀 있다. "왜 좌석번호가 없느냐"고 물으면 "해당 줄에 서서 기다리면 된다"는 답이 돌아온다. 게이트에 가면 AㆍBㆍC라는 안내판이 있고, 승객들은 그 아래에서 보딩패스에 적혀 있는 대로 줄을 선다. A줄에 선 승객이 먼저 입장하고 BㆍC 순서이다. 먼저 탑승한 사람이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지정좌석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이 같은 선착순 탑승제를 K-LCC들은 처음부터 대부분 외면했고, 유일하게 진에어만 도입했다. 진에어는 취항 초 해외 LCC의 모델을 상당수 도입했고, 선착순 탑승제 역시 타 K-LCC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적극 홍보했다. 진에어 승객들은 좌석번호 없이 각 존에 위치한 좌석 중 먼저 타는 사람이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국내선에서만 운용한 이 제도는 비행기 좌석을 세 부분으로 나눈 존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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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제주항공


LCC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고 장점이 많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승객들은 거부감이 심했다. 유독 진에어만 시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가족이 연속된 옆자리를 못 찾아 떨어져 앉는 경우가 생겼다. 물론 최우선순서는 추가요금을 지불한 우선탑승신청자에 한해서였다. 결국 진에어의 좌석지정 없는 존별 선착순 탑승제도는 2014년 8월1일 폐지되었다. 고객불만 때문에 LCC의 고유 모델을 포기한 것이지만 진에어는 운영시스템을 단순화하기 위해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CC의 고유 비즈니스 모델인 선착순 탑승제도를 시행하는 K-LCC는 단 한 곳도 없게 됐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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