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 귀국길도 감동 드라마, 목발 짚고 나온 동료+300여명 뜨거운 환대 받았다 [★현장]

인천공항=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6.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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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은중 감독(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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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볼을 들고 등장한 이승원(왼쪽)을 비롯해 U-20 대표팀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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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고 U-20 대표팀 동료들을 기다리는 박승호. /사진=뉴스1 제공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써낸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귀국길마저도 감동의 드라마였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U-20 대표팀은 지난 달부터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2023 FIFA U-20 월드컵 4강 드라마를 완성했다. 다소 무관심한 상황 속에서 출국길에 올랐던 것과 달리 이날 귀국 현장은 뜨거웠다. 많은 축구팬들이 대표팀을 맞이하기 위해 입국 시간 전부터 몰려들었다.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김지수(성남FC), 이영준(수원FC), 강성진(FC서울) 등 각자 좋아하는 선수들의 유니폼을 들고 손꼽아 기다렸다. 대표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300여명의 축구팬들이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대표팀 선수들도 손을 흔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구름 인파 속에서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U-20 대표팀 공격수 박승호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지만, 조별리그 2차전 온두라스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이후 발목 골절 진단을 받아 홀로 조기 귀국했다. 박승호는 목발을 짚고 나타나는 불편함 속에서도 입국 시간 훨씬 전부터 입국장에 나타나 동료들을 기다렸다. 박승호는 "서운함보다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충분히 잘 싸워 좋은 성적을 가져왔다"고 대견해했다. 이어 환한 미소와 함께 대표팀 선수들을 맞이했다.

이번 대표팀은 직전 대회였던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2대회 연속 4강 진출을 이뤄냈다. 특급스타가 없는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어두운 전망을 보란 듯이 뒤집어내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주장 이승원(강원FC)을 중심으로 팀 전체가 똘똘 뭉쳐 만들어낸 감격적인 결과였다. 강팀들도 차례로 제압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우승후보' 프랑스를 잡아내더니 복병 16강에서 에콰도르,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이탈리아, 3·4위전에서 이스라엘에 패했지만,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성적을 거뒀다.

직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끄는 등 대회 전체를 뒤흔든 '골든볼 주인공' 이강인(마요르카)과 같은 특급 스타는 없었지만, 깜짝 스타는 등장했다. 주인공은 캡틴 이승원이었다. 이승원은 이 대회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브론즈볼은 MVP 골든볼, 2위 실버볼에 이어 대회에서 세 번째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어지는 개인상이다. 이승원은 미드필더임에도 3골 4도움을 기록, 총 7개의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도움의 경우 대회 1위에 해당한다. 또 주장으로서 든든한 리더십과 함께 동료들을 이끌었다. 아직 소속팀 강원FC에서 1군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미완의 선수, 이승원이 만들어낸 결과였기에 감동이 더했다.


이날 이승원은 "월드컵 첫 경기인 프랑스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득점을 올려) 개인적으로도 너무 기쁜 일이지만, 준비했던 것이 경기장 그대로 나왔고, 또 좋은 상황, 득점으로 이어졌다. 결과까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되돌아보며 "이강인 형을 많이 보고 배웠다. 이강인 형의 좋은 기를 받았던 것 같다. 더 노력해 이강인 형을 따라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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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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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강상윤(오른쪽)을 끌어안으며 작별인사를 건넨 김은중 감독. /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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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감을 밝히는 김은중 감독.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축구 레전드이자 U-20 대표팀 김은중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2021년 12월 부임해 차근차근 U-20 월드컵을 준비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대회 준비가 쉽지 않았다. 애초 이번 월드컵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인도네시아의 '반 이스라엘' 분위기가 확산된 탓에 개최 자격을 상실했다. 대신 갑작스럽게 아르헨티나가 개최지로 선정됐다. 김은중호도 이전에 세웠던 계획들을 수정해야 했다. 하지만 발 빠르게 움직여 대처했다. U-20 대표팀은 대회 한 달 전부터 아르헨티나와 환경이 비슷한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동, 전지훈련을 통해 기후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김은중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월드컵 출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선수들이 관심을 못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했고, 우리 선수들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저 역시 확인했다.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자신과 경쟁, 선배들과 경쟁에서 이겨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고맙다는 말이 최고로 좋은 말 같다"고 공을 돌렸다.

또 김은중 감독은 "정몽규 회장님을 비롯해 대회 기간 내내 제 옆에서 항상 도와준 코치진, 지원스태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 이번 월드컵에 한 달 넘게 있었는데, 가족들의 희생이 있어 저를 포함한 선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우리 선수들도 소속팀에 돌아가 더 많은 경기를 뛰면서 제가 TV나 현장을 통해 많이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이제 U-20 월드컵이 끝났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 지금보다 더 발전해 A대표팀까지 쭉 올라가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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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승원. /서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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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는 U-20 대표팀.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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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사진 촬영에 임하는 U-20 대표팀. /사진=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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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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