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 글러브 토스+6이닝 QS' 이의리, BBB 빅이닝에도 버텼다... KIA 위닝시리즈 확보 [잠실 현장]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6.10 20:29 / 조회 :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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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가운데)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말 1사 1, 2루에서 정수빈의 투수 앞 땅볼 타구에 1루로 몸을 던지고 있다. 원심은 세이프였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번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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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사진=KIA 타이거즈
'버티는 자가 끝내 이긴다'는 격언을 KIA 타이거즈의 어린 에이스 이의리(21)가 몸소 보여줬다.


KIA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두산 베어스에 6-3으로 승리했다.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KIA는 25승 27패를 기록, 5위 두산(27승 1무 26패)과 격차를 1.5경기로 좁혔다. 두산은 6위 KIA에 2연패하며 5위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좌완 영건들의 선발 맞대결이었다. 올 시즌 KIA 이의리는 11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2.55로 표면 성적은 좋지만, 49⅓이닝 41볼넷으로 제구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맞서는 두산 최승용 역시 선발 등판 시 9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5.27로 퐁당퐁당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날도 이의리는 3회에만 볼넷을 3개 내주는 등 흔들린 시점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다른 이닝에서는 볼넷 없이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끝내 시즌 6승(3패)을 따냈고, 승리보다 값진 시즌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를 달성했다. 타선에서는 리드오프 류지혁이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이틀 연속 맹활약했다. 최형우가 5타수 2안타 2타점, 신범수가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1할 거포' 변우혁은 모처럼 2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2할 타율로 복귀했다(0.208).


두산은 선발 최승용이 KIA 타선을 버티지 못하고 4⅓이닝 8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타선에서는 김재호 2안타를 비롯 7~9번 하위 타순이 4안타 2볼넷을 합작했을 뿐 남은 타자들이 0안타로 침묵하면서 총 4안타에 그쳤다.





6월 10일 두산-KIA 선발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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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승용(왼쪽)과 KIA 이의리. /사진=OSEN


두산은 김대한(우익수)-이유찬(2루수)-양의지(포수)-양석환(지명타자)-허경민(3루수)-송승환(좌익수)-김재호(유격수)-강승호(1루수)-정수빈(중견수)으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은 좌완 최승용.

KIA는 류지혁(3루수)-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 브리토(중견수)-최형우(지명타자)-김선빈(2루수)-이우성(우익수)-이창진(좌익수)-변우혁(1루수)-신범수(포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은 좌완 이의리.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승용도 조금은 지친 모습이다. 지난주나 지지난주도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난번 KIA와 맞대결에서는 좋았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지난 KT전(6월 4일·3이닝 3실점 패)과 다른 피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국내 투수들한테는 최소 5이닝, 외국인 투수에게는 최소 6이닝 이상을 바라는데 오늘 이의리는 7이닝 4실점을 하더라도 투구 수만 적다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최근 폼이 제일 좋은 임기영, 최지민 두 선수를 필승조로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최지민이 휴식한다. 임기영도 될 수 있으면 마지막까지 아끼다 9회 투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임)기영이가 나갈 상황만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류지혁 앞세운 KIA-정수빈이 이끄는 두산, 육상부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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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류지혁이 10일 잠실 두산전 1회초 홈을 밟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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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수빈이 10일 잠실 KIA전 3회말 무사 1, 2루에서 번트를 대고 있다. 절묘한 3루 쪽 번트 타구로 정수빈은 내야 안타를 기록,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와, 힘들어 죽겠어요."

전날(9일) 두 차례 전력 질주로 KIA의 승리를 이끌었던 류지혁이 경기 직후 장비를 정리하며 남긴 말이다. 하지만 힘들다던 류지혁은 이틀 연속 빠른 발과 기민한 판단력으로 KIA 공격의 물꼬를 텄다.

류지혁은 1회 선두 타자로 나서서 2루수 옆을 스치는 안타로 출루했다. 박찬호의 3루 땅볼 때 센스가 빛났다. 박찬호가 풀카운트 상황에 놓이자 류지혁은 타격 즉시 스타트를 끊었다. 두산 3루수 허경민은 박찬호를 땅볼 타구를 1루 송구하기 위해 3루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고 류지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3루로 질주했다. 이 주루는 뒤이은 소크라테스의 땅볼 타구 때 류지혁이 홈을 밟으면서 KIA의 1-0 리드를 만들었다.

다른 타자들도 적극적인 도루로 추가점을 냈다. 2회초 2사에서 이창진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변우혁의 우측 파울라인 안쪽에 뚝 떨어지는 절묘한 타구로 2사 1, 3루를 만들었다. 전날 두 번의 병살타 포함 5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보였던 신범수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신범수는 2S0B로 몰린 볼카운트에서 최승용의 슬라이더를 받아 쳐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를 때려냈다. 흔한 땅볼 아웃 타구. 하지만 김재호가 역동작에 걸리고 신범수가 1루로 전력 질주하면서 내야 안타가 됐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창진이 홈을 밟으며 KIA의 2-0 리드.

하지만 두산에는 9번으로 잠시 쉬러 간 돌격대장 정수빈이 있었다. 2회까지 공 22개만 던졌던 KIA 선발 이의리는 3회초 김재호에게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허용하더니 강승호에게 몸쪽 높은 직구 포함 볼넷을 내주며 갑자기 흔들렸다. 정수빈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3루 쪽으로 번트를 댔고 폭풍 같은 질주로 1루에 세이프,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크게 흔들린 이의리는 이유찬, 양의지에게 연거푸 밀어내기 볼넷, 양석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1타점을 허용, 순식간에 3실점 했다. 이때 양석환의 담장 끝까지 가는 타구를 잡아낸 소크라테스의 호수비가 빛났다. 뒤이어 유격수 박찬호가 허경민의 땅볼 타구를 1루 송구로 잡아내면서 이닝이 마무리됐다.

KIA는 4회초 김선빈, 이우성이 연속 안타, 변우혁이 중전 1타점 적시타로 3-3 균형을 맞췄다. 두산 선발 최승용은 5회 류지혁과 소크라테스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박치국과 교체돼 마운드를 먼저 떠났다. 이후 최형우의 타석 때 우익수 김대한의 송구 실책으로 두 명의 책임주자가 들어오면서 최승용의 최종 성적은 4⅓이닝 8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이 됐다. 총 투구 수는 78개, 최고 구속은 시속 146㎞이었다.





'한 이닝 BBB→3실점'도 버틴 이의리, 승기를 가져온 글러브 토스... 결국 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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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3회말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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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오른쪽)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말 1사 1, 2루에서 정수빈의 투수 앞 땅볼 타구에 1루로 몸을 던지고 있다. 원심은 세이프였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번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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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이의리는 환상적인 글러브 토스로 이날 경기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두산의 하위 타선은 3회에 이어 4회에도 기회를 만들었다. 김재호와 강승호가 연속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잡았고 타석에는 앞서 센스 있는 번트로 빅이닝을 이끈 정수빈.

정수빈이 2구째 슬라이더를 건드린 땅볼 타구는 크게 바운드되며 1루수 변우혁과 이의리 사이 애매한 곳으로 향했다. 이의리가 간신히 공을 잡았을 때 정수빈과 거의 동시점. 여기서 이의리는 넘어지면서도 본능적으로 변우혁에게 글러브 토스를 했다. 1루심은 정수빈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에 손을 들어주며 세이프.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아웃으로 번복되며 2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 이의리가 김대한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KIA로 분위기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동생이 가져온 분위기를 형들이 제대로 폭발시켰다. 5회초 류지혁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고 소크라테스의 안타로 1사 1, 2루가 됐다. 뒤이어 최형우가 바뀐 투수 박치국의 직구를 받아 쳐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여기에 우익수 김대한의 3루 송구가 빗나가면서 1루 주자 소크라테스마저 홈인, 점수는 5-3이 됐다.

이후 이의리는 1~2회를 공 22개로 처리했던 그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5회와 6회를 헛스윙 삼진 두 개 포함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면서 퀄리티 스타트와 승리 투수 요건을 달성했다. 총 투구 수는 95개, 최고 구속은 153㎞이었다.

두산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5회말 양의지, 7회말 김재환의 홈런성 타구가 모두 좌측 담장 바로 앞에서 잡혔다. KIA는 9회초 최형우가 1타점 적시타를 추가하고, 김유신(⅔이닝)-박준표(1⅓이닝)-장현식(1이닝)이 무실점으로 지켜내면서 6-3 승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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