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철창신세' 면했지만 지울 수 없는 '병역 비리' 꼬리표 [★FOCUS]

서울남부지법=윤성열 기자 / 입력 : 2023.08.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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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을 의도적으로 기피, 면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빅스 출신 라비(본명 김원식·30)가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며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그룹 빅스 출신 라비(30·김원식)가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철창신세는 면했지만, 집행유예도 '유죄'를 의미한다. 라비는 이번 일로 '병역 비리'라는 지울 수 없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7단독(김정기 판사)은 10일 오후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비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됐으나 실형은 면한 셈이다. 검찰은 라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라비)이 브로커 구모씨와 치밀하게 계획해 뇌전증 증상이 없음에도 가장하는 방법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하고, 위계로서 공무원들의 업무를 방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다시 병역 등급 판정을 받아 병역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상황을 참작한다"고 전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두한 라비는 선고 이후 묵묵히 법정을 빠져나와 준비된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마스크와 앞 머리로 철저히 얼굴을 가렸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병역 브로커 구모씨와 공모해 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해 허위 진단서를 받고 병역 면제를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라비는 구씨에게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은 뒤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병원 검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의사가 '증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무시하고 약 처방을 요구해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루다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며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라비는 구씨의 제안에 따라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같은해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고, 구씨는 이 사실을 전달받고 "굿, 군대 면제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라비는 지난 4월 11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라비는 최후 진술에서 병역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더 이상의 복무 연기가 어렵게 되자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비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가 얼마나 무거운지 인지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에 대해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며 "(라비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다. 회사를 위해 사회 복무를 늦춰야 했다. 회사의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된 생각을 했고, 이에 대해 반성하고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선처를 구했다.

라비도 "당시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다"며 "또 코로나19 전 계약했던 것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늦춰지고 있었다. 그 상태로 사회복무요원 복무하면 거액 위약금이 발생하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라비는 지난해 10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이행해왔다.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스스로 신청해 복무하고 있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제 합리화였다. 수사를 받으며 얼마나 잘못인 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건지 깨닫게 됐다. 제 잘못과 이로 인한 비판은 제가 가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간에도 복무를 열심히 하고 계신 분들, 또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뇌전증을 가진 환자, 그 가족들께 죄송하다. 이 순간을 잊지 않고 평생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라비는 소속 그룹 빅스도 탈퇴했다. 멤버들과 팬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병역 비리'를 저지른 라비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KBS는 병역 기피로 물의를 빚은 라비에 대해 '한시적 출연 제한' 조치를 내렸다.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 멤버로 활동했다. 라비가 병역 의무를 마쳐도 사실상 '1박 2일' 시즌4로 복귀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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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플라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편 라비와 함께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엠넷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 우승자 출신 래퍼 나플라(31·최석배)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나플라는 라비가 설립한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 소속으로 활동했다.

나플라도 2021년 2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구씨 시나리오에 따라 우울증 등을 호소하며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씨는 나플라에게 "극단 선택 충동을 느끼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거짓 행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플라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복무중단 신청을 반복했으며, 141일간 출근한 것처럼 허위로 기록을 꾸미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플라는 2019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 유예 처분을, 2020년 또다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나플라)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5급 판정을 받기 위해 치밀하게 연기하고, 구청 직원들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이런 행위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범행의 결과가 매우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이 사건을 저질러 죄질이 더 좋지 않다"며 "5개월 구금되어 있는 동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정신적 우울증으로 4급 판정을 받은 점 등을 정상 참작한다"고 전했다.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씨도 이들의 병역 비리에 공모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60시간 사회봉사 명령도 내려졌다. 나플라의 출근부 등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지방병무청 병무지도관 A씨와 서울 서초구청 민방위팀장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실무자였던 서초구청 주무관 등 3명은 선고가 유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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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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