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만에 135㎞→149㎞ 쾅! SSG 퓨처스에선 대체 무슨 일이... 유망주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화 현장]

강화=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6.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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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곤./사진=SSG 랜더스
SSG 랜더스 퓨처스 팀이 있는 강화SSG랜더스필드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56일 만에 구속이 시속 14㎞가 훌쩍 늘어났다. 선수 육성에 스포츠 과학을 접목한 SSG 랜더스의 노력이 좌완 정성곤(27)을 통해 차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 구단이든 좌완 투수는 부족하지만, 지난해 SSG는 필승조 김택형(27)이 시즌 종료 후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둔 상태라 더욱 그러했다. 지난해 5월 KT 위즈에 우완 사이드암 이채호(25)를 내주고 좌완 정성곤을 데려온 트레이드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역삼초-휘문중-구리인창고를 졸업한 정성곤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4순위로 KT에 입단했다. 2019년 상무 입대 전 평균 시속 145㎞ 공을 던지는 필승조로 활약했으나, 이후 구속이 130㎞ 중반까지 뚝 떨어지며 흔한 불펜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SSG는 정성곤의 신체능력과 빠른 공을 던졌던 과거 퍼포먼스에 주목했고, 신체측정장비를 활용한 바이오메카닉을 기반으로 한 육성 시스템의 첫 주자로 그를 선택했다.

측정 결과 정성곤의 근력, 파워, 유연성 등 신체 능력은 예상대로 SSG 선수단 내에서도 상위에 속했다. 그러나 와인드업부터 스로잉까지 힘을 사용하는 순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팔꿈치 부분부터 에너지 손실이 발견됐다. 팔꿈치가 벌어져 나와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이유. 기술 코치, 컨디셔닝 코치 등과 함께 팔 스로잉 교정, 하체 활용 및 중심 이동 동작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왔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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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SSG 잔류군 투수코치.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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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칭 바이오메커닉을 파악하는 모습. 해당 선수는 양선률(맨 오른쪽). /사진=SSG 랜더스



드라이브 라인 프로그램은 코치 한 명당 최대 4명을 맡아 최소 8주에서 13주까지 루틴 확립 및 스트렝스 강화, 폼 교정 등에 들어간다. 그러나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과정에서 시즌 중 실전 없이 훈련에만 참여한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굉장한 도박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성곤은 지난해 브랜든 나이트 코치와 함께한 훈련에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폼 교정과 훈련에 회의적인 상태였다.

여기서 해당 훈련을 선수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김동호(38) 잔류군 투수코치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멘탈·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빛을 발휘했다. 김 코치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에서 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배워온 전문가. 정확한 배경지식과 함께 선수출신으로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정성곤은 "김 코치님은 내게 '지금 상태에서도 시합에 나가 삼자범퇴하고 무실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 공을 던지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너도 편하지 않을 거다. 점수를 주더라도 내 공을 던지면 미련도 없지 않겠냐'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을 듣고 내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막상 시작해도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때는 경기 전후, 훈련 전후 실시한 1대1 상담프로그램이 도움 됐다. 상담 전 머리의 미세 움직임을 측정하는 장비를 통해 선수의 심리 상태를 미리 파악했는데 담당의가 신상 명세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해당 선수의 입지와 최근 근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꽤 정확했다는 후문. 선수들도 믿고 야구 외 개인사까지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차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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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곤./사진=SSG 랜더스


정성곤은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변화를 준다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김동호 코치님이 말을 되게 잘해주셔서 와닿았고, 심리상담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계속 이야기를 하게 돼서 도움이 됐다. 그렇게 훈련에 참여하고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고 몸으로 체감하니까 걱정도 줄어들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미소 지었다.

보통 드라이브 라인 훈련 기간을 13주로 잡지만, SSG는 선수 의사를 존중해 9주로 단축해 실행했다. 다른 선수와 달리 정성곤은 투구 메커니즘적인 부분만 교정하면 돼 가능했던 일. 그 결과는 놀라웠다. 4월 20일 시속 135㎞에 불과했던 구속이 56일 만인 6월 15일 라이브 피칭에서 149㎞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함께 참여 중인 이원준(25·2017년 1차지명)과 윤태현(20·2022년 1차지명)에게도 차츰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버스로에서 스리쿼터로 투구폼을 바꾼 '훈련 9주 차(13주 과정)' 이원준의 경우 런 앤 건(짧은 거리를 달려 나오며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시속 153㎞까지 나왔다.

SSG 육성시스템 변화의 물꼬를 튼 정성곤은 달라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 한다. 그는 원정만 있는 다음 주를 건너뛰고 6월 마지막 주에 퓨처스리그 홈 경기에 투입돼 첫 실전을 치른다. 정성곤은 "빨리 경기에 나가고 싶다.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내 자신의 피칭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그리고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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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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