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궁민, 유재석 /사진=스타뉴스 |
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예계는 '카스트 제도' 형태가 그대로 살아있다. 물론 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적으로 그 사람이 얼마큼의 돈을 받느냐에 따라 확실히 체감할 것이다. 같은 장면, 같은 시간을 촬영해도 누구는 수십억 원을 받지만, 누군가는 1000만 원을 받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신, 대사 한 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조연 배우들은 어쩌면 가장 빛이 들어오지 않은 공간에서 숨 쉬는 듯하다. 안타까운 건, 이 모든 건 유명도를 떠나 다들 걸어오는 과정에 속해있다.
최근 MBC 드라마 '연인'으로 흥행 주가를 달리고 있는 남궁민은 "촬영장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아도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시절"이라며 자신의 무명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만약에 바람이 불어서 조명대가 쓰러졌는데 (스태프들이) 나보고 '이 XX야, 너 때문에'라고 하더라. 모든 NG의 근원이 다였다"라며 "그때 열정이 넘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 그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욕을 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에 출연한 강기영은 현장에서 캐스팅 갑질을 당한 적도 있다고. 그는 방송을 통해 "예정된 배역이 있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다른 분이 계셨다. 난 이 역으로 캐스팅됐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더 단역을 하게 됐다"라며 "어떤 날은 현장에 갔는데 역할이 없어졌다. 메인 메뉴의 손 역할을 해달라고 해서 하게 됐는데 조연출분이 '손 모델 빨리 준비하셔야죠'라고 말하는데 상처받았다. 너무 비참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제작 당시 연기를 못해 대본 리딩에서 역할 교체 됐던 배우 김수현, KBS 2TV 새 주말극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갑질을 폭로했던 배우 허정민 등이 있다.
남궁민, 유재석, 강기영은 과거의 일을 털어놓았지만, 최근까지도 갑질 폭로가 계속되는 걸 보면 여전히 촬영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한 모양이다. 이런 일은 과연 왜 일어나는 것일까. 올해 말 공개를 앞둔 글로벌 OTT 드라마 촬영 감독은 스타뉴스에 "드라마 현장 캐스팅 갑질은 거의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거 같다. 물론 과거 그랬던 것처럼 현장에서 (캐스팅) 불발되고 교체되는 건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말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모 엔터테인먼트에서 유명 배우 캐스팅할 때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실제로 몇 번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해당 스태프는 이런 상황에 대해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보니 당사자가 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거 같다"라고 털어놨다.
배우 강기영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김모미 역을 맡은 배우 이한별은 단 2회 출연인데도 불구하고 이름을 알렸으며 영화 '마녀' 시리즈는 신인, 무명 배우를 주연으로 앞세웠다.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악인 5명은 그간 크게 주목받은 배우는 아니었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처럼 시대는 점차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조연의 삶이 고달프지 않길 바란다.