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도 곽빈도 "미안했다"... 두산 영건 듀오, 왜 승리에도 고개를 숙였나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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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이 11일 KIA전에서 모자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사령탑이 수훈 선수로 꼽은 선수들이 모두 동료들을 향해 미안함을 전했다. 연패를 끊어낸 귀중한 승리였기에 더욱 의아한 발언이었다. 이들은 왜 고개를 숙였을까.

두산 베어스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3-2로 신승을 거뒀다.


홈에서 2연패에 빠졌던 두산은 1만 8623명이 찾은 잠실벌에서 싹쓸이를 허용치 않았다. 선발 곽빈(24)부터 시작해 이영하(26)-홍건희로 이어지는 투수전의 릴레이 호투가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그러나 마음껏 웃은 건 이승엽 감독 뿐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 곽빈이 6회까지 책임지며 자기 역할을 완벽히 했다. 뒤이어 등판한 이영하와 홍건희도 피안타 없이 호투를 펼쳤다"며 "자칫 연패가 길어질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쉽지 않은 승리였다. 부상에서 복귀한 선발 곽빈은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으나 5회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4회 1사에서 주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삼진까지 잡았지만 2안타, 1볼넷을 추가로 허용하며 2점을 내줬다. 경기 후 곽빈은 "워낙 세트포지션에서 안 좋았는데 너무 의식했고 그 상황이 되니 내 공을 못 던졌다"고 고백했다.


5회 2사에서 최형우에게 허용한 2루타도 아찔했다. 최형우의 타구는 좌중간으로 향했고 담장 쪽을 때린 뒤 튀어나왔다. 비디오판독 결과 펜스 가장 윗부분 노란 선을 맞고 나온 것. 결과는 2루타였다. 이후 김선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곽빈은 6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임무를 마치고 시즌 4승(2패) 째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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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이어 공을 넘겨받은 이영하는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1점 차 리드를 지킨 두산은 마무리 홍건희의 호투로 깔끔히 승리를 챙겼다. 이영하는 시즌 3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학폭 재판'으로 오랜 시간 법정 공방을 벌이며 팀을 떠나 있었던 이영하는 지난달 말 무죄 판결을 받고 복귀했다. 이날은 시즌 첫 2이닝 투구였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며 "늘 강조하지만 빠져있던 시간 동안 팀에 정말 미안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어떠한 역할이든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투, 멀티이닝 모두 부담은 없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주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없다. 쌩쌩하다"며 "연패를 끊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서 기분 좋다"고 전했다.

선발 곽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없는 동안 투수들이 잘하더라"면서도 "너무 죄책감 들었다. 선발이 자리 비우면 자리를 뺏길 수도 있고 팀도, 나도 손해"라고 말했다.

4월 눈부신 호투를 펼치던 곽빈은 5월을 거의 통으로 쉬었다. 부상 완치를 알리는 호투를 펼친 곽빈은 "이번엔 각오하고 올라왔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난 없어진다"며 "말로하기보다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 안 다치고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동시에 팀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갖춘 젊은 투수들의 합류. 이승엽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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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는 이영하.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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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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