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감독이 그린 '엘리멘탈', 물불 안 가리는 만남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6.10 10:00 / 조회 : 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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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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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엘리멘탈' 스틸컷
물불 안 가리는 만남이다. 디즈니, 픽사 최초의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엘리멘탈'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엘리멘트 시티'에는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다. 불 원소인 '앰버'의 가족은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자리잡았고, 작은 식료품 가게 '파이어 플레이스'를 열었다. '앰버'는 태어난 뒤부터 줄곧 식료품 가게를 지키고, 물려받는 것이 자신의 꿈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신을 위해 희생했고, 그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쾌하고 감성적인 물 '웨이드'를 만나게 되고,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특히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며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다.

'엘리멘탈'은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들이 살아있다면'이라는 재미있는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불, 물, 공기, 흙을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에 피터 손 감독의 어린 시절 자전적인 경험을 녹여냈다는 것.

피터 손 감독의 부모님은 1970년대 초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이 과정에서 차별도, 이웃의 따뜻함도 동시에 경험했다. '엘리멘탈' 속 파이어랜드를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앰버'의 가족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꾸리며 살게 된 피터 손 감독의 실제 인생과도 연결된다.

이를 시작으로 '엘리멘탈'에는 여러 관계의 가지가 뻗어나간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물론 상생할 수 없어 갈등했던 불과 물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또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관계를 물흐르듯 그려냈다. 개인과 개인의 러브스토리 같기도 하지만, 또 쉽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갈등하는 전 세계에 대한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 등은 어느 작품에서 본 듯 익숙하기도 하지만, '엘리멘탈'은 각 원소들의 특징이나 특성을 이용해 이야기를 재밌게 비틀었다.

메시지 뿐만 아니라 '보는 맛'도 굉장하다.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을 매력적인 도시 '엘리멘트 시티'로 데려다 놓더니 불, 물, 공기, 흙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놀라운 감정 표현을 마주하며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살과 뼈가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보통의 경우와 다르게 고정되지 않은 존재에 살을 붙이는 작업과 수차례의 수정을 거듭하며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밝힌 제작진의 노력은 '엘리멘탈'만의 놀라운 상상력과 기술력의 정점을 경험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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