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70%의 마법'에 두산도 속수무책... 롯데, '8치올'이라는 허황 아닌 희망이 보인다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7.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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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왼쪽부터)과 찰리 반즈. /사진=OSEN, 롯데 자이언츠
7월 11경기 3승 8패, 승률 0.273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던 롯데 자이언츠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10연승을 달리는 두산 베어스를 만난 것. 심지어 시리즈 첫 경기부터 패하며 팀 창단 최다연승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4)과 2년 차 외인 찰리 반즈(28)의 연이은 호투로 7월 첫 시리즈 우세를 챙겼다. 5월 중순까지도 1위를 지켰으나 최근 완연한 하락세 속 6위까지 내려앉았던 터. 새로운 외국인 투수 조합은 팀을 다시 5위로 올려놨고 후반기 반등 기대를 품게 만든다.


지난 시즌까지 3년 간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스트레일리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탔고 3승 5패 ERA 4.37의 기록을 남긴 채 짐을 쌌다. 제구력에 강점이 있으며 일본리그 경험이 있는 윌커슨을 급하게 데려왔다. 가을야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롯데의 굳은 의지가 나타난 수였다.

27일 두산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윌커슨은 5회까지 76구를 뿌리며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체력적 부담을 느낀 듯 5회엔 다소 흔들리며 2점을 내줬지만 팀이 앞서 4점을 뽑아냈던 터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4회까진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는 투구를 펼쳤다. 5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 데뷔전에서 승리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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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KBO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긴 윌커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래리 서튼 감독은 "속구가 플레이트 양 쪽 구석으로 제구가 잘 됐고 변화구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며 "스태미너적으로 100%는 아니라고 봤지만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뛰어난 제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는 것이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쫓기듯 돌았고 최고 시속 149㎞ 속구와 함께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빠른 승부를 펼친 덕에 예상 투구수(80구)를 넘기지 않으면서도 5회를 채우고 승리 투수 자격까지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최소 실책 팀인 롯데이기에 보다 수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수가 필요했기에 더욱 안성맞춤인 투수다. 윌커슨은 "나만의 강점을 살려 스트라이크 존 안에 제구를 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기보다 이닝을 길게 끌고 가려고 했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반즈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지난 시즌 12승 12패 ERA 3.62로 재계약까지 이끌어낸 그는 전반기 5승 6패 ERA 4.57로 부침을 겪었으나 후반기 첫 등판인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도 좋은 흐름을 이었다.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많은 득점 지원을 했고 반즈는 2회 노림수를 갖고 들어온 양의지와 김재호에게 2루타 2개를 맞고 1실점한 것을 제외하곤 큰 위기조차 없었다. 7이닝 동안 94구를 던졌고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7승(6패) 째를 챙겼다. ERA도 4.28에서 4.06까지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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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반즈(오른쪽). /사진=OSEN
반즈는 후반기 달라진 비결에 대해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했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한 것이 주효했다"며 "스트라이크 존을 잘 공략하고 볼카운트 싸움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7월 롯데의 선발승은 단 두 차례. 이마저도 모두 반즈가 안긴 것이었다. 결국 적극적인 승부가 답이었다. 이날 반즈와 전날 윌커슨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각각 69.1%(65/94), 69.7%(53/76)로 70%에 가까웠다.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자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끌려나왔다. 단숨에 7월 롯데의 선발승은 4차례로 늘었다.

롯데는 여전히 팀 ERA 4.43으로 9위에 처져 있다. 필승조에 김원중(17세이브·3위)과 구승민(14홀드·3위)이라는 확실한 두 축이 있음에도 불펜(5.10)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하위였다.

선발진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 5월까지 잘 던지던 나균안이 6월 들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스트레일리는 물론이고 반즈도 부침을 겪었다. 박세웅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발이 오랜 이닝을 버티지 못하는 일이 잦았고 이는 불펜진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됐다.

반즈는 완연한 오름세를 탔고 윌커슨도 합격점을 받았다. 확실한 외국인 투수의 원투펀치 유무는 팀 전력의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산의 7월 반등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최근 몇 년 롯데는 '8치올(8월에는 치고 올라간다)'을 자신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늘 2%가 부족했다. 8월을 코앞에 둔 뜨거운 여름, 두 외국인 투수는 '진정한 8치올'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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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기뻐하는 롯데 선수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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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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