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기다린 홈런포... 간절한 김현수 "자존심 살릴 때 아니다", 그렇게 LG는 선두가 됐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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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가 15일 삼성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4월 타율 0.400을 기록할 때만 해도 '역시 김현수'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 타율 0.182에 허덕였다. 김현수(35·LG 트윈스)가 심상치 않았다.

이번 시리즈 김현수는 완전히 달라졌다. 3일 내내 이슈는 김현수였다. 지난 13일 삼성 라이온즈전 김현수는 5743일 만에 프로 2번째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이 기회를 살려 득점하며 팀은 승리했고 이를 기점으로 김현수도 상승세를 탔다.


14일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를 날리며 역전승에 힘을 보탠 김현수는 15일 삼성전에서 솔로포 포함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9-3 대승을 안겼다.

4회말 선발 황동재와 대결에서 높은 포크볼을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지난 4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대포다. 시즌 2호포. 4월 타율 0.400(80타수 32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던 김현수는 5월 들어 급격한 하향세를 탔다. 5월 타율은 0.148, 6월에도 0.194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터라 더 반가운 한 방이었다.

LG는 1-3으로 뒤진 6회말엔 5회까지 1실점 호투하던 선발 황동재가 내려가자 삼성 투수진을 흔들었다. 김현수가 가장 앞장섰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 안타로 출루했고 오스틴 딘의 투런 동점포로 홈을 밟았다. 김현수는 이 득점으로 KBO 역대 12번째 1100득점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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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가 4회말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타자일순한 뒤 다시 타석에 선 김현수는 이번엔 우측으로 2루타를 날리며 다시 한 번 타점을 올렸다. 이번엔 KBO 통산 6번째 400 2루타였다. 8회말엔 볼넷까지 얻어내며 4출루 경기를 완성시켰다.

앞서 김현수에게 번트를 지시했던 염경엽 감독은 "감이 안 좋을때 그런 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 그걸로 분위기가 반전 돼 타격 페이스가 올라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번트 이후 확실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김현수는 "그동안 스윙을 못 했다는 게 가장 컸다고 생각을 한다. 스윙만 돌릴 수 있다면 분명히 언제든 돌아올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면서도 "허리가 아팠고 지금은 완전히 괜찮아졌지만 힘이 못 받는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많은 변화를 줬다. 쓸 데 없는 곳에 힘을 많이 주고 왼쪽 어깨를 빨리 쓰다 보니까 모든 게 다 안 좋아졌고 누가 봐도 내 스윙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부진이 길어진 탓에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몸 상태는 멀쩡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지켜만보라는 염 감독의 특별지시도 있었고 타순도 하향 조정됐다. 특별 훈련을 하며 어떻게든 극복해보려 노력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처음 해봤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 것 같아서 힘들다고 생각 안 했다"는 김현수는 "내가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이 먼저 마음을 추슬르려 했다. 그때 야구가 싫어졌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안 되고 있음에도 야구는 정말 매일 보고 싶고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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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타자의 적시타 때 홈을 파고드는 김현수. /사진=LG 트윈스
김현수는 유명한 '야구바보'다. 야구만을 생각한다. 경기장을 벗어나도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등 동영상을 달고 산다. 그렇기에 더 간절할 건 없었다. 김현수는 "항상 간절했기 때문이다. 내려놓고 싶지 않았고 뭔가 빨리 찾고 싶었고 좀 더 뭐가 부족한지를 계속 알아내고 싶었다"며 "이러면서 성장하는 게 아니겠나. 베테랑이라고 하지만 아직 나도 해야 될 일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한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징크스처럼 배트를 비롯한 장비 등을 바꾸는 스타일. 그러나 김현수는 "마음대로 잘 안 되겠지만 처음 시작한대로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는 걸 막아야 한다. (안 될수록) 점점 소심해지고 소극적으로 변하면 모든 게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년 만의 번트도 불사치 않았다.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을까. 그러나 김현수는 "자존심을 살릴 때가 아니다. 팀이 1등을 해야 되는데 자존심이란 없다"며 "자존심은 은퇴하고 세워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고척돔 키움 히어로즈와 3연전에 결장한 김현수는 주말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다시 출전했다. 김현수는 "좌익수 수비를 나가는데 멀게 느껴지더라. 타석에서도 1루로 뛰는데 베이스도 못 밟을 뻔했다"며 "안타도 치고 신났다. 그러면서 좀 더 야구가 더 재밌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야구를 정말 재밌어서 해야 하고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나가다보니 그런 걸 까먹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LG는 이날 승리로 다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현수는 "좋다. 분위기를 잘 살려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도 한 경기보다 할 경기가 많이 남았다. 장 중요한 건 '아직도'"라고 말했다.

타율 0.269. 아직 시즌이 절반 이상이나 남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다 내려놨다. "(개인 성적은) 상관없다. 원래 그런 걸 쫓는 스타일도 아니"라며 "일단은 경기에 많이 나가고 잘해서 막판에 가서 또 팀이 1등 하면 제일 좋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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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김현수. /사진=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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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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