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탈락' KIA 윤영철, 사령탑 배려 속 'KBO 대표 좌완으로 성장 중입니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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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영철이 11일 두산전 이닝을 마치고 웃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영철이는 5이닝 3실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급루키' 윤영철(19·KIA 타이거즈)을 향한 김종국(50) 감독의 변함없는 스탠스다. 왜 기대감이 부풀지 않겠냐만 김 감독은 애써 그 마음을 표현하길 억누르고 있다.


윤영철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77구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 호투했다.

팀이 2-3으로 져 패전투수가 됐지만 2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할 만큼 이닝이터로서 능력 또한 확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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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고 있는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떡잎부터 달랐던 신인, 적장도 감탄했다





충암고 졸업 후 신인 전체 2순위로 KIA에 입단한 윤영철은 1순위 김서현(한화 이글스)보다도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던 신인이다.

속구 최고 시속이 140㎞를 약간 웃돌면서도 고교리그를 평정한 것만 보더라도 그의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윤영철을 5선발감으로 낙점했으나 서두르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3경기 연속 우천취소가 나왔고 기존 선수들을 바탕으로 로테이션을 돌렸다. 결국 4월 15일에서야 데뷔전을 치른 윤영철은 시즌 초반 다소 적응기를 거쳤다.

4월 첫 두 경기엔 5이닝도 채우지 못했으나 이후 꾸준히 선발로서 최소한의 역할인 5이닝을 버텨주고 있다. 5월엔 5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ERA) 2.03으로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더니 6월 들어 2경기에선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이닝이터로서 가능성도 입증해내고 있다.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 이날 2회까지 5안타를 맞고도 단 1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주자를 내보내고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피안타율은 0.152로 시즌 기록인 0.234보다도 훨씬 좋았다.

뛰어난 제구와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 피칭을 펼치는데 답이 있다. 이날도 속구 최고 시속은 141㎞에 불과했지만 윤영철의 투구는 숫자로만은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다. 구종도 많지 않았다. 속구가 39구, 슬라이더가 24구, 체인지업이 14구로 단 3가지 구종만으로 두산 타선을 상대했다. 공을 끝까지 숨겨 나오는 디셉션 동작이 뛰어나 공의 위력을 더욱 높여준다.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변화구도 좋은 투수이고, 강약 조절도 20살이 던지는 공은 아닌 것 같다"며 "베테랑이 던지는 것처럼 강약 조절이나 제구가 좋은 투수"라고 표현했는데 윤영철에 대한 일반적인 외부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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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도 생소한 디셉션 동작을 보이는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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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직전까지도 공을 숨겨나오는 윤영철의 투구 동작. /사진=KIA 타이거즈




리그 최고 수준 좌완, 사령탑의 특별한 배려는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그 공을 바탕으로도 탈삼진을 5개나 잡아냈고 6회까지 버텼다. 6회말엔 선두타자 박계범에게 2루타를 맞고도 1사 3루에서 김재호의 투수 땅볼 타구 때 환상적인 글러브 토스로 3루 주자의 득점을 막는데 도움을 줬다. KIA는 이어 1루를 돌아 2루로 파고드는 타자주자까지 잡아내며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이날 6이닝 3실점하며 ERA가 3.08로 높아졌으나 리그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뒤늦게 1군에 합류한 터라 규정이닝(53이닝)에 ⅓이닝이 모자라지만 다음 경기면 충분히 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 좌완 중에선 팀 선배 이의리(2.77)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명실상부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종국 감독은 설레발을 떨지 않는다. 그는 "(이)의리는 (기대치가) 6이닝 3실점이지만 영철인 5이닝 3실점으로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감독이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윤영철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의 시즌 ERA는 3.08.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양현종(4.55)보다도 기록이 좋고 이의리보다는 훨씬 계산이 서는 안정적 피칭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야박해보일 정도의 기대치다.

그만큼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자 그를 향한 집중되는 관심을 덜어주려는 배려의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내 기대보다 더 잘하고 있지만 항상 그런 정도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주 윤영철은 화요일(6일) 등판 후 이날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주일 2회 등판. 김 감독은 "4일 쉬고 나가는 건 처음인데 경기 후 컨디션을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며 "토요일(17일)에 던지는 것도 한번 봐야 한다. 몸이 무거우면 조정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그랬던 것처럼 늘 사령탑의 기대 이상을 해냈던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다. 윤영철은 단 77구로 6이닝을 책임졌고 김 감독은 팀의 미래를 굳이 무리시키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렸다.

김종국 감독을 빼고는 하나 같이 윤영철을 향한 관심과 기대감이 점점 부풀고 있다. 그렇기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명단에서 제외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다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사령탑의 마음을 생각하면 어린 투수가 무리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하나 제거된 셈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이 성장한다면, 혹은 유지만 하더라도 3년 뒤 열릴 아시안게임 출전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괜히 그 아쉬움에 사로 잡힐 필요가 없다.

사령탑의 기대대로 윤영철은 급하지 않게, 하루가 다르게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 감독의 특별한 배려가 윤영철을 KIA,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이끌 남다른 선수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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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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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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