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보다 더 관심이 간다" ML 스카우트도 감탄한 김혜성 워크에식, 끝내 키움 9연패 끊었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8.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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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
"이정후도 좋지만, 전 개인적으로 김혜성이 더 관심이 갑니다."

최근 만난 한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는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뛰어난 운동능력도 있지만, 워크에식(직업 윤리)에 감탄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 워크에식은 결국 팀 창단 후 최다 연패라는 굴욕을 지우는 원동력이 됐다.


키움은 8일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0-8로 승리했다. 이로써 8월 첫 승리를 따낸 키움은 2008년 창단 후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었던 9연패를 끊어냈다.

여느 팀이 그러하듯 키움도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10-3으로 앞선 9회초, 주승우가 2사에서 3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마당쇠' 이명종이 투입됐지만,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결국 마무리 임창민이 등판했지만, 3점을 더 내주고 나서야 겨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최종 스코어는 10-8, 겨우 2점 차. 앞서 많은 점수를 벌어놓지 않았다면 키움은 창단 첫 10연패에 빠질 뻔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량득점의 시발점이 된 3회말 김혜성의 투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날 김혜성의 몸 상태는 홍원기 키움 감독조차 내보내지 않으려고 좋지 않았다. 전날(8일) 김혜성은 고척 롯데전에서 자신의 파울타구에 맞아 왼쪽 무릎 타박상을 당했고 교체됐기 때문.


경기 전 홍 감독은 "원래 오늘 휴식을 주려 했는데 선수 본인의 출전 의지가 강했다. 일반적인 타박상은 아닌 것 같다. 김혜성은 웬만하면 경기 도중에 교체 의사를 밝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 선수가 교체를 요구할 정도면 굉장히 무리가 갔다는 거다"고 걱정하면서 "오늘(9일) 일찍 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출전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그래도 수비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지명타자로 출전한다"고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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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홈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끝내 출전을 강행한 김혜성은 매 타석 펄펄 날았다. 1회 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한 그는 양 팀이 1-1로 맞선 3회 무사 2루에서 2루수 옆을 스치는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그다음에 나왔다. 로니 도슨의 안타와 송성문의 볼넷으로 3루까지 진출한 김혜성은 이주형의 1루 쪽 땅볼 타구 때 홈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롯데 1루수 고승민은 당황한 나머지 홈으로 악송구를 범했고 후속 주자 도슨까지 홈을 밟으면서 점수는 4-1이 됐다.

뒤이은 김태진의 2타점 적시타로 키움은 6-1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고 9회 불펜 대방화에도 리드를 지킬 수 있는 점수를 벌었다. 이후에도 안타와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최종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5회말 타석 때는 중계진으로부터 "오늘 김혜성은 한 타석, 한 타석 모두 알찬 결과를 만들었다"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투혼의 당사자는 경기 후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김혜성은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뛰어야죠"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다리가 불편하긴 한데 아예 못 뛸 정도는 아니라서 뛴다고 했다. 수비 같은 경우는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빼달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수비는 (몸이) 100%가 되지 않으면 투수와 팀에 민폐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출전과 활약보단 연패 탈출에 더 기뻐했다. 김혜성은 "팀 연패를 끊어서 그게 제일 좋다.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더그아웃에서 편하게 잘 봤다"면서 "(팀의 리더라는 말에) 내가 리더는 아니다. 그저 팀의 일원으로서 많이 속상했다. 선수들끼리 똑같이 모두 하나가 돼서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연패를 끊게 돼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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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워크에식 면에서 KBO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이정후만큼이나 더 선호된 이유가 그다음 문답에서 나왔다. 김혜성은 1년에 라면 한 번을 잘 먹지 않을 정도로 선·후배들이 감탄하는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잘 안되는 것이 있으니 유격수 수비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지만, 실전에서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

김혜성은 "'시즌 끝나고 잘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즌 중에는 쉴 때 잠을 많이 잔다.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면서 "유격수는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나서게 된 것인데 내가 못 했다. 잘해보자는 마음은 있었지만, 실책이 연달아 나오니까 팀에 도움이 안 됐다. 그래도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 결과로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뿐"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42승 3무 58패가 된 키움은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승리한 삼성 라이온즈(40승 1무 56패)에 승률에서 앞선 9위를 유지했다. 4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5위 두산(48승 1무 45패)과는 9.5경기 차가 됐다. 김혜성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다. 다들 연패 끊고 '이제 올라가자'고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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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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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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