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주루 중 부상→그래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투혼', "몸 예전 같지 않아" 너스레가 머쓱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6.01 12:25 / 조회 : 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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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왼쪽)가 지난달 31일 창원 NC전에서 5회 초 안타를 친 후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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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가 지난달 31일 창원 NC전에서 5회 초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아직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펼쳤다. 두산 베어스의 중심타자 양의지(36)가 그야말로 본능에 충실한 주루플레이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양의지는 지난달 3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에서 팀의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 두산은 NC에 0-5로 패배했다. 상대 선발 테일러 와이드너에게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당하는 동안 한 점도 얻지 못했고, 이후로도 NC 투수진을 상대로 눈에 띄는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2안타 빈타에 허덕이며 너무 쉽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양의지의 활약은 빛이 났다. 1회 초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4회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팀의 첫 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6회 3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옆으로 향하는 안타를 때렸고, 공격적인 주루로 2루까지 향했다. 양의지는 이날 팀의 2안타를 혼자 만들었다.

특히 양의지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잠실 삼성전에서 홈으로 파고들다 포수 김태군과 충돌, 타박상을 입어 교체됐다. 이승엽(47) 두산 감독은 30일 경기를 앞두고 "뛸 수는 있지만 100% 상태는 아니다"며 "포수로 나가기엔 아직 완벽하지 않다. 많이 회복은 됐는데 아직 불편함이 있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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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오른쪽)가 지난달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연장 10회 말 2루타를 날린 뒤 2루에 세이프되고 있다.
그럼에도 양의지는 부상을 당한 다음날인 25일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말 대타로 나와 안타를 친 후 2루까지 내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정수빈의 스퀴즈번트가 나오면서 스코어는 동점이 됐고, 11회 말 김재호의 끝내기 안타로 두산은 승리를 챙겼다.

양의지 본인은"(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요즘에 자꾸 아웃되는 게 많다. 뛰는 걸 판단을 확실히 하고 뛰어야 될 것 같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경기 되면 그런 생각) 없이 상황에 맞게 몸이 반응한다"며 "우선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하도록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신중한 주루'를 언급했던 양의지는 그러나 여전히 본능적으로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선보였다. 31일 경기에서 1-1로 맞서던 5회 초, 2사 후 등장한 양의지는 NC 선발 이용준의 바깥쪽 볼을 공략해 내야 시프트를 뚫는 안타를 만들었다. 타구는 중견수 제이슨 마틴의 옆으로 향했다. 발빠른 타자면 2루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지만 양의지라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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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왼쪽)가 31일 창원 NC전에서 5회 초 안타를 친 후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양의지는 지체 없이 2루 베이스로 향했다. 혼신의 질주를 선보인 양의지는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앞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NC 2루수 박민우조차 놀랍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양의지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건 자주 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양의지의 투혼으로 득점권 찬스를 맞이한 두산은 5번 양석환이 우익수 앞 안타로 양의지를 불러들이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7회 말 NC 도태훈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며 리드를 날렸지만, 두산은 8회 초 박계범이 다시 리드를 잡는 솔로포를 터트리며 결국 3-2 승리를 거뒀다. 하루 만에 4위 자리를 탈환한 건 덤이었다.

이번 NC와 창원 3연전은 양의지에게는 뜻깊은 시리즈였다. 2019시즌을 앞두고 4년 125억 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NC에 이적한 그는 타율 0.322, 103홈런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2020년에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NC 팬들에게 "(고마움만큼) 미안함이 큰 것 같다"고 고백한 양의지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좀 시간이 지나서 마음의 짐이 있으니 인사를 드리는 게 좀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첫 날 첫 타석에서 창원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던 양의지는 여전한 자신의 실력을 유감 없이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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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왼쪽)가 지난달 30일 창원 NC전에서 6회 초 2루타를 치고 2루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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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왼쪽)가 30일 창원 NC전에서 1회 초 타석에 들어서기 전 NC 팬들에게 헬멧을 벗고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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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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