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19연패 끊고 울컥한 장시환, 어린 독수리들의 비상을 응원했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7.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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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시환이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직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장시환은 이번 승리로 1038일 만에 승리를 거두고 19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화 이글스 장시환(36)이 19연패라는 'KBO리그 최다 연패 기록'에서 탈출한 뒤 울컥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붉어진 눈시울은 인터뷰 내내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장시환은 25일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김혜성-로니 도슨-이원석으로 이어지는 키움 중심 타선을 공 7개로 막아내며 한화의 16-6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진 8회초 한화 타선은 4명을 상대로 무려 13점을 뽑아내면서 장시환의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2연패를 끝낸 한화는 35승 4무 42패로 키움(40승 2무 48패)에 승차는 0.5경기 앞섰지만, 승률에선 0.4545로 동률이 돼 공동 8위로 올라섰다.

장시환 본인에게 굉장히 뜻 깊은 승리였다. 이 경기 전 장시환의 마지막 승리는 2020년 9월 22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그다음 등판인 2020년 9월 2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패배를 시작으로 올해 4월 1일 고척 키움전까지 KBO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인 19연패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심수창(42)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18연패.

경기 후 장시환은 "기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19연패 한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승리가 이렇게 좋은지를 또 한 번 느꼈다"고 감격의 승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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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시환.


한화에도 의미가 남다르다. 장시환의 굴곡진 지난 3년은 한화의 현주소와 같았다. 2018년 가을야구를 했던 한화는 2019년 9위를 거쳐 장시환이 트레이드로 합류한 2020년부터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호투한 적이 없던 것이 아님에도 장시환이 좀처럼 연패를 끊지 못하는 이유도 됐다.

하지만 이제 한화는 달라졌다. 한 이닝에 13점도 뽑을 수 있는 폭발력을 갖춘 팀이 됐다. 이날 18명의 한화 타자가 10안타 5볼넷으로 기록한 13점은 KBO리그 한 이닝 최다 득점 공동 2위, 최다 타점 공동 2위, 최다 안타 공동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본인들이 세운 2019년 4월 7일 사직 롯데전 3회, 13안타 3볼넷 16득점의 한 이닝 최다 득점, 최다 타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베테랑 채은성의 뒤로 '국가대표 3루수' 노시환, '무서운 신인' 문현빈, '거포 본능' 이진영 등 타선의 짜임새가 갖춰지면서 어린 독수리들은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장시환은 "안 좋은 기록은 내가 가져갔으니까 후배들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응원하면서 "지금 5위와 격차가 크지 않다. 계속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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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시환.


다음은 장시환과 일문일답

▶ 승리 소감

- 기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19연패 한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승리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를 또 한 번 느꼈다. 3점 차로 벌어졌을 때 (승리 투수가) 되겠다 느꼈고 그 이상 점수가 나자 안도했다.

▶ 오늘 경기 전 노시환 선수 배트를 닦아줬다던데

- 너무 더러워서 닦은 것이긴 하다. (노)시환이가 최근 후반기 들어 안 좋아서 방망이를 닦아줬는데 오늘 홈런 치는 것을 보고 운이 다시 돌아왔구나를 느꼈다.

▶ 19연패를 했던 곳이 고척이었는데 그 곳에서 기록을 끊게 됐다

- 운명의 장난인 줄 알았다. 19연패 하기 전에도 2021년도 선발로 던질 때 이 곳에서 끊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못 끊었다. 그런데 여기서 끊게 돼서 뭔가 이상하다.

▶ 주마등처럼 흐른 기억 중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 솔직히 말하면 항상 불안했다. 좋은 기록이면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 좋지 않은 기록이고 안 좋은 결과만 나오니까 솔직히 어느날은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도 겁이 났다. 은퇴도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야 된다고 생각했다. 더 악착같이 버티려 했던 것이 19연패를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19연패를 끝내는 순간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났는지

- 솔직히 집에 가고 싶었다. 아내랑 아이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좋은 걸 함께하고 싶었다.

▶ 가족들에게 한 마디

- 와이프한테 제일 미안하다. 나랑 결혼해서 힘든 것도 좋은 것도 많이 겪었는데 19연패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힘들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은 솔직히 얼마나 더 힘들었겠나. 그런 부분에서 힘들 때 날 지탱해주고 '할 수 있다'고 말을 꾸준히 해주면서 같이 버텨줘서 고맙다. 정말 고마운 사람.

▶ 후배들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화끈하게 끊어줬다

- 프로 첫 승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안 좋은 기록은 내가 가져갔으니까 후배들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팀은 오늘처럼 크게 역전도 하고 더 강해질 수 있다. 난 좋지 않은 기록에 익숙해졌으니까 후배들은 좋은 성적만 거둬서 팀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

▶ (18연패의) 심수창 해설위원에게 한 마디

- 예전에 (심)수창이 형을 롤모델로 삼았었다. 나도 어떻게든 야구를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겐 정말 좋은 선배셨다. 18연패할 때 정말 힘들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수창이 형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통화하다가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서, 힘들어서 운 적도 있다. 그때 수창이 형이 '18연패가 안 좋은 기록이긴 하지만, 그만큼 감독님과 주변 사람이 널 믿기 때문에 쓴다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 연패 끊었는데 다음 목표는?

- 연승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크다. 하지만 연승이 쉬운 것은 아니고 그보단 팀이 5강에 갔으면 한다. 5위와 격차가 크지 않다. 계속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싶다. 지금 팀 분위기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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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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