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 퇴장 속에서도, 90도 꾸뻑 인사라니...' 동업자 정신 빛났다

창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8.2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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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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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건우.
뜻하지 않은 헤드샷. 그에 따른 퇴장 상황 속에서도 동업자 정신은 빛났다. LG 트윈스의 임찬규(31)와 NC 다이노스의 박건우(33) 이야기다.

NC 다이노스는 27일 창원 NC파크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NC는 LG와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3연승에 성공, 55승 49패 2무를 마크했다. 리그 순위는 4위. 3위 SSG와 승차는 3경기이며, 5위 KIA와 승차는 2경기가 됐다. 반면 LG는 3연패에 빠진 채 65승 41패 2무를 마크했다. 리그 순위는 1위.

이날 LG가 1회초 1사 2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가운데, 1회말 NC의 공격. LG 선발 임찬규가 마운드에 올랐다. 먼저 평소 돈독하기로 소문난 손아섭을 상대로 4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박민우에게 우중간 안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1, 3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 박건우가 타석에 섰다. 그런데 임찬규가 던진 초구 144km 속구가 불운하게도 손에서 빠지면서 박건우의 머리 쪽으로 향했고, 헬멧을 그대로 때리고 말았다. 박건우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천만다행으로 얼굴에 직접 정면으로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헬멧을 통해 충격은 고스란히 얼굴 전체로 전달됐다.


쓰러진 박건우에게 NC의 코치진과 트레이너는 물론, LG의 김정준 수석코치와 주장 오지환도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임찬규도 그 자리에 무릎을 굽히며 주저앉은 채로 박건우의 상태를 지켜봤다. 박민우가 그런 임찬규를 다독여주기도 했다. 얼마 후 박건우가 일어선 뒤 1루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이때 모자를 벗고 있던 임찬규가 박건우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임찬규는 박건우를 향해 그냥 인사가 아닌, 거의 90도로 허리를 꾸뻑 숙이며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평소 유쾌하기로 유명한 임찬규였지만, 그 역시 무척 놀란 것으로 보였다. 그러자 박건우는 오히려 임찬규의 어깨를 두들기며 '괜찮다'는 뜻을 표현했다. 자신이 퇴장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또 크게 다칠 뻔했던 순간에도 둘의 동업자 정신이 빛난 순간이었다.

임찬규는 박건우에게 미안한 뜻을 전한 뒤에야 터벅터벅 걸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올 시즌 KBO 리그 24번째 퇴장이자 10번째 헤드샷 퇴장이었다. 다행히 박건우의 상태는 괜찮은 것으로 전해졌다. NC 관계자는 경기 중 박건우의 상태에 대해 "검진 결과, 약간의 어지럼증 증세 외 큰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과거 박건우가 두산에서 뛰던 시절, 임찬규와 함께 둘은 잠실구장을 대표하는 '훈남'으로 특히 많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기장 뒤에서도 형과 동생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부탁을 들어주던 둘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찔한 상황 속에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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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가 사구 후 박건우를 향해 허리 굽히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SPOTV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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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임찬규(오른쪽)에게 괜찮다며 등을 두들겨 주고 있는 박건우. /사진=SPOTV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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