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
윤영철은 6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2패(3승)를 기록했다. 패전 투수가 됐지만, 리그 1위 팀 SSG와 메이저리그 통산 133경기 출전 경력의 외국인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35)를 상대로 거둔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이라 의미가 있다.
또한 평균자책점을 2.95에서 2.89로 낮추면서 해당 부문 장외 톱 10에 진입하게 됐다. 규정이닝에 1⅓이닝 모자라지만, 4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평균자책점 9위에 해당한다. 규정이닝 진입은 시간문제라, 2023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톱 10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면서 신인왕 경쟁에도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KBO에는 문동주(20), 김서현(19·이상 한화 이글스), 김민석(19·롯데 자이언츠) 등 주목받는 신인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팀이 나머지 9개 팀을 한 번씩은 만난 지금 시점에서 신인왕 레이스를 이끄는 것은 윤영철과 김동주(21·두산 베어스)와 이용준(21·NC 다이노스) 등 두 명의 '이의리 드래프트 동기'다. 김동주는 9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2.74, 42⅔이닝 38탈삼진, 이용준은 9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2.93, 40이닝 33탈삼진으로 윤영철 못지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순수 고졸 신인이라는 점에서 경쟁자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지만, 윤영철의 매력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의 피칭을 보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를 정도로 매 이닝 매 경기를 거듭할수록 달라지고 성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떤 상황이든 직접 부딪혀 보고 적응한다는 본인 나름의 소신도 한몫했다.
윤영철의 투구 준비 동작. /사진=KIA 타이거즈 |
윤영철의 투구 준비 동작. /사진=KIA 타이거즈 |
스프링캠프 출국 때 만난 윤영철은 "제일 좋은 것은 던지면서 경험해 보는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 같은 팀을 또 만나다 보면 그때는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SSG전도 그랬다. 2실점 한 1회는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최정에게 맞은 2루타를 제외하면 모두 빗맞은 안타였다. 하지만 다음 이닝, 타순이 한 바퀴를 돈 뒤부터는 타자에 맞게 효율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타자의 허를 찌르는 몸쪽 슬라이더로 아웃카운트를 버는가 하면 최대한 공을 늦게 빼면서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을 활용해 상대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 결과 1회 애를 먹었던 박성한-최정-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상대로 3회에는 공 5개로 이닝을 끝냈으며, 5회에는 박성한에게 병살타, 6회에는 최정과 에레디아를 공 3개로 끝내는 등 나머지 6이닝을 무실점 피칭했다. 지난달 11일 SSG와 첫 만남에서 5이닝 3실점보다 한층 나은 성적. 실제로 올 시즌 윤영철은 1회 피안타율 0.368, 피OPS 0.994에 달하지만, 2~5회에는 피안타율과 피OPS가 0.270, 0.580을 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차츰 KIA의 계획에 따라 6회,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면서 또 다른 경험을 쌓고 있다.
직접 부딪혀 느껴보고 그날의 주심의 성향, 자신과 상대의 컨디션에 따라 순간순간 투구 계획을 조금씩 수정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최고 구속이 시속 141~142㎞에 그치는 직구를 포함한 볼 배합이라면 아무리 리그에 생소한 좌완이라 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제구되는 KBO리그 기준 올스타급 변화구 구종 2개(슬라이더, 체인지업) 덕분이다. 메이저리그 20-80 스케일에서 흔히 60점 혹은 플러스라고 불리는 툴은 그 툴 하나만큼은 리그 올스타급이라는 말과 같다. 한 KBO 구단 전력분석원은 "보통 KBO리그에서 좌완 투수는 직구에 좋은 변화구가 하나만 있어도 1군에서 (불펜으로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윤영철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모두 KBO리그에서 플러스급이라 보인다. 그러니 선발 투수로도 준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포수들의 입장에서 리드하기가 한층 수월하다. 포수 미트를 갖다 대면 공이 그 자리에 오니 과감한 몸쪽 승부도 시도할 수 있다. 윤영철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한승택은 "(윤)영철이 슬라이더는 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코스만 잘 타면 타자들이 정타를 맞히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선배 이의리는 이맘때, 한 경기 평균 구속이 시속 147㎞에 달하는 빠른 직구와 강력한 구위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발돋움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윤영철은 선배와 정반대의 매력으로 다시 한번 타이거즈 신인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