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G 8패' 3위팀이 오죽했으면... 6년 100억 FA보다 중요했던 '원팀'의 가치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7.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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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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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권 NC 감독.
NC 다이노스가 그토록 중요시했던 원 팀(One-Team)'이라는 가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 3일 NC는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박건우(33)의 1군 엔트리 제외 사실을 공표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례적이고 놀랄 만한 결정이었다. 먼저 최근 NC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NC는 6월 중순 파죽지세를 이어가며 한때 1위 팀과 3경기 차에 불과할 정도로 KBO리그 정상을 노렸었다. 하지만 선발진이 흔들리면서 최근 10경기 2승 8패(4일 경기 전 기준)를 포함해 기세가 꺾였고 결국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마저 패하며 롯데 자이언츠에 공동 3위 자리를 허락했다.


무엇보다 부상과 부진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박건우는 올해 69경기에 출전, 타율 0.286 7홈런 41타점 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6을 기록하고 있었다. 최근 10경기 성적도 타율 0.286으로 나쁘지 않았다. OPS만 따지면 팀 내 1위 타자였다. 필드에서는 확실하게 기여하고 있던 선수의 2군행은 기량 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강인권 감독은 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고참 선수는 실력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덕목도 필요하다. 난 (정식) 감독이 되면서 고참도 원팀(One-Team)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길 바랐다. 그런 면에서 박건우에게 아쉬움이 컸고 선수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사실상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됐을까. 야구계에 따르면 박건우는 지난해부터 체력과 수비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타자로 출전하고픈 바람도 꾸준히 나타냈다는 후문. 문제는 그 요구가 팀 상황과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박건우는 이미 두산 시절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2021년 6월 김태형 당시 두산 감독은 박건우를 1군에서 제외하면서 "컨디션 난조라기보다 본인이 피곤해 쉬고 싶다고 하길래 푹 쉬라고 했다"면서 "여기는 팀이다. 특정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되면 감독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결단이 필요했다고 생각하기에 제외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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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사진=NC 다이노스


NC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팀이 0-1로 지고 있는 8회말 수비를 앞두고 나온 교체 요구였다. 당시 박건우는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교체를 요구했고 주전 우익수와 3번 타자가 빠진 NC는 8회말 4실점 하며 0-5로 대패했다. 강 감독도 "이번 일이 너무 크게 확대해석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건우가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결정적인 것은 일요일 경기였다"며 해당 장면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성적도 좋지 않은 팀이 '오죽했으면' 하는 대목도 있다. NC는 이번 결정으로 팀 내 최고 타자를 열흘간 쓸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전반기 아웃이다. 그럼에도 부상도 없는 팀 내 최고 타자를 1군으로 불러들이는 데 NC 구성원의 동의를 구한다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최종 결정을 내린 강 감독 역시 야구계에는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강단 있는 스타일로 잘 알려졌다.

강 감독은 "지금 이 시점이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고비라 생각했다. 전반기 마지막 15경기가 우리 팀이 시즌 마지막에 어떤 위치에 있을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했다"면서도 "(박건우 콜업은)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C팀(2군) 코치들이 선수(박건우)의 행적이나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줄 것이고 우리 팀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의 전력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올 시즌, 더 나아가 NC와 박건우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 볼 수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 6년 총액 100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합류한 박건우와 NC는 앞으로도 함께할 날들이 더 많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NC는 이번 열흘간의 1군 말소가 '원 팀'이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강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 길들이기나 선수단 기강을 잡겠다 하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항상 그랬듯 내가 갖고 있는 원칙에서는 벗어나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서 "박건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고, 박건우를 보면서 야구하는 친구들도 있다. 선수 스스로 고민하고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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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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