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QS 16회→승률 8할, '극강 선발야구' KT... 쿠에바스가 이끄는 '가을의 꿈'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8.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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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15일 두산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시즌 초반 부침을 겪은 KT 위즈는 어느덧 3위 자리에서 상위권 팀들을 압박하고 있다. 후반기 상승세가 무섭다. 21경기에서 17승 4패, 승률은 무려 0.809. 후반기 승률 2위 LG가 0.667(12승 6패)일 정도니 KT의 기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단연 투수진의 압도적인 힘, 그 중에서도 선발의 무게감이 두드러진다. 21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무려 16차례나 나왔고 팀 ERA도 2.73에 불과하다.


이 중심에 쿠에바스가 있다. 선발 14승 중 홀로 4승을 책임졌다. 소화이닝도 32이닝으로 가장 많다.

쿠에바스는 2019년 팀에 합류해 13승 10패로 맹활약했다.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맞대결을 벌인 옛 동료 라울 알칸타라가 재계약에 불발한 것과 달리 쿠에바스는 KT를 지켰고 이듬해에도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2021년 9승 5패, ERA 4.12로 다소 기대를 밑돌았지만 시즌 막판 7이닝 108구를 뿌린 뒤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크에 이틀 휴식 후 등판해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직행시킨 좋은 기억을 안겨준 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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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무리하고 포효하는 쿠에바스. /사진=OSEN
나아가 한국시리즈에서도 7⅔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를 챙기며 KT에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안겨줬다.

그러나 지난해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시즌 초반 2경기 만에 짐을 쌌다. KT는 올 시즌 2년 차 외인 웨스 벤자민과 함께 보 슐서를 새로 영입해 투수진을 꾸렸으나 슐서는 9경기에서 1승 7패 ERA 5.62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다가 결국 방출됐다. 그리고 KT는 결국 쿠에바스를 다시 불러들였다.

첫 경기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2번째 경기에서 6이닝 1실점하며 곧바로 승리를 챙겼고 이후 빠르게 상승세를 탔다. 특히 후반 기세가 놀랍다.

후반기에만 3승을 챙긴 쿠에바스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7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2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시즌 6번째 승리와 함께 ERA는 3.13까지 낮췄다. 3위 KT는 54승 45패 2무로 3연승을 달렸다.

최고 시속 152㎞, 평균 148㎞ 속구를 37구, 슬라이더(27구)와 커브(20구)에 체인지업(12구)과 싱커(4구)까지 섞으며 두산 타자들을 제압했다. 특히 커브로 기록된 평균 129㎞ '슬러브(슬라이더+커브)' 성 구질의 공으로 삼진을 3개나 잡아냈고 5회 이후론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어 3개의 삼진을 추가했다.

두산 정수빈은 4회말 쿠에바스를 흔들었다. 기가 막힌 코스로 타구를 보내는 기습번트로 1루를 파고들었다. 후속 타자 안재석의 번트가 떠오르며 손쉽게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렸으나 리그 도루 2위 정수빈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견제구가 빠지며 정수빈은 3루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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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윌리엄 쿠에바스. /사진=OSEN
그러나 수비 도움에 웃었다. KT 1루수 오윤석은 로하스의 원바운드 된 타구를 재빠르게 홈으로 뿌렸다. 준족인 정수빈도 아웃될 수밖에 없었다. 비디오판독도 포기할 만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아웃타이밍이었다.

양 팀 투수의 호투에 야수들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5회초 알포드의 타구가 1루 불펜 쪽을 향해 날아갔지만 두산 1루수 양석환은 점프와 함께 팔을 뻗어 불펜으로 넘어가는 공을 걷어냈고 5회말 김재환의 중견수 방면으로 빠질 법한 빠른 타구는 KT 2루수 이호연이 환상적인 다이빙으로 잡아낸 뒤 1루로 공을 뿌려 안타를 지워냈다.

5회말 1사에서 김인태에게 안타를 맞은 뒤 돌연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방문했다. KT 불펜은 텅 비워져 있는 상태. 투수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혹여나 흔들릴 수 있는 쿠에바스를 위해 한 템포를 끊어가려는 듯한 의도로 보였다.

이후 쿠에바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박준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유격수 김상수가 장승현의 깊숙한 땅볼 타구를 잡아 2루로 러닝 스루 송구, 선행 주자 김인태를 잡아내며 이닝을 매조졌다.

7회 2사에서 김재환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날 첫 볼넷일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었으나 김인태와도 풀카운트에서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두산은 박준영의 타석에서 강승호를 대타로 내세웠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강승호의 몸 쪽을 훑은 뒤 스크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로 허를 찔렀다. 강승호가 몸을 움찔할 정도로 손 쓰기 어려운 공이었다. 결국 삼구삼진으로 강승호를 잡아내며 이날 완벽한 투구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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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내는 쿠에바스. /사진=OSEN
알칸타라도 7이닝 무실점으로 승부를 가리기 힘들었지만 팀 타선이 8회 소중한 결승점을 뽑아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승리를 챙긴 뒤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를 지은 쿠에바스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항상 경기를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정말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줬다"고 칭찬했다.

복귀 후 패배 없이 6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좋지 않은 경기를 했을 때도 팀에서 내 패배를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고 있다"며 "야수들이 내 승리 경기에 70% 이상 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9명 중에 한 명으로서 항상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일이다. 물론 패배가 없는 것에 대해선 매우 행복하다"고 전했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 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지만 지금과 같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한국에 와서 확연히 좋아졌다. 쿠에바스는 "LA 다저스(트리플A)에서 나와 잘 맞는 하체 움직임에 대해 얘기를 해줬다"며 "마운드에서 힘을 덜 들이면서 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많이 도와주는 역할을 했고 그래서 KBO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쿠에바스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즌 초보다 시즌 후반이 될수록 몸이 더 올라오고 있다"며 "시즌이 진행되며 컨디션이 더 좋아져서 8월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아지길 나도 원하고 있다. 지금도 너무 행복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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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벤자민. /사진=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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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 /사진=KT 위즈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는 고영표가 자청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엄상백과 배제성도 물이 올라 있는 상태다. 웨스 벤자민이 8월 들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올 시즌 벌써 11승을 거두며 팀 내 최다승을 거두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팀에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쿠에바스는 "항상 말하지만 가족들끼리 경쟁심이 붙으면 서로 잘하면 행복해지고 그러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며 "욕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팀 승리로도 이어진다. 그런 것들이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쿠에바스나 선수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날 2위 SSG 랜더스가 패하며 어느덧 승차는 2경기로 줄었다. 1위 LG 트윈스와는 8경기 차이.

쿠에바스는 "한국에 왔을 때는 팀이 7,8위 정도였는데 항상 선수들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매일 경기에 집중하고 많이 이기면 우리는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며 "벌써 3위까지 올라와 있다. 나 또한 항상 한국시리즈를 꿈꾸면서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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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승리를 챙긴 뒤 인터뷰를 하는 쿠에바스.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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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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