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일 걸린 연승' 장원준, 자신만 모르는 '위력적 투심'이 통했다 [잠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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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이 6일 한화전 5회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OSEN
129승 후 1승을 더하기까지 무려 1844일이나 걸렸지만 자신감을 회복하자 그 다음은 더 쉬웠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38)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2018년 3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 후 1899일 만에 거둔 선발 연승. 로테이션의 구멍으로 인해 고민이 커진 이승엽 감독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된 호투다.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던 장원준은 2017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더니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장원준이지만 이승엽 감독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시 힘을 냈고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지난달 23일 통산 129승 투수는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해 값진 승리를 수확했다. KBO 역대 11번째 130승 투수가 됐다.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가운데 기대이상의 투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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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를 펼치는 장원준. /사진=OSEN
그러나 이후 다시 1군에서 말소됐다. 로테이션의 빈자리가 모두 메워졌기 때문이다. 다시 열흘 여를 기다린 장원준에게 기회가 왔다. 부상이 재발한 딜런 파일을 비롯해 곽빈마저 다시 이탈했고 최원준은 구위 저하로 퓨처스(2군) 팀으로 내려가는 등 선발에 세 자리나 구멍이 뚫린 터였다.

장원준은 1회 정은원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에도 채은성을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이날 3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닝을 끝내는 탈삼진이었다. 2회엔 2사 1루에서 장진혁에게 루킹삼진, 4회엔 1사 1,2루에서 장진혁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더니 이진영에게 3볼을 내준 뒤 스트라이크 3개를 던져 이닝을 끝내는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5회에도 2사 1루에서 채은성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85구를 던진 장원준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깔끔한 투구를 펼쳤으나 지난 경기 70구만 던졌던 터라 우려도 따랐다. 7일 경기에도 대체 선발 박신지가 나서야 하기 때문에 불펜에 최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인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가볍게 돌려세운 뒤 박치국에게 공을 넘긴 뒤 임무를 마쳤다.

131승 째를 챙긴 장원준은 통산 선발승 순위에서도 129승으로 5위 배영수(131승) 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바짝 뒤쫓게 됐다. 그럼에도 장원준은 "아무래도 첫 번째 경기에서 130승을 하고 싶어 했고 지금은 미련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조금이나마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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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사진=OSEN
88구를 던지며 속구 최고 구속은 138㎞에 불과했으나 이 공을 절반에 가까운 43구나 뿌릴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장착한 투심패스트볼 덕분이었다. 이날도 속구 중 포심패스트볼은 단 하나에 그쳤고 42구가 투심이었다. 삼진 3개 중 2개도 투심으로 잡아낸 것이었다. 슬라이더(26구)와 체인지업(15구), 커브(4구)도 적절히 배합하며 그 위력을 더 키웠다.

투심에 대한 질문엔 "(양)의지 말로는 투심이 잘 휘어져 들어와서 우타자 몸 쪽으로 쓰기가 좋았다고 하더라"며 "제가 던질 땐 공이 휘는 게 안 보인다. 똑바로 가는 것처럼 보이다보니 더 컨트롤을 신경 쓰려고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발 장원준이 2경기 연속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노련한 투구로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했다"고 칭찬했다.

사령탑의 걱정이 컸고 같은 승리임에도 지난 경기(5이닝 4실점)보다도 나은 피칭을 펼쳤다. 장원준은 "최소 실점으로 막아 팀에 더 도움이 됐다. 선발진도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고 보기 어렵다. 11일 경기에도 곽빈의 선발이 예정돼 있고 7일 등판할 박신지의 투구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장원준은 특유의 성격처럼 차분하게 다시 찾아올 기회를 기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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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장원준(왼쪽).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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