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타율 0.374' 데뷔 첫 3할-GG도 보이는데... KIA 新 해결사는 9월 이후를 말했다

수원=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8.2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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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찬호.
KIA 타이거즈 박찬호(28)는 3년 전만 해도 수비만 아니면 쓸 이유가 없는 선수로 불렸다. 리그 최악의 생산성을 보여주던 타자였던 그는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KIA는 24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KT 위즈에 7-3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박찬호였다. 2번 및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그는 수비에서 먼저 진가를 보여줬다. 이날 KIA의 선발 투수는 커터를 활용해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토마스 파노니. 박찬호는 초반 자신에게 오는 땅볼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5회에는 김준태의 타구로 백핸드로 처리하려다 놓치는 실책을 범했으나, 곧이어 김상수가 친 외야 중앙과 2루 베이스 사이로 가는 애매한 타구를 자신의 머리 뒤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하면서 결자해지했다.

양 팀이 3-3으로 팽팽한 8회말 2사 3루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이 돋보인 수비로 후배 김도영의 실책을 덮었다. 장성우가 친 타구는 3루수-유격수 간으로 빠져나가는 빠른 타구였다. 3루수 김도영이 잡으려다 글러브에 맞고 굴절된 이 타구를 뒤에서 커버를 들어가던 박찬호가 잡아 침착하게 1루로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KIA에 승기를 가져오는 환상적인 수비였다.

타석에서도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존재감을 내기 시작했다. KIA의 막판 추격전 모든 순간에 박찬호가 있었다. 첫 두 타석에서 내야 땅볼에 그친 박찬호는 KIA가 1-2로 뒤진 6회초 1사에서 땅볼 타구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KT 2루수 이호연은 박찬호의 빠른 발을 의식하다 악송구를 범했고 더그아웃으로 향해 2루 진루를 허용했다. 뒤이은 나성범의 적시타로 박찬호가 홈을 밟으면서 2-2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주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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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찬호가 24일 수원 KT전에서 1루 송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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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찬호가 24일 수원 KT전 8회초 2사 1루에서 2루를 훔치고 있다.


KIA가 2-3으로 뒤처진 8회초 역시 박찬호는 박영현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했고 2루 도루를 통해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최형우가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또 한 번 그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3-3 동점이 됐다. 3-3으로 맞선 9회에는 본인의 손으로 승패를 결정지었다. 2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박찬호는 김재윤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5-3 역전을 만들었다. 뒤이은 나성범의 3루타 때는 직접 홈을 밟아 KIA의 7-3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후 박찬호는 "(결승타에 대해) 차라리 변화구를 던져줬으면 했는데 마침 던져줘서 운 좋게 나온 것 같다"면서 "타석에서 조금 더 노련해지고 성숙한 마음으로 들어간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쳤다면 올해는 타석에서 어떤 투수의 어떤 코스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하고 들어간다"고 밝혔다.

KIA의 새로운 해결사로 거듭난 박찬호다. 그의 득점권 타율은 0.341로 KIA 팀 내 1위, KBO리그에서도 6위로 높다. 이날도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에 "난 솔직히 득점권에서 더 자신이 있다. 1번이든 9번이든 내 뒤에는 언제나 나보다 잘 치는 타자들이 있다. 상대 팀에서도 득점권 상황에서 뒤 타자보단 나랑 승부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타석에 들어설 때 마음이 편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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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운데). /사진=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8월에만 타율 0.389(72타수 28안타), 후반기 타율 0.374(91타수 34안타)를 기록 중이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를 9월 이후로 보류했다. 지난해도 8월 성적이 타율 0.333(84타수 28안타)으로 좋았으나, 9월 이후 타율 0.206(107타수 22안타)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

그는 "사실 지금 잘 쳐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많이 불안하다. 지난해도 8월까진 잘했다. 9~10월부터 성적이 떨어져서 올해도 아직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9~10월에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내가 성장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 같다"면서 "준비는 잘하고 있다. 언제나 발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4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 1볼넷 1도루를 기록한 박찬호의 시즌 성적은 101경기 타율 0.298, 2홈런 39타점 54득점 21도루, 출루율 0.357 장타율 0.368 OPS 0.725로 데뷔 첫 시즌 3할 타율도 가시권에 뒀다. 유격수 부문 최다안타 1위, 도루 1위, 장타율 1위, OPS 2위 등 다양한 공격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해 오지환(LG 트윈스)과 함께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로 꼽힌다. 2020년 141경기 타율 0.223, OPS 0.551로 리그 꼴찌의 타격지표를 기록하던 타자였다는 것을 떠올리면 상전벽해의 상황. 그런 만큼 한 달 이상의 호성적에도 더없이 차분했다.

박찬호는 "골든글러브에 대해 내심 기대는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 성적을 유지한다면 받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절대 밖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개인 성적을 위해 꾀부리는 일도 없을 거고 하던 대로 하면서 오로지 팀이 이기는 데만 집중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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