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로 한계→투수 변신→염갈량의 남자... 백승현 "후회는 없다", 그렇게 LG 필승조가 된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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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호근 기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뭐라도 해보자고 해서 결정했죠."

인천고 출신으로 2015년 LG 트윈스에 지명을 받은 타자 백승현(28)은 1군보다 2군이 더 익숙했다. 성장을 위한 발버둥으로 찾은 호주 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우연히 마운드에 올랐고 시속 150㎞ 대 빠른 공을 뿌렸다. 이 한 순간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백승현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3-2 승리를 지켜낸 백승현은 프로 데뷔 후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투수 전향 3번째 시즌, 투수로 나선 36경기 만에 쾌거였다.

타자로 프로에서 보낸 4시즌 동안 타율 0.213에 그쳤다. 2군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던 차에 2020년 초 호주 질롱코리아로 떠났다. 전반기를 야수로 뛰고서도 해법을 찾지 못한 그는 '마지막 도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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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백승현이 /14일 삼성전 9회초 역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1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백승현은 "야구를 여기(1군)서 하는 게 목표였지 2군에서 하다가 끝나는 게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록 2군에 있을지언정 뭐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초반부터 잘 풀렸던 건 아니다. 2021년 16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ERA) 2.16으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듬해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거쳤다. 그는 "수술을 했다고 해도 작년에 많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라며 "인정할 부분은 작년이 지난 뒤 인정을 했고 내가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올해 더 잘 준비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시즌을 앞두고 운동량을 늘렸으나 개막 후 어깨 통증으로 인해 2군에 다시 내려가야 했다. "많이 아쉽긴 했는데 그 계기로 앞으로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그는 "그때 아프지 않았더라면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6월 팀에 복귀한 백승현은 불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즌 초부터 염경엽 감독은 백승현을 '향후 국가대표감 투수'로 점찍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팀 마운드가 잘 버텨준 이유 중 하나로 백승현을 꼽았다.

두둑한 신뢰는 위기 상황에 잘 나타났다. 팀이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 상황. 그가 구원 등판했다. "긴장하기보다는 무조건 올라가서 막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해서 긴장할 겨를도 없었다"는 백승현은 4번 타자 강민호와 7구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5번 김동엽에게도 6구 결정구 슬라이더로 유격수 직선타를 유도해 경기를 매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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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는 백승현. /사진=뉴시스
염 감독은 경기 후 "마지막 정말 터프한 상황에서 백승현이 잘 막아주었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승현이의 첫 세이브를 축하한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8경기 7⅔이닝 1세이브 1홀드 ERA 2.35. 피안타율은 0.148,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78에 불과하다. 표본이 적다고는 해도 염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투수라는 마지막 도전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절망적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주변 사람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크다. "투수 형들이나 코치님들 등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며 호평을 하는 염 감독에 대해서도 "내가 커리어가 있는 선수도 아니고 그렇게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도 아닌데 좋게 봐주셔서 경기장에 나가면 좋은 결과로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목표도 소박하다. "아프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 한 번이라도 더 던져보는 게 항상 목표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야구장에 많이 나가서 시합을 해보고 싶은 게 바람"이란다.

첫 세이브를 올린 그에게 이제 '타자 백승현'은 없다. "언젠가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며 "아직까지도, 앞으로도 제 (투수 전향)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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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오른쪽)이 생애 첫 세이브를 수확하고 포수 박동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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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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