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션 장인들만 섭외"..'거미집', 송강호→정수정의 완벽 앙상블 [종합]

용산CGV=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8.29 13:00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이동훈 기자
'딕션 장인'들이 뭉쳐 완벽한 앙상블의 영화가 탄생했다. 송강호가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올린 그 영화, '거미집'이 추석에 출격한다.

29일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

image
사진=이동훈 기자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호평과 함께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거미집'은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작품마다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와 장르를 비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업그레이드 해 온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거미집'으로 칸에 세 번째로 초청받은 김지운 감독은 "저는 세 번째고, 송강호 씨는 8번째였는데 다른 배우들은 다 처음이었다. 그래서 레드카펫에 설 때 초반에 긴장했다. 긴장을 즐기라고 하고, 옆의 배우들을 봤는데 너무 잘하고 있더라.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배우들이 너무 멋지고 근사하게 나왔다. 내가 이런 멋진 배우들과 작업했다는 생각에 들었다"고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에 대해 "1970년대 영화 현장이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다.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감독이 배우, 스태프들을 다 불러모아 이틀 동안 촬영하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시쳇말로 못 말리는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웃기고 슬픈 영화 제작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걸작을 만들고 싶은 연출자 '김감독' 역의 송강호를 비롯해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의 임수정,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의 오정세, 제작사 신성필름의 후계자 '신미도' 역의 전여빈,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의 정수정까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조합으로 캐릭터 앙상블 영화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image
송강호 / 사진=이동훈 기자
걸작을 만들고 싶은 '김열' 감독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인간의 욕망을 유쾌하고 재밌게 그려냈다. 충돌과 갈등, 그 속에서 탄성이 나오는 지점으로 똘똘 뭉쳐진 영화"라며 "제가 맡은 인물도 그런 인물이다. 내적인 걸작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걸 분출하지 못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우리들의 모두 가지고 있는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뷔 첫 감독 역을 맡게 된 송강호는 "카메라 뒤에서 지시만 하면 되니까 편하더라. 늘 꿈꿔왔던 게 감독이니까 신나서 제 마음대로 했다"고 했고, 김지운 감독은 "만약 실제 현장에서 감독이 부재한 상황이 생겼다고 하면 감독도 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를 아우르고, 큰 그림에서부터 디테일까지 포착하고 챙기는 배우이기 때문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독이 지시만 한다고 하셨지만, 고독할 수밖에 없는데 너무 훌륭하게 해주셨다"고 극찬했다.

특히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거미집'으로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에 대해 "새로운 영화의 문법을 탄생시켰고, 그것에 놀라워했던 27년의 세월이다. 모든 작품을 존중하고, 존경하지만 초창기 독보적인 창의력과 가장 많이 닿아있는 작품이 '거미집'"이라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는 대체 불가 유일무이한 배우다. 저의 구세주이자 완성"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임수정이 맡은 '이민자'는 공장 사장인 '강호세'(오정세 분)의 부인 '이민자' 역을 맡은 주연배우. 원래 영화에선 남편의 외도에도 순종적인 아내로, 재촬영 대본에선 운명에 맞서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

그는 "감독님께서 베테랑 배우답게 연기를 했다. 영화 속에서 이민자는 내내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가장 차분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진지하게 연기에 임한다. 영화에서도 제 실제 직업인 배우를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 영화 안팎에서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연기 호흡은 고민 없이 즐겁게, 놀면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징 스타 '한유림' 역의 정수정과 호흡에 대해 "가수로 활동할 때부터 팬이었다. 감독님께서 '한유림' 역을 정수정 씨가 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극 중에서는 대립하는 인물이긴 한데 촬영 현장에서는 신나고 재밌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정수정은 70년대 말투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고충을 겪었다고. 그는 "처음에 감독님과 일대일 대본 리딩을 했는데 직접 70년대 말투로 말해주시더라. 그때 살짝 멘붕이 왔는데 바로 흡수하고 연습했다"며 "최대한 그 시대의 영화를 보면서 말투, 분위기를 따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정수정에 대해 "여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수 출신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한국 영화를 이끌 소중한 자산"이라고 극찬했다.

image
임수정 / 사진=이동훈 기자
image
오정세 / 사진=이동훈 기자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의 오정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호세는 사랑이 지나치게 많아서 혼나야 하는 캐릭터"라며 "어떻게 하면 더 혼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싱크로율은 10% 정도인데 같은 배우라는 것 빼고는 다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에 송강호는 "싱크로율 100% 아니냐"라고 농담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오정세는 "사실 캐릭터에 대한 재미보다 현장에서의 재미가 더 컸다. 호세라는 인물도 색깔이 강하지만, 색깔이 진한 다른 캐릭터도 많고, 이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있다는 게 좋았다. 그게 더 기억에 남는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거미집'에서 구레나룻부터 화려한 의상까지, 파격 변신을 한 오정세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인위적인 느낌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저게 없으면 옷을 안 입은 느낌이었다. 제가 봐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image
전여빈, 정수정 / 사진=이동훈 기자
전여빈은 재촬영을 밀어붙이는 신성필림 후계자, 재정담당 '신미도' 역을 맡았다. 그는 "'신미도'라는 친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캐릭터 자체의 온도가 있고, 선배님들과의 호흡에서 느껴지는 긴박함과 충돌감에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 몸 안에서 있는 모든 것을 내보이고, 마구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친 '거미집'. 김지운 감독이 가장 공들인 것 또한 캐스팅이었다. 그는 "원작을 보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앙상블 코미디였다.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서로 주고받는 대사들이 난무하는 영화다. 내가 아는 배우 중에서 대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잘 다룰 줄 아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했다. 그러려면 딕션이 좋아야 하는데 막힘 없이 잘 흘러가는 딕션 장인을 모셔 오려고 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데서 나오는 독특하고 새로운 재미, 강렬한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이 중요했다. 배우들 섭외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송강호 또한 "'거미집'을 찍으면서 예전에 한 20년 전에 좋은 앙상블을 느꼈던 작품들이 자꾸 떠오른다. 제가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 JSA'을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감독님이 '조용한 가족', '반칙왕'을 하실 때의 감각적이고 허를 찌르는 스타일이 느껴졌다"며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 JSA'를 할 때 느꼈던 앙상블의 쾌감을 똑같이 느꼈다. 영화 속에 그 즐거움과 경쾌함이 다 녹아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거미집'은 올해 추석 개봉 예정이다.
기자 프로필
김나연 | ny0119@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김나연입니다. 항상 노력하고, 한 발 더 앞서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